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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이원의 말에 이진희의 안색이 변했다. 왜냐하면 동생이 자신의 속셈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윤도훈은 오히려 빙긋 웃었다.

“대단한 집안 도련님들은 교양이 넘친다고 들었는데, 현실은 그게 아닌가 보네? 진희야, 네 동생은 매형한테 이딴 식으로 말하니?”

말하면서 그는 이진희를 놓아주기는커녕, 더 꽉 끌어안았다. 순간, 그녀의 향기가 그의 얼굴을 스쳤고 그는 또다시 심장이 쿵쿵 뛰었다.

이진희는 “악” 하는 소리와 함께 윤도훈의 허릿살을 세게 꼬집었지만 겉으로는 수줍은 표정이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간파한 동생 앞에서 윤도훈이 이렇게 차분할 줄 몰랐다. 정말 겉보기와 다른 사람인 게 분명했다.

이 담력만 보아도 지난 두 명의 고분고분한 꼭두각시와는 아예 달랐다. 고분고분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

이진희가 그의 이런 모습에 감동할 리는 없었지만 은근히 신경 쓰였고 힐끔 쳐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원은 얼굴빛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감히 교양이 없다고 돌려 말하면서 도발하듯이 누나를 더 꼭 껴안아?

“누가 매형이라는 거야? 한 방에 널 보내버릴 수도 있어!”

이원은 말하면서 품에서 리볼버 총을 꺼냈고 윤도훈한테 총구를 겨눴다.

그가 누구인가? 이 씨 집안 3대 핵심 자제인 데다가 도운시 어둠의 세력을 주름잡는 이원이 아닌가!

짝!

“원아! 너 뭐 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할게, 이 사람은 네 매형이야, 내 남자라고! 어떻게 내 남자한테 총을 겨눌 수 있어?”

이진희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지켜보다가 손을 들어 이원의 뺨을 때렸다.

이원은 멍하니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누나를 바라보았다.

‘누나가 꼭두각시 같은 남자 때문에 내 뺨을 때려?’

“당장 총 거두지 못해? 빨리 매형한테 사과해!”

이진희는 호통을 치며 다시 손을 들었고 이원은 목을 움츠리다가 마침내 총을 거두었다.

동생은 어릴 때부터 사랑의 매로 키워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진희는 이원을 참되게 교육했나 보다.

어릴 때부터 이원은 친누나한테 사랑의 매를 많이 맞고 자라서 지금까지도 누나 앞에서 꼼짝을 못 했다. 어쩌면 부모님보다 누나를 더 무서워하는 것 같다.

그 때문에 이진희가 정말 화가 난 걸 보더니, 이원은 그만 주춤하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윤도훈한테 사과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때, 윤도훈도 입꼬리를 씰룩 올리며 이진희의 여장부 같은 횡포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뺨을 부여잡은 이원을 보니, 어제 자신이 이 여자한테 쫓겨났던 것도 그다지 억울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진짜 여장부야!’

“누나, 고작 이 사람 때문에 날 때린 거야?”

이원은 억울한 말투로 묻더니, 살기 가득한 눈으로 윤도훈을 노려보았다.

이젠 그도 자신의 누나가 정말 이 녀석한테 정신이 팔린 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만 노려봐, 매형이 충고 하나 할게. 너는 오늘은 파산당할 징조가 있어 보이니, 이 업소에 소란스러운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조심해!”

윤도훈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이원은 피식 웃었다.

“내가 파산한다고? 인마, 허튼소리 좀 작작해!”

말하면서 그는 이진희를 쳐다보았다.

“누나, 이거 완전 사기꾼 아니야! 여긴 매일 돈이 굴러들어 오는 곳인데, 내가 파산을 해? 정말 웃겨!

이 클럽은 정치계와 경찰들까지 깊은 유착관계가 맺어진 터라, 소란스러운 일이 일어날 리가 없어...”

똑똑!

이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이원은 자신의 얼굴을 문지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형님, 큰일 났어요! 타이거 문이 도박꾼들을 데리고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어요! 저흰 이미... 400억을 잃었어요!”

부하 한 명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부하의 말을 들은 이원은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표정이 흐려졌다.

