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은 관자놀이를 누르며 말했다.그러자 임이한이 턱을 들어올렸다.[그럴 생가기에요. 아무래도 매 박물관 마다 전시된 시체가 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한번 씩 둘러볼 필요 있어요.]“그렇긴 하네요.”윤슬은 턱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이런 박물관은 공개된 게 아니라고 했잖아요. 그런 어떤 사람들한테 열리는 건데요?”[의사, 군인, 정치인.]임이한은 차키를 누르고 차문을 열었다.그러자 윤슬은 의혹이 담긴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도 포함되면 임 선생님이 티켓을 구입하는 것도 엄청 쉽겠네요? 의학계에서 유명인사
이날 밤 남자는 마치 미친 사자처럼 윤슬을 극도로 요구했다.만약 지금 윤슬의 신체 능력이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게 아니라면, 아마 두번 만에 기절했을 것이다.기절은 하지 않았지만 윤슬은 여전히 지쳐서 침대에 퍼져있었다. 그녀는 정말 손 하나 까닥하고 싶지 않았고 그저 눈을 가늘게 뜨고 천장만 쳐다보았다.반면 남자는 배부른 사자처럼 나른하게 가운을 입고 있엇다.그러자 윤슬은 화가 나서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고 더 이상 부시혁을 쳐다보지 않았다.중간에 몇 번이나 그만하자고 애원했는데, 남자는 매번 마지막이라고 했다.‘마지막은 무
부시혁은 성급하긴 하지만 윤슬이 피곤한 걸 보고 그만 포기했다.이런 상황에서 만약 계속한다면 변태와 다름없으니까.남자의 생각을 알아챈 윤슬은 표정이 이미 누그러졌다. 그녀는 마치 어린 아이처럼 부시혁 품 안으로 파고 들며 따뜻하고 편안한 자리를 잡았다.부시혁은 이런 윤슬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늦었으니까, 일단 자.”“잠이 안 와요. 이따가 잠이 오면 그때 잘게요.”윤슬은 남자 품 안에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부시혁은 강요하지 않고 그저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그럼 나랑 얘기
‘고도식 부부가 좋은 보모라고 칭찬하고 있어…….’확실히 윤슬 말대로 고도식 부부는 좋은 부모였다.27년 전, 고도식 부부는 윤강호가 고유정을 죽였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이 27년 동안 고도식 부부는 이 죽을 딸을 계속 마음에 새겨두었고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이건 많은 부모에게 있어서 불가능한 일이었다.아이는 죽었지만 산 사람은 계속 살아야 하기에, 죽은 아이를 위해 죽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더구나 고유정이 죽은 지, 이미 27년이 지났다.아마 대부분의 부모가 죽은 아이를 잊은 채 살고 있겠지만, 고도식 부부는
윤슬은 눈을 가늘게 뜨고 경계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이 남자가 이런 말 할 땐, 분명히 무슨 꿍꿍이가 있어.’“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윤슬의 경계하는 눈빛을 보고 부시혁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그러자 윤슬이 콧방귀를 뀌었다.“알면서 뭘 물어요?”“모르겠는데?”부시혁은 고개를 저으며 정말 모르겠다는 뜻을 표시했다.하지만 윤슬은 여전히 부시혁을 노려보고 있었다.“됐거든요. 모르겠다고요? 뻔히 알고 있으면서.”“그럼 말해 봐. 내가 뭘 알고 있는지.”부시혁은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그러자 윤슬은 입술을
부시혁은 순간 이마를 찌푸리고 정말 말이 안 통한다는 눈빛으로 문밖에 서 있는 장 비서를 쳐다보았다.그러자 장 비서의 입꼬리가 움찔했다.‘뭐야? 왜 날 바보처럼 쳐다보는 거야? 내가 잘 못 말했나?’생각에 잠겨 있던 장 비서는 갑자기 뭔가를 발견했다.벌어진 가운 틈 사이로 드러난 부시혁의 목에 잇자국과 손톱자국이 남겨져 있었다.비록 경험은 없지만 그래도 알건 다 아는 장 비서였다.그래서 순간 표정이 어색해졌다.‘이 긁힌 상처를 보니,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이었네.’그리고 부시혁이 말한 그 ‘고양이’가 누군지, 굳이 생각
윤슬은 일단 한발 물러섰다.만약 이 방법이 장 비서한테 통한다면 좋겠지만, 만약 통하지 않는다면 윤슬도 그저 부씨 그룹의 비밀이라 여기고 더 이상 이 문제를 물어보지 않을 생각이었다.모든 건 장 비서의 선택에 달려있었다.윤슬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저 백미러의 미친 장 비서를 조용히 주시했다.부시혁과 오래 있어서 그런지 윤슬의 분위기도 점점 부시혁을 닮아가는 것 같았다.그래서 장 비서는 윤슬의 이런 태도에 살짝 압박감을 느꼈고 머리가 지끈햇다.‘역시 부부야. 둘 다 기세가 장난 아니네.’장 비서는 머리를 긁적이며 속으
장 비서는 당연히 윤슬의 안쓰러운 눈빛을 발견했다.윤슬이 부시혁을 안쓰러워한다는 건 부시혁을 사랑한다는 의미였다. 그렇지 않으면 부시혁한테 무슨 일이 생기든 윤슬은 절대 개의치 않을 테니까.그래서 장 비서의 기분이 꽤 흐뭇해졌다.“네. 이 일을 들은 대표님의 반응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성을 잃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에요. 대표님께서 소성을 죽이러 갈까 봐, 제가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몰라요.”장 비서는 이렇게 말하며 이마의 식은땀을 닦았다.윤슬도 주먹을 쥐었다.“소성이 감히 이런 협박을 하는 것도 틀림없이 도와주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