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표 어르신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온 후 마당 안 분위기는 삽시간에 바뀌었다. 모두들 저도 모르게 윤도훈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때 조용히 현장을 떠나려 했던 유현과 주선미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집주인 또한 마찬가지였다.그 이유는 수광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수광에게 도움을 줄 사람이 온 것인가?수광이 그 사람을 부르는 호칭으로 보아 분명 그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일 것이다.“은표 어르신, 마침 잘 오셨어요. 저놈이 이렇게 많은 우리 형제들을 잔인하게 때려눕혔어요. 제발 저를 대신해 우리 형제들의 복수를 해주세요!”말을 마친 수광이 윤도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잔뜩 겁에 질렸던 표정에 어느새 의기양양함이 가득 담겨있었다.“이 자식아, 싸움 좀 한다고 거들먹거리지 마. 넌 우리 은표 어르신 앞에선 새 발의 피도 못 되는 놈이거든! 은표 어르신이야말로 진정한 유단자이셔! 은표 어르신의 힘이라면 손가락만 한 번 까딱해도 너 같은 건 손쉽게 깔아뭉갤 수 있어! 나도 은표 어르신 앞에선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니까! 넌 끝났어! 하하하...”수광의 말에 유현, 주선미, 그리고 집주인은 도망칠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천하의 수광의 뒤를 봐주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은표라는 걸 보아낼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때문에 은표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쉽게 가늠할 수 있다.은표가 있는 한 윤도훈은 절대 조금 전처럼 날뛰지 못할 것이다.은표의 세력과 권력 앞에서 싸움 실력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수광의 말에 의하면 은표는 심지어 유단자이기까지 하다.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무시무시한 포스를 내뿜고 있는 은표가 윤도훈에게 내릴 벌을 기대하고 있을 때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말았다!은표가 잠시 윤도훈을 살펴보고는 다급히 그에게 다가가 공손히 허리를 굽히는 것이다.“윤도훈 씨, 무슨 일이에요? 괜찮으세요?”은표는 송가네 할아버지의 사람이었다. 조금 전 그가 윤도훈에게 시선을 주었던
가난뱅이 놈이 수광의 뒷배에게 저렇게나 존경을 받다니!수광의 최후를 본 주선미와 유현은 자신의 다리와 허리가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윤도훈 씨, 저 사람들은...”은표가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을 보며 물었다.이 두 사람이 누구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꺼지라고 해요!”윤도훈이 차갑게 말했다.그의 목소리엔 이제 일말의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전엔 주선미라는 여자에게 한 줄기의 희망이라도 잡고 있었다면 지금 이 순간엔 그것마저도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다만 주선미는 필경 율이의 생모이기에 그녀를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그래. 우린 갈게! 우린 갈게!”유현이 여전히 윤도훈을 노려보고 있는 주선미를 끌고 걸음아 나 살려라 현장을 떠났다.“윤도훈 씨, 저번 저희 어르신을 살려주셨는데 급히 병원에 모셔다드리다 보니 겨를이 없어 감사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저희 어르신과 도련님께서 윤도훈 씨를 모셔 정중히 인사하려고 해요. 혹시 오늘 시간 괜찮으세요? 바쁘시면 다음으로 정해도 되고요. 윤도훈 씨의 뜻에 따를게요.”도운시 지하세계 우두머리이자 송가네 도련님의 오른팔인 그가 지극히 공손하게 윤도훈에게 청하고 있다.윤도훈은 처음엔 거절하려고 했으나 급히 생각을 바꿨다.“혹시 용수초라는 약재를 갖고 있나요?”은표가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저희 어르신께서 몸이 편찮으셔서 병 치료를 하느라 많은 진귀한 약재들을 모아 창고에 보관해 두었거든요. 아마... 있을지도 모르겠네요.”“좋아요! 그럼 잠시 물건만 정리하고 함께 갈게요.”윤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윤도훈이 밖에 내던져진 물건을 안에 넣으려 몸을 돌렸을 때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지저분하게 널려있던 물건들이 깔끔히 사라져버렸다.“윤... 윤도훈! 네 물건은 내가 이미 안에 들여놨어. 그리고 편히 지내. 얼마든지 있어도 돼. 다 괜찮아...”집주인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윤도훈에게 말했다.어느새 집주인이 밖에 내던졌