카지노의 손실 때문일 뿐만 아니라, 윤도훈의 조금 전 얘기가 떠올라서였다.

정말 그의 말대로 소란스러운 일이 일어났어!

“내가 가볼게!”

자칭 “매형”이라는 사람을 힐끗 쳐다본 뒤, 이원은 빠른 걸음으로 방에서 나갔다. 이진희는 윤도훈을 지긋이 쳐다보며 그를 꿰뚫어 보려고 애를 썼다.

‘이 사람은 원이의 업소에 문제가 생길 것을 어떻게 알게 된 걸까?’

점심부터 지금까지 두 사람은 같이 있지 않았던가!

순식간에 이진희는 난생처음으로 남자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나를 왜 그렇게 쳐다봐? 가자, 같이 가볼까?”

윤도훈은 이진희의 눈빛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그는 이내 웃으며 말했다.

...

화려하고 웅장한 카지노!

이곳 소속인 도박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얼굴을 붉혔다.

졌어! 또 졌어!

이번엔 100억을 잃었다!

그는 골든 비치 클럽 카지노에서 가장 대단한 도박꾼이었는데도 연거푸 패배했다.

상대는 족제비 같은 눈매를 가졌는데, 도박판에 마주 앉으면서부터 온몸으로 음침한 기운을 풍겼다.

그는 타이거 문이 마카오에서 데리고 온 절대적인 실력자였는데, 사람들은 그에게 정팔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남자가 정팔의 옆을 지키고 있었는데, 팔짱을 낀 채 의기양양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타이거 문의 부하였는데, 사람들은 그를 태석이 형이라고 불렀다.

“하하하, 이 씨 집안 도련님 아닙니까?”

이원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카지노에 들어오자, 태석이 형이 통쾌하게 웃으면서 인사했다.

“누군가 했더니, 태석이 형님이셨네요! 웬일로 제 업소에 들러주셨습니까?”

이원은 살 떨리는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문 회장님께서 이 씨 집안 도련님의 업소가 환경도 좋고 물도 좋다고 하도 칭찬하시기에, 한 번 와봤죠!”

태석이 형은 씩씩거리더니 말투가 싹 바뀌면서 입맛을 다셨다.

“근데 카지노에 제대로 된 도박꾼 한 놈이 없네요? 같이 온 친구가 재미를 잃었다잖아요. 대충 게임 몇 번 했더니 600억이나 딴 게 아닙니까, 하하하...”

상대의 빈정대는 말투에 화가 난 이원은 주먹이 근질거릴 지경이었다. 꼭 두 손으로 저 녀석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아무리 양아치들이라고 해도 장사를 하는 사람은 적어도 기본은 지켜야 했다. 상대가 부수고 깨는 등 깽판을 치지 않았고 도박으로 정당하게 골탕을 먹였으니, 그도 질 수 없었고 도박판에서 갚아줄 수밖에 없었다.

이원은 어두워진 안색으로 카지노 책임자한테 물었다.

“얼마를 졌어?”

“사장님, 400억... 하고도 160억 졌습니다!”

책임자는 침을 삼키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이 숫자를 들은 이원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이미 600억 가까이 잃었는데, 정말... 파산할 지경이었다!

상대의 테이블, 정팔의 앞에는 칩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원의 부하는 도박 고수들이었지만 또 다 잃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씨 집안 도련님, 제 친구는 아직 흥이 가신 것 같지 않은데, 그만하라고 하시는 건 아니죠? 칩 추가해 주시죠?”

태석이 형이 조롱하는 말투로 말했다.

약 600억을 땄지만 상대는 전혀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인다. 순식간에 이원의 얼굴색은 흙빛으로 변했다.

그런데 카지노를 오픈하고 계속해서 영업하려면 손님이 돈을 땄다고 해서 그만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지 않으면, 그의 카지노 사업도 끝나게 될 것이다. 손님은 질 수밖에 없다고 광고할 수는 없지 않은가? 소문이 나면 누가 놀러 오겠냐는 말이다!

“비켜, 내가 할게!”

바로 이때, 이원의 부하라는 도박꾼은 옆으로 밀려났다.

이원은 어리둥절했고 이어서 윤도훈이 정팔의 반대편에 앉는 것을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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