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는 한차례의 고통 속에서 깨어났다.비명을 지르며 눈을 번쩍 뜬 프레드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고개를 돌리자 한쪽 팔이 고정된 것이 보였고, 옆에는 사람들이 서 있었는데 각자 프레드의 손발을 누르고 있었다.잠에서 깬 프레드를 본 누군가 한마디 했다.“죄송합니다. 공작님! 당신의 팔을 위해서 무례할 수밖에 없습니다.”팔의 통증에 정신이 번쩍 든 프레드는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끗 보다가 의사를 향해 물었다.“얼마나 더 걸릴 것 같아?”“30분 정도요.”조심스럽게 부목을 대면서 의사가 말했다.“내 손이 부러질까? 다시는 못 쓰는 거 아니야?”이건 지금 프레드의 최대 관심사다.의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검사 결과 공작 전하께서는 팔이 부러진 곳이 이상해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부러진 게 아니라... 탈골한 거예요.”“탈골?!”“H 국 사람들의 각도에서 보면 그래요. 당신의 팔은 맞춤한 힘으로 관절의 접합부가 외력으로 빠졌어요. 뼈는 다치지 않았지만 부목으로 고정해야 해요. 잘 싸맨 후, 이 팔을 최대한 적게 움직여야 합니다.”의사는 눈살을 찌푸린 채 말을 하면서 부목을 댔다.“뼈도 안 다쳤는데 부목은 무슨!”프레드는 짜증이 났다.“30분 남았어! 내 일을 그르치지 마!”다급하게 침대에서 내려오려던 프레드는 다른 사람에게 눌린 채 화를 냈다.“다 꺼져!”“공작 전하, 건강을 위해 움직이지 마십시오!”옆에 있는 사람은 손을 떼지 않았다.”“중요한 일이 있으니 이걸 풀어, 그렇지 않으면 모두 명령을 거역한 죄로 처벌할 거야!”날카롭게 말하는 프레드의 표정은 농담 같지 않았다. 겁을 먹은 사람들은 안색이 변한 채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프레드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다리를 움직이고 팔을 움직여 보았지만 여전히 아프고 자유롭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예전만큼 아프지는 않았다.큰 문제가 없다고 느낀 프레드는 침대에서 일어나 신발을 밟다가 뭔가 생각난 듯 의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체내에 독이
프레드는 앞서 한소은이 했던 실험과, 그녀를 감시하고 미행하던 중 알게 된 일을 떠올리며 물었다.“사람 손목을 만져서 중독됐는지 판단할 수 없어?”의사는 담담했다.“공작 전하께서 말씀하신 그런 것은 아마도 H 국의 한의사가 진맥을 보는 것이겠죠. 미안하지만, 우리 서양 의학은 이런 신기한 학과를 배운 적이 없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가 있어서 일찍이 연구하려고 했었죠.”“그런데 아직 배우지 못해 죄송합니다.”그 의사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프레드는 그 모습에 화가 나 돌아서서 침을 뱉었다.채혈이 끝난 뒤 팔에 달린 면봉을 누르며 프레드는 그제야 몸을 일으켜 의사를 향해 말했다.“얼마나 걸리면 결과가 나올까?”“약 30분 정도요.”“또 삼십 분!”이를 악물고 프레드가 그를 노려보았다.“좋아! 30분만 줄게. 결과 나오면 바로 보고해!”만약 결과가 나왔지만 자신이 중독되지 않았다면 한소은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프레드가 밖으로 나가자마자 누군가가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공작님, 공작 전하, H 국 사람들이 이미 소독작업을 시작했습니다.”“뭐?!”프레드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귀를 의심했다.“난 아직 안 나갔어. 허락한 적 없는데 감히 먼저 시작했다고?”“위의 명령이고 우리에게 통지서를 보냈다고 했어요. 그 이유가 너무 정당해서 거절할 수 없었어요.”무엇보다 프레드가 없으니 아랫사람들은 거절할 자격도 배짱도 없었다.“너무하네.”한기 가득한 얼굴을 한 프레드는 피 묻은 면봉을 내동댕이쳤다.“어디야!”프레드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 약물을 뿌리고 있는 중무장한 사람과 마주쳤다.“멈춰!”프레드가 호통을 쳤다.‘누가 당신들이 여기에 소독수를 뿌리는 것을 허락했어? 여기는 대사관이야, 내가 허락하지 않았는데 감히 함부로 침입하다니!’밀폐된 방호복을 입은 그 사람은 손에 든 분무 도구를 멈추고 프레드를 바라보며 대답했다.“여기가 대사관인 것은 맞지만, 여기는 H 국이라는 것도 잊