윤도훈은 일단 은표를 병원으로 보내 율이의 퇴원 절차를 마친 뒤 아이를 데려와 함께 송가네 집으로 가기로 했다.오늘 험악한 일이 벌어진지라 아이를 혼자 병원에 두는 건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것이다.아빠와 함께 다른 집에 초대됐다는 것을 알게 된 율이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사실 5살이 된 율이는 이미 일찌감치 유치원에 다녀야 했었다. 하지만 병을 앓고 있던 탓에 줄곧 유치원에 가지 못했던 것이다. 하여 율이는 항상 외로웠고 사람을 그리워했다.송가네 가문 저택에 도착하자 마당에 마주 앉아있는 두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송가네 할아버지의 오른쪽엔 송윤이 바비인형을 안고 증조할아버지가 장기를 두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의 노인은 청색의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실로 괴이했다. 그 뒤엔 스무 살 남짓한 묘령의 여자가 서 있었는데 준수한 외모에 S라인 매혹적인 몸매를 뽐내고 있었다.윤도훈은 마당에 들어선 후 일단 가면을 쓴 노인을 살펴보고는 묘령의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뭘 봐요?”묘령의 여자가 윤도훈의 시선을 느끼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쏘아붙였다.이 여자, 성격이 별로 안 좋은 듯하다.“윤도훈, 자네 드디어 왔군!”송가네 할아버지가 윤도훈을 보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를 맞이했다.은표가 윤도훈의 거처까지 찾아냈다는 건 송가네 집안에선 이미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그 모습에 가면 노인과 묘령의 여자의 눈에서 놀라움이 비쳤다.천하의 송가네 할아버지가 젊은이 한 명에게 저토록 예를 갖추다니?“지연아, 조용히 있거라. 저 젊은이는 네 할아버지의 손님인 것 같구나.”가면 노인이 말했다.지연은 그제야 입을 삐쭉거리며 윤도훈에 대한 적대적인 눈빛을 거두었다.하지만 마음속에선 이미 윤도훈을 변태적인 부류의 사람으로 각인시켰다. 그가 쳐다보던 곳이 그녀를 분노케 했기 때문이었다.“어르신, 안녕하세요.”윤도훈이 자연스레 말했다.“이 아이는...”송가네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율이를
송가네 할아버지가 확신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윤도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할아버지, 조심하셔야 해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 줄 알고 이것저것 다 챙겨주시겠다는 거예요?”지연이 삐딱한 눈으로 윤도훈을 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변태나 사기꾼을 보는 듯했다.“내 정신 좀 봐라. 너희들한테 소개를 해주는 걸 잊었구나. 진철, 지연아, 이분은 윤도훈 신의 시다. 그날 이분이 없었다면 난 이미 이 저승에 가 있었을 거야! 손 닥터까지도 이분을 신의라 칭송하더구나. 참, 진철아, 네 병도 윤도훈 씨에게 보여보는 게 어때?”“난 상처지 병이 아니야. 치료하지 못해. 설사 치료가 된다고 해도 안 할 거야. 이건 내 훈장과도 같은 상처니까!”진철이 못 믿겠다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또한 난 지금까지 이렇게 젊은 신의는 본 적이 없어.”그 말엔 윤도훈에 대한 불신이 가득 담겨있었다.“훈장이라고요?”윤도훈이 진철을 살피며 눈썹을 치켜들었다.“맞네! 예전 외적을 물리치러 전장에 나갔을 때 상처를 입은 거야. 이런 상처는 우리 늙은이들에겐 훈장이나 다름없어! 하지만 애석하게도 진철이가 다친 곳은... 아이고...”거기까지 말한 송가네 할아버지는 한숨을 푹 쉬고는 입을 닫았다.진철이 상처를 입은 곳은 다름 아닌 얼굴이었다.당시 적의 총탄이 그의 얼굴을 꿰뚫고 지나가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때문에 진철은 오랫동안 어두운 가면 속에서 살아왔다.집안을 강성하게 일으켜 세우고 높은 지위를 얻었지만 정작 자신은 사람들에게 진짜 얼굴조차 보여줄 수 없다.그 탓에 성격은 날로 괴팍해져 갔고 사람들과의 교류도 피했다. 이젠 심지어 가족들과의 왕래도 끊어버렸다.지금은 강진시를 떠나 주로 천운시에 거주하고 있고 곁엔 지연, 이 손녀 한 명만 남겨두었다.얼굴 부상이 그에게 가져다준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진철을 향해 존경심을 표했다. 전장에서 용감히 싸웠던 선배님들은 모두 존경을 받아야 마땅하다.“어르
