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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너무나 쉽게 돌아서는 로젠의 모습에 오히려 당황한 건 강시유 쪽이었다.

로젠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냉장고 쪽으로 다가가더니 캔맥주를 하나 꺼내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시유 씨,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네요.”

고개를 젓던 로젠이 말을 이어갔다.

“난 시유 씨가...”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적당한 단어를 찾으려는 듯 눈동자를 굴리던 로젠이 어깨를 으쓱했다.

“좀 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실망이네요.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대로 즐겁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한 거 아닌가요? 강시유 씨가 원하는 걸 마침 내가 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걸 마침 강시유 씨가 가지고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살아요?”

엄밀히 말하면 강시유에게 차인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로젠은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여유로움에 강시유는 더 비참한 기분이 밀려들었다.

“아, 걱정하지 말아요. 이미 거절의 뜻을 밝힌 여성을 힘으로 굴복시킬 생각은 없으니까요.”

고개를 끄덕이던 로젠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이만 나가줄래요? 쉬고 싶어서요.”

대놓고 나가라고 눈치를 주는 로젠의 모습에 강시유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로젠은 목소리 한번 높이지 않았고 젠틀한 태도로 일관했으니 화를 내려 해도 명분이 없었다.

게다가 방금 전 이미 거절의 뜻을 밝혔으니 이제 와서 말을 돌리는 것도 꽤 쪽팔린 일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푹 쉬세요.”

결국 뾰족한 수를 생각해 내지 못하고 방문을 나서려던 그때, 로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시유 씨!”

강시유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앞으로 여기서 일주일 동안 있어야 하잖아요? 그 동안 천천히 고민해 봐요.”

맥주캔을 든 로젠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네...”

강시유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대답한 뒤 방을 나섰다.

방에 혼자 남겨진 로젠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언젠가 강시유가 넘어오게 될 거란 걸 알고 있 듯이 말이다.

한편, 강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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