“프레드.”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프레드가 대답했다.“네.”“그들에게 협조해.”“?!!”프레드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은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그의 답변을 기다리는 듯 서 있었다.프레드는 다시 몸을 돌려 밖으로 몇 걸음 더 나가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계속 말했다.“여왕 폐하, 이 사람들이 무엇을 하러 왔는지 아세요? 소독이 아니라 소독이라는 핑계로...”“사람을 찾는다, 그렇지?”그의 말을 끊은 여왕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아시면서 왜...”프레드는 깜짝 놀랐다.여왕이 상대방의 속셈을 모르기 때문에 풀어주겠다는 말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이 사람들을 들여보내라고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들이 들어오게 한다는 건...“프레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 여기는 대사관이지 Y 국 왕궁이 아니야. 프레드가 한번 거절할 수 있지 두 번, 세 번 거절할 수 있겠어? 그들은 단념하지 않을 거야.”잠깐 뜸을 들이던 여왕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들을 들여보내. 막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게 그냥 내버려 둬.”“한 번 철저히 수색하라고 해야 진짜 체념할 것이고, 다음번에도 핑계를 대기가 쉽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프레드는 그제야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여왕 폐하!”전화를 끊고 난 프레드는 다시 생각하더니 그제야 돌아서서 뒤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그는 상대방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모두 몇 명이지?”“다섯 명입니다.”상대방이 대답했다.“각자 다른 층에 있는데 모두 불러서 지시를 들을까요?”대답은 이렇게 하면서도 말투는 조금 무례했다.“아니, 소독해야 하는 거 아니야? 가봐, 모든 층과 방을 잘 소독하고, 지저분한 바이러스나 역병 같은 것이 우리 대사관에 퍼지지 않도록 해. 우리 이곳 사람들이 병에 걸리면 당신들 나라가 책임져야 할 거야!”
대사관 전체 부지가 작지 않고 직원들도 적지 않았는데 가끔 그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Y 국어로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여전히 예의를 지켰다.방호복을 입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김서진은 ‘수색' 작업을 계속했다.방에 들어갈 때마다 그는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대부분 일반 사무실일 뿐이었다. 안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는데 보아하니 숨겨진 길이나 방이 따로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자신의 집에도 있고, 많이 접촉하다 보니 밀실 기관에 대한 경험도 있기에 어느 정도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분명히 이 방들이 정말 평범한 방일 뿐 아무런 흔적도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건물 전체를 다 쓸었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다른 사람과 마주쳐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역시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었다.김서진은 포기하지 않고 다음 건물로 향했다.프레드는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무표정한 채 CCTV 화면으로 다섯 명이 한 명씩 방에 들어가서 샅샅이 수색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보호복을 입은 사람 중 한 명이 의무실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던 프레드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한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는 재빨리 마우스를 움직여 CCTV 화면을 실내로 돌렸다.실내에는 침대 두 개와 간단한 의료장비가 놓여 있었지만 방안은 텅 비어 아무도 없었다.프레드는 어리둥절했다.여러 각도로 CCTV를 바꿔서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안에 확실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순간적으로 머리가 텅 비었고, 마침 그때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여기는 의무실이라 소독할 필요가 없다.”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호원이 앞을 막았다.프레드는 벌떡 일어나 모니터의 여러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두 손으로 책상을 짚고 생각한 뒤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섰다.프레드가 의무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경호원은 H 국 사람들과 싸우고 있었다.“소독이 필요 없다고 했잖아, 매일 의사가 쓸 정도로 소독이 잘 돼 있다고.”“우리 나름의 기준이 있으니 방마다 소독을