율이와 현이가 한창 재밌게 뛰어놀고 있었다. 은표가 남아서 두 아이를 챙겼고 다른 이들은 모두 안으로 들어갔다.윤도훈의 요구대로 송가네 할아버지가 은침을 보내왔다. 진철은 자리에 누운 뒤 스스로 가면을 벗었다.윤도훈을 ‘까발리기’ 전까지는 그래도 고분고분 말을 잘 들었다. 그가 가면을 벗자 오랜만에 본 옛 친구의 모습에 송가네 할아버지는 감동 어린 표정을 지었다.늘 곁에 있던 지연마저도 가슴이 저렸다. 왜냐하면 진철은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기에 손녀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진철의 이목구비가 전부 비뚤어진 상태였다. 콧대가 왼쪽으로 휘어졌고 턱은 오른쪽으로 비뚤었으며 심지어 잇몸뼈까지 다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양 볼에는 보기만 해도 몸서리칠 정도의 둥근 흉터가 있었다. 옛 모습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고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지연의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고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입을 틀어막았다.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정말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만약 할아버지를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상대가 잠자리를 원한다고 해도 그녀는 기꺼이 들어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윤도현 이 사기꾼이 할아버지를 치료할 수 있다는 걸 절대 믿지 않았다.진철도 그를 믿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리에 누운 채 아니꼬운 말투로 말했다.“어때? 아직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해?”지연도 한마디 거들었다.“지금 네가 사기꾼이라고 인정해도 늦지 않았어. 그런데 만약 할아버지한테 손을 댔는데도 아무 효과가 없다면 그 결과는 절대 네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닐 거야. 그러니까 잘 생각해!”그동안 그녀는 윤도훈 같은 사람을 수도 없이 봤었다. 돈과 명예 또는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또는 다른 목적 때문에 접근한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 하지만 결국 할아버지를 고친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심지어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당연히 고칠 수 있지! 영웅님이 지금 이 모습이 되신 건 얼굴 경락이 끊어지고 막혀서 그래. 그래서 이목구비가 삐
진철은 이 흉측한 얼굴이 자부심의 훈장이라면서 치료할 생각이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 말들이 절망에 빠진 그가 자신에게 건네는 위안뿐이라는 걸 사실 그는 알고 있었다.왜 가면을 벗고 싶지 않고 햇빛을 다시 보고 싶지 않겠는가?지금까지 수도 없는 치료가 물거품으로 돌아가면서 그는 완전히 희망을 버리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윤도훈이 그에게 일말의 희망을 주었다.평소 성격이 괴팍한 진철도 이 순간만큼은 말 잘 듣는 어린아이처럼 그의 말을 따랐다. 윤도훈이 움직이지 말라고 하자 입을 꾹 다물고 꼼짝달싹도 하지 않았다.곧이어 윤도훈이 침을 하나 꽂을 때마다 놀라운 광경이 나타났다!진철 얼굴의 흉터가 옅어졌고 삐뚤어진 이목구비도 눈에 띄게 천천히 제자리를 잡아갔다.용의 기운이 윤도훈의 체내에 있을 때는 온화하지만 은침을 통해 진철의 몸속으로 들어간 후에는 조금 난폭하게 변해버렸다.“이... 이거 꿈 아니지?”지연이 두 눈을 깜빡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와중에 방해될까 큰 소리로 말하지 못했다.“이건 의술이 아니라 선술이잖아!”송가네 할아버지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시간이 1분 1초 지나갔다...윤도훈은 진철의 얼굴에 은침 20개를 놓은 후에야 드디어 멈췄다. 침을 맞는 사이 진철은 얼굴이 저리고 가려우며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힘든 세월을 견뎌낸 사람은 역시 달랐다. 아무리 괴로워도 꼼짝달싹하지 않고 끝까지 버텼다.한 시간 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던 진철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수많은 어려움을 겪은 그지만 이 순간만큼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하하... 하하... 이거 나야? 거울 속 사람이 정말 나란 말이야?”진철은 이미지와 위엄 따위 신경 쓰지 않고 큰소리로 호탕하게 웃었다.아직 이목구비가 완전히 제자리를 잡아가진 못했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훨씬 많이 나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피부도 반들반들해졌고 주름도 많이 적어졌다. 양 볼의 커다란 흉터도 거의 안 보일 정도로 옅어졌다.지금 이 순간
