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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30분도 되지 않아 윤도훈은 서안구 시장에 도착했다.

시장 입구 쪽 거리에 꽈배기를 파는 곳이 있었다.

이렇게 먼 곳까지 온 이유는 그 가게가 좋은 기름을 쓰기 때문이었다.

“사장님 1kg, 아니 1.5kg 아니, 5kg 주세요. 그리고 순두붓국 두 그릇 포장해주세요!”

윤도훈이 사장에게 말했다.

사장은 이상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혹시 장사 망치러 온 건 아니죠?”

윤도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일단 돈부터 드릴게요.”

왼쪽 신장에서 용의 기운이 끊임없이 흘러나와 육체를 강화하고 있었고 윤도훈의 몸은 마치 블랙홀처럼 대량의 양분이 필요했다.

율이도 배가 고프겠지만 윤도훈이 훨씬 더 배가 고팠다.

그는 지금 소 한 마리도 통째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윤도훈이 먼저 돈을 내겠다고 하자 사장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그는 앞에 놓인 꽈배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뿐이에요. 여기에 하나 더해도 5kg는 안 될 것 같네요. 일단 무게 재볼 테니까 있는 만큼 가져가요.”

“알겠어요!”

운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한 무리 사람들이 그 가게로 왔다.

맨 앞에 선 사람은 위엄있는 얼굴의 노인이었는데 그는 인형처럼 생긴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다가왔다. 여자아이는 6, 7살 정도 돼 보였다.

그들 외에도 잘생긴 청년 한 명과 기세가 남다른 중년 남성이 있었다.

“할아버지, 손 선생님이 할아버지는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고 그랬어요. 할머니께서 할아버지가 꽈배기를 먹었다는 걸 아시면 혼나실 거예요!”

잘생긴 청년이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언제 꽈배기를 먹으러 왔다고 했어? 난 아침 운동하러 나온 거야. 알겠어?”

어르신은 청년을 흘겨보며 말했다.

“네! 네! 할아버지는 아침 운동하러 나온 거죠.”

할아버지를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잘생긴 청년은 그저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다들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더니, 한때 위세를 떨쳤던 그의 할아버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가게는 좋은 기름을 써. 순두붓국도 맛있고. 가서 맛 좀 보자!”

어르신은 군침 도는 표정으로 다짜고짜 걸어갔다.

“사장님, 여기 꽈배기 2kg에 순두붓국 네 그릇 주세요.”

어르신이 말했다.

가게 사장은 윤도훈이 산 꽈배기 무게를 재고 있었다. 어르신의 말에 그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고, 죄송해요. 꽈배기 다 팔렸어요.”

오랫동안 장사를 해 온 사장은 눈치가 빨라 단번에 노인이 예사 인물이 아니란 걸 알아챘다.

“없다고요? 그럼 저건 다 뭐죠?”

젊은 청년이 미간을 구기며 가득 쌓여있는 꽈배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다 이 청년이 샀어요.”

사장이 정중하게 말했다.

“이렇게 많이 샀다고요? 다 먹을 수 있어요? 반은 우리한테 나눠주시죠!”

청년이 차가운 눈길로 윤도훈을 바라보며 다짜고짜 말했다.

한눈에 봐도 평소 제멋대로 굴던 사람 같았다.

“그... 청년, 좀 나누겠어요?”

사장은 난감한 얼굴이었다. 그는 간절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

윤도훈은 미간을 좁혔다가 어르신을 보며 덤덤히 말했다.

“죄송해요, 저 혼자 먹어도 부족해서 나눌 생각은 없어요.”

청년의 태도에 윤도훈은 짜증이 났다.

혼자 먹기도 부족한데 그들에게 절반을 나눠달라니.

게다가 어르신의 몸은...

“흥, 혼자서 어떻게 그렇게 많이 먹어요? 저팔계예요? 하하하...”

어르신의 옆에 있던 여자아이가 입을 비죽였다. 아이는 윤도훈에게 불만이 아주 많은 듯했다.

“당신 내 말에 따르는 게 좋을 거예요!”

잘생긴 청년은 표정이 차가워지면서 은근히 위협했다.

“하하, 어르신께서 건강이 안 좋으신 것 같네요. 꽈배기를 먹으면 갑자기 돌아가실 수도 있으니 드시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윤도훈이 미적지근한 태도로 말했다. 청년이 이렇게 말하니 그도 예의를 차리고 싶지 않았다.

“뭐라고요? 죽고 싶어요?”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청년은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윤도훈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윤도훈은 그를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죽는 것도 두렵지도 않은지 그의 할아버지를 저주했다.

“당장 무릎 꿇고 스스로 뺨 열 대 때려. 그딴 말을 하다니, 넌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마땅해!”

기세등등한 중년 남성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영태야, 은표야, 그만해. 나눌 생각이 없다는데 강요하지 마. 우리는 이만 가자.”

노인은 손을 저으며 자기 손자와 부하를 말렸다.

할아버지 앞이라 송영태는 코웃음을 칠 뿐 더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윤도훈을 노려보았다.

그는 앞으로 윤도훈을 제대로 혼쭐낼 거라고 결심했다. 윤도훈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송씨 집안 도련님으로서 체면이 서지 않았다.

“괜찮아요. 꽈배기 제가 반 나눠드릴게요.”

그런데 바로 그때 사장이 윤도훈에게 팔려던 꽈배기 중 반을 어르신에게 건넸다.

노인은 잠깐 주저하다가 그것을 건네받았다.

사장의 뜻이었기 때문에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저팔계 아저씨, 화나죠? 흥!”

여자아이는 윤도훈을 향해 익살맞은 표정을 지으며 득의양양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뒤이어 네 사람은 자리를 찾아 앉았다.

노인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꽈배기 하나를 들고 먹기 시작했다.

“사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먼저 왔잖아요? 이 꽈배기들은 제 거예요!”

윤도훈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 거라니요? 아직 돈 내지 않았잖아요. 청년, 돈도 없고 권력도 없으면 사람이 좀 융통성이 있어야 해요. 그러다가 진짜 큰일을 당할 수도 있어요.”

사장은 툴툴거리면서 윤도훈을 훑어보더니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윤도훈은 옷차림이 평범했고 들고 있는 핸드폰도 몇 년 전 출시된 기종이었다.

반대로 노인과 청년 일행은 권세가 대단해 보였으니 사장은 당연히 그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윤도훈은 사장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화를 자초한 사람이 누군지는 알 수 없죠.”

딸이 병을 앓게 되면서 그는 전 재산을 전부 써버렸고 가게 사장처럼 속물인 사람들을 많이 만났었다.

덤덤한 표정으로 말한 뒤 윤도훈은 돈을 지불하고 남은 꽈배기를 들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 내가 당신에게 밉보여서 화를 자초했다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웃겨 죽겠네요. 사람이 자기 주제 파악을 해야지, 퉤!”

사장은 윤도훈의 뒤에서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사건이 터졌다.

조금 전까지 맛있게 꽈배기를 먹던 노인이 갑자기 가슴께를 움켜주며 괴로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뒤로 넘어졌다.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어르신, 어르신!”

“증조할아버지, 현이 놀라게 하지 마세요! 흑흑흑...”

청년 송영태와 은표는 얼마나 놀란 건지 삑사리까지 났다.

그리고 여자아이는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조금 전까지 윤도훈을 비웃던 가게 사장은 그 광경을 본 순간 완전히 넋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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