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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1화

서지현은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으로 거기 서 있었다.

가연 왕후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탁자를 돌아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그중 한 벌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판금 공예 중 하나죠. 주변에 사용한 이 금실의 원자재는 우리 남양의 이웃 나라에서 오고요. 매년 생산되는 양이 적어 매우 귀하지만 부드럽고 연해서 탄탄하지 않으니 자수를 놓을 때도 배로 조심해야 끊어지지 않게 완전하게 수를 놓을 수 있죠.”

이 금실은 서지현도 들은 적 있지만 이렇게 본 건 처음이었다.

“이런 공예는 바느질에 대한 요구도 매우 높아요.”

가연 왕후는 그런 서지현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말했다.

“이 옷 한 벌 만드는 데만 해도 5에서 6개월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경험 있는 장인들이 같이 협력해야만 이 한 벌을 만들어낼 수 있죠.”

서지현은 입술을 깨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서지현 씨, 나는 당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게 아니에요.”

가연 왕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사람이 가끔 뭔가를 해내지 못할 땐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견식이 문제거든요.”

“이 옷과도 같죠. 본적도 없고 이런 공예를 접한 적도 없으니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자수를 놓지 못하는 거예요.”

“서지현 씨와 나석진 씨, 둘 사이도 마찬가지예요.”

“서지현 씨도 남양에 온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있죠? 통역사 찾을 필요 없이?”

씁쓸함이 목구멍을 가득 메웠다. 서지현은 두 손을 꽉 움켜쥐었고 손톱은 그렇게 그녀의 살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서지현은 아픈 줄 몰랐다.

가연 왕후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서지현은 이렇게 좋은 옷을 접하게 되었지만 어떻게 고치고 관리하는지 모른다. 나석진처럼 좋은 남자를 만났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신분 차이가 점점 드러나면서 갈등이 심해지고 생각이 엇갈리게 될 것이다.

신선함이 지나고 서로 사랑이 식어도 과연 서로를 배려해 줄 수 있을까?

서지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에게 나석진을 포기하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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