“지연아, 내기에서 졌으면 승복할 줄 알아야 해! 나랑 송가네 할아버지 물러갈 테니까 너희 둘이 알아서 해.”진철은 손녀를 그윽하게 바라보고는 다시 가면을 쓰고 나가버렸다.자신의 이익을 위해 손녀를 파는 게 아니라 지연과 윤도훈이 내기를 한 건 사실이었다. 일언이 중천금인데 사람이라면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였다.“윤도훈 씨도 의외로 감정적인 사람이네? 하하...”송가네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고는 진철을 따라 나갔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송씨 가문에 나이도 적합하고 얼굴도 예쁜 여자가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있으면 윤도훈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다.‘윤도훈 씨가 여색을 좋아한다고? 그럼 좋지!’한 사람을 만날 때 상대가 아무런 욕구도 없다면 그거야말로 가장 골치 아픈 일이다.할아버지와 송가네 할아버지가 나가자 지연은 제자리에 선 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러더니 윤도훈을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그를 노려보았다.“애도 있는 사람이 파렴치하기 짝이 없군!”그녀가 이를 꽉 깨물고 욕설을 내뱉었다.“남자는 죽을 때까지 마음은 소년이라는 말 몰라?”윤도훈도 지지 않고 받아쳤다.“너...”지연은 시뻘게진 얼굴로 숨을 들이쉬고는 결단을 내렸다. 그러고는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처럼 두 눈을 꼭 감았다.“그래! 내기에서 졌으니 승복해야지. 개가 본다고 생각하지, 뭐!”그녀는 약속대로 옷을 벗으려 했다. 그런데 그때 뜨거운 손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무슨 뜻이야? 대체 어디까지 나한테 모욕을 줄 건데?”지연이 잠깐 멈칫하더니 분노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윤도훈이 피식 웃었다.“됐어, 사실 내가 이긴 것도 아닌데. 할아버지를 완전히 고쳐드릴 수 있다고 내기를 걸었었는데 아직 완전히 고치진 못했잖아. 그러니 비긴 거나 마찬가지야.”“응?’지연은 의외라는 눈빛으로 윤도훈을 빤히 보았다. 그런데 윤도훈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뀔 무렵 그의 이어진 말에 그녀는 하마터면 폭발할 뻔했다.“그리고 너의 무성한 체모를 볼 생각
그의 기억 속에 용혼소울링, 용황경 그리고 용안관철술 말고 다른 복잡한 것들이 더 있었는데 그중에는 여자에게 적합한 공법도 적지 않았다.“정말이야?”지연의 두 눈이 반짝였고 윤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한 번만 널 믿을게! 날 속였다간 죽여버릴 줄 알아! 전화번호 뭐야?”지연이 입술을 꽉 깨물고 사나운 척했다....윤도훈이 송씨 저택을 나설 땐 이미 밤 8시가 다 되었다.송가네 할아버지가 기어코 밥을 먹고 가라고 하는 바람에 식사를 마친 뒤에야 은표가 윤도훈과 율이를 집까지 데려다줬다.그런데 아쉬운 건 윤도훈이 송 씨 저택의 약 창고를 다 찾아봤지만 용수초는 보이지 않았다.다행히 현재 율이의 상태가 괜찮아 그리 급한 건 아니었다.또 이틀이 지났다!요 이틀 동안에는 율이의 입학 문제로 분주히 돌아쳤다. 송씨 가문에서 사람을 찾아 도와준 덕에 현이와 같은 유치원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그날, 두 아이는 아주 재밌게 놀면서 하루를 보냈다. 유치원에 가면 다른 어린이들과도 함께 놀 수 있다는 생각에 율이는 요 이틀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았다.입학 첫날 아침, 윤도훈은 율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준 후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부터 ‘부임’할 수 있다고 알렸다.이진희는 윤도훈에게 바로 회사로 나오면 된다고 했다. 윤도훈이 택시를 타고 회사 앞으로 왔는데 경비원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거기 서! 당신 누구야?”한 경비원이 윤도훈을 아래위로 훑으며 물었다.“이진희 대표님의 새 비서입니다.”윤도훈이 대답했다.“난 그런 얘기 들은 적 없는데? 대표님 옆에 이런 비서가 있었나? 신분증 있어? 없으면 당장 꺼져!”경비원의 태도는 무척이나 무례했다. 경비원의 말에 윤도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날 이진희는 윤도훈이 앞으로 자신의 운전기사 겸 비서라고 분명히 얘기했었다. 하지만 그에게 증명 같은 건 주진 않았다.그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어 경비원에게 얘기 잘해달라고 부탁하려던 그때 한 예쁜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바로 이진희의 비서 양유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