프레드는 웃었다.“무리한 요구는 아니야. 다만 오늘 소독한 후 대사관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지 않기를 바라.”“협조할 수 있어. 하지만 오늘은 소독하고, 내일은 청소하고, 나중에 또 검사하러 오면 우리는 정상적인 업무를 진행할 수 없어. 더군다나 이곳은 우리 Y 국의 대사관이고 기밀문서도 많아. 만약 차질이 생기면 양국의 국교에 좋지 않겠지?”도리에 맞는 말이니 거절할 수 없었기에 방호복을 입은 사람은 프레드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 오늘 소독을 한 후에 다시는 우리를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적어도 요즘은 안돼.”프레드는 손가락을 내밀며 또박또박 말했다.방호복을 입은 사람은 직접 대답하지 않고 에어팟에 대고 확인한 후 말했다.“네, 저희 측에서 동의했어요. 합리적인 요구였어요.”“자, 들어가. 이 방뿐만 아니라 모든 방을 검사할 수 있어... 아니지, 소독이지! 빨리 진행해. 아직 할 일이 많은데 만약 지체된다면... 양국간의 왕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전문가예요.”상대방은 놀라지 않고 기계를 들고 들어갔다.방안은 텅 비어 아무도 없었고, 침대도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창문이 높아서 밖이 보이지 않았고 채광도 그리 좋지 않았다.“이 방은 빛이 잘 들지 않아서 환자의 건강을 회복하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돼요.”한 번 훑어보다가 옆으로 돌아 프레드에게 말했다.“여기는 단순히 상처를 치료하는 의무실일 뿐 환자를 오래 머물게 하지 않아. 그러니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요. 왜, 소독 담당자가 이런 것도 신경 써야 하나?”“직업 습관이죠.”담담하게 말하고는 기계를 들고 방에 뿌리기 시작했다.프레드는 문 앞에 서서 떠나지 않고 막지도 않았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방안에는 강한 소독약 냄새가 가득했다.“이 소독수가 인체에 해가 없지? 만약 우리에게 무슨 후유증이 생기게 되면 당신들을 찾아 결판을 낼 거야!”프레드는 화를 내며 말했다.“일반 소독제에요. 귀국의
프레드는 더는 따라가지 않고 고개를 돌려 소독제가 뿌려진 방을 샅샅이 훑어보았다.이 방은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고 안에는 간단한 물건만 놓여 있어 한눈에 방 전체를 볼 수 있었다.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고는 방문을 살짝 닫고 난 프레드는 돌아서서 자신의 사무실을 향해 다시 걸어갔다.한 시간쯤 지나자 모든 소독이 완료됐고 5명이 현관에 모여 서로를 바라보았다.“어때?”프레드가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왔다.“일은 다 끝났어? 모든 방이 소독되었어?”“네!”앞장선 사람이 대답했다.“소독을 마쳤습니다. 귀국 대사관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그럼 무슨 바이러스니, 역병이니, 우리에게 전파되지 않겠지?”프레드는 한쪽 팔을 벌리고 몸을 옆으로 기울인 채 시큰둥하게 물었다.“네. 하지만 백 퍼센트 보장은 하지 못해요. 공작님도 의학을 공부하였으니 아마 아실 겁니다.”딱 잘라 말하지 않는 것이 대화의 기본 전제이다.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프레드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당신들의 일이 끝났으니, 나에게 약속한 것을 잊지 마. 최근 이 기간에 더는 우리의 일을 방해하지 말아 줄거지?”“우리는 방해한 것이 아니라...”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프레드는 말을 끊어버렸다.“됐어! 입에 발린 말은 그만 해!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어!”심지어 손을 들어 귀를 후비기도 했다.“당신들은 일을 다 보았으니 그만 가봐. 우리는 아직 중요한 일이 많아서 당신과 잡담할 시간이 없어!”프레드는 돌아서려 했다.프래드의 뒷모습을 보던 사람이 불쑥 입을 열었다. “공작 전하, 팔을 다치셨어요?”프레드는 걸음을 멈추고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여 팔을 쳐다보며 말했다.“그래, 며칠 전에 넘어졌어.”“나의 업무량이 많은 데다 다치기까지 하였으니 얼마나 힘들지 알겠지? 당신들까 번거로움을 더하려고 하지말고 넓은 아량으로 봐줘.”프레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넘어졌으면 부목을 칠 정도는 아닌데... 혹시 골절이라도 된 건가요? 어느 정도로 다쳤는지 저희가 한번
프레드는 천천히 몸을 돌려 상대방을 바라보며 물었다.“이분은 좀 낯이 익으신데 소독이 끝났으면 보호복을 벗고 이야기해지?”“죄송해요, 저희는 함부로 벗을 수 없어요. 하지만 공작 전하의 팔을 봐 드리는 것은 괜찮아요.”프레드의 팔을 잡으려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프레드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면서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피했다.“의사가 이미 나에게 약을 발라줬고, 나도 우리나라 의사의 기술을 믿어. 비록 H 국 의술도 대단하지만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어. 나는 여전히 내 나라를 더 믿어.”거절하는 프레드의 눈동자에는 적의가 가득했다.“네, 공작 전하의 선택을 존중해요.”“소독을 모두 마쳤으니, 일단... 돌아갈게요!”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밖으로 나갔지만 그 사람은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었다.프레드를 노려보는 그 사람의 두 발이 마치 못을 박은 듯했다.옆에 있는 사람이 손을 뻗어 그를 잡아당겨 억지로 끌고 갔다.뒷모습을 보며 프레드의 입가에 냉소가 번졌다.승합차로 돌아와 보호복과 마스크를 벗은 뒤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난 임성언은 화를 냈다.“방금 왜 나를 끌어냈어요! 우리는 분명히 아직 사람을 찾지 못했는데 이러면 헛수고에요!”아무런 수확도 없자 임상언은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나오지 않고서 뭘 하겠어요? 모든 방에 다 들어가 봤지만 수확이 있었나요?”김서진은 애써 차분하게 말했다.“하지만 아직 사람을 못 찾았어요. 분명히 숨겨진 곳이 있고 또 우리가 빠뜨린 것이 있을 거예요! 우리가 어떻게 그냥 떠날 수 있어요?”임상언은 화가 났다.“임상언 씨!”김서진은 큰 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잠시 후 다시 말을 이었다.“나오기 전에 나한테 뭐라고 약속했어요?”이 말을 들은 임상언은 풀이 죽었다.나오기 전에 그는 김서진의 지휘에 따르고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원래는 이번 일에서 뭔가 수확이 있을 줄 알았다. 모든 증거가 이곳을 가리키고 있었고
임상언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상한 거 없었어? 프레드가 팔을 다쳤는데 몰랐어?”임상언는 서한과 김서진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어리둥절하게 서로를 쳐다보았다.“봤어. 그런데 그게 뭐가 어때서? 아까 본인이 말했잖아. 넘어진 거라고.”임상언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참, 아까 왜 계속 팔을 치료해 주겠다고 그랬어? 왜 그렇게 착한 척해? 나는 차라리 걔 팔이 부러졌으면 좋겠는데 말이야.”김서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경계심이 많을 수도 있어.”임상언과 서한마저도 김서진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프레드는 김서진을 단호하게 거절했으니 무엇을 하려는지 대충 알아차린 게 분명했다.혹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지만 본능적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에 거절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임상언은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팔을 다쳤는데 무슨 수상한 점이라도 있어?”그러자 서한이 갑자기 뭔가 떠올리면서 말했다.“혹시 사모님과 관련이 있을까요?”김서진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한을 바라봤다. 임상언은 무술을 익힌 사람이 아니라 이 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도 지극히 정상이었다.김서진이 힌트를 주자 서한은 금세 눈치를 챘다. 프레드의 팔 부상은 일반 골절이 아니라 탈구였다. 게다가 일반적인 탈구도 아니고 인위적으로 팔을 부러뜨린 거였다.김서진은 한소은의 수법을 많이 봐왔기에 프레드의 팔을 봤을 때 느낌이 이상했다. 게다가 외국 의사들은 이 방면에 대해 경험이 많지 않고 탈구를 처리하는 일반적인 방법이 깁스하는 것이었다.한소은이 프레드의 팔을 부러뜨린 방식도 이상했고 깁스를 한다고 해도 뭔가 자연스럽지 않았다.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나중에 마주 보고 서 있을 때 그제야 프레드가 다친 것을 알았다.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프레드가 돌아서서 가려고 할 때 옆모습을 보자 김서진은 그제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김서진는 치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