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9화

이강현은 차분한 얼굴로 강빈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강 사장님, 제가 이렇게 해도 의견 없으시겠지요?”

강빈, 그가 지금 어떻게 안된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땅바닥에서 끙끙거리는 아들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이 놈의 죄값으로 마땅하다고 보네. 아들에 대한 이강현 씨 징계가 내 마음에 쏙 드는군.”

아들이 패대기쳐졌는데, 그 아버지는 오히려 마음에 쏙 든다고 말한다.

정중천은 찬 공기를 한 번 들이켰다. 이강현의 신분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진즉 알고 있었는데도 지금 또 한번 놀라게 된다!

‘강빈, 강성그룹 회장, 그의 큰아버지는 강창민이다!’

‘그의 인맥과 지위는 나하고 비교도 할 수 없지!’

이런 사람이 한 마디라도 하면 그, 정중천은 저 위에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뒤에 공손하게 서 있는 박상호가 보이지 않냐 말이다.

바닥에 드러누워 가랑이를 가리고 있는 강상인을 다시 쳐다보았다. 고통스러운 안색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보며 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저 대신 갚아주세요…….”

강빈의 얼굴이 분노로 떨리고 눈빛이 차가워졌다. 이강현이 그의 목숨을 남겨 준 것만해도, 이미 가벼운 처벌이었다!

“저 자식 데리고 나가라.”

강빈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처치 끝나면, 저 놈 경성으로 돌려보내. 경성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게 하지 마. 만약 감히 경성을 조금이라도 벗어난다면, 나한테 두 다리 모두 부러트려질 줄 알아!”

강빈의 뒤에 있던 수행원이 허리를 굽히며 정중하게 말했다.

“예, 사장님.”

곧 강상인이 실려 나갔다.

이 모든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본 박상호는 당혹스럽지만 두 눈을 번쩍이며 이강현을 응시했다.

‘맞아, 확실히 고씨 집안의 그 변변찮은 사위야!’

예전 고씨 집안 어르신이 자신을 손녀 딸 백일잔치에 초대했었다. 그때, 그를 본 적이 있다. 당시 이강현은 그야말로 누구보다 무능한 쓰레기였다.

그때는 그도 이강현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 이 젊은 놈이 참 구차하다고 생각했을 뿐.

‘지금 보니 모두가 오해하고 있었던 거야!’

잠시 후, 박상호가 두 손을 내밀며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맞이했다.

“이강현 선생, 안녕하십니까, 저는 박상호입니다.”

‘이건 기회야!’

박상호는 체제에 순응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자연히 강빈에게서 존경을 받는 사람이라면 필시 대단한 배경을 가진 부류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잠시 멈칫한 이강현이 박상호를 보면서 담담하게 손을 내밀었다.

“이강현입니다.”

‘역시 그 이강현이야!’

곧이어 수행원에게 계약서 한 부를 달라고 한 강빈이 정중한 태도로 이강현에게 건넸다.

“이강현 선생, 이것이 당신이 원하던 계약서요. 부인 고운란 씨만 서명하면 됩니다.”

이강현이 보지도 않고 말했다.

“내일 밤 고씨 가문의 연중기념연회에 직접 보내시지요.”

강빈은 현명한 사람이라 이강현의 의중을 순식간에 꿰뚫어 보았다.

그날 저녁 이후, 사람을 시켜 고씨 집안의 상황을 조사하게 했었다. 지금 고운란이 고씨 집안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이강현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강현은 고씨 집안뿐 아니라 한성에서도 기생오라비 같이 무능한 쓰레기로 유명했다.

분명 실력과 배경을 갖춘 이강현이 왜 이렇게 몸을 낮추고 지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강빈이다.

그러나 역시 더 묻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요, 이강현 선생. 걱정 마시게. 내일 저녁 반드시 잘 안배해 둘 테니.”

이 선생이 이렇게 하는 것은 내일 저녁의 연회에서 고운란의 어깨를 세워줘 고 어르신의 눈도장을 받게 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간단한 일이다.

이강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이아 하우스를 먼저 나갔다. 강빈 일행이 그 뒤를 따랐다. 박상호 역시 존경스럽게도 한쪽에 지켜 섰다.

문을 나선 이강현이 다이아 하우스를 돌아보며 정중천에게 말했다.

“여기, 마음에 안 들어. 밀어 버려.”

“네!”

정중천이 즉시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 후 전화 한 통에 불도저와 포크레인 다섯 대가 위풍당당하게 달려왔다!

꽈르르 쾅쾅!

한성의 상징적 건물 중 하나이던 다이아 하우스가 순식간에 폐허가 되었다. 완전히 초토화되어 버렸다!

이 장면 역시 순식간에 한성 전역으로 퍼지며 엄청난 반향과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누군가 녹화한 당시 현장의 영상에 이강현의 뒷모습이 담겨 있었다.

한성 사람들이 한창 떠들어댈 때, 박상호는 관련 TV방송국에 보도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원용호는 여러가지 죄명으로 법에 따라 체포 되였다.

다이아 하우스도 부정거래가 적발되어 차압 당했다.

현장에서 강성 그룹의 도련님 강상인이 뜻밖의 부상으로 병원에 호송되어 응급 치료를 받았다.

아무튼 모든 유언비어가 효과적으로 통제되었다.

이강현의 신분은 조금도 유출되지 않았다.

고씨 집안 운생 제약회사

고흥윤과 고청아는 지금 사무실 안에 숨어 있었다. 당당하게 나올 수가 없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동영상을 보며 경악했다!

‘다이아 하우스가 폐허가 되었어!’

‘강상인도 다쳤어!’

‘어떻게 이런 우연의 일치가?’

“고흥윤, 좀 봐, 이 뒷모습 이강현 같지 않아?”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던 고청아는 영상 중에 비치는 뒷모습 하나가 매우 의심스러웠다.

고흥윤은 몇 번 보더니 눈썹 찌푸리며 말했다.

“말도 안돼. 이강현 그 쓰레기가 어떻게 거기에 있을 수 있어?”

“그럼 다이아 하우스가 왜 갑자기 철거되고, 강상인까지 다쳤는지 말해봐.”

고청아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이 모든 것이 이강현의 소행이라고? 절대 그럴 리가 없어! 그 놈은 마누라 등쳐먹는 쓰레기야. 그냥 우연의 일치일뿐이야!”

고흥윤은 믿지 않았다.

고청아도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내일 저녁이 바로 연중기념연회인데 어떻게 할 작정이야?”

고흥윤은 연이어 코웃음을 치더니 사납게 말했다.

“당연히 사람들 보는 앞에서 그 년을 회사에서 내쫓아야지!”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웃으며 다이아 하우스의 일도 잊어버렸다.

어쩌면, 정말 뉴스에서 말한 그대로일지도.

이쪽, 이강현은 병원으로 달려와서 병상에 누워 있는 고운란을 보았다. 지금 허약해진 그녀는 이강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차갑게 고개를 돌리며 몰래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

“뭐 하러 왔어?”

이강현은 웃었다. 앉아서 사과를 깎아주며 말했다.

“우리 마누라 돌보러 왔지.”

피식 웃은 고운란이 얼굴을 돌리며 물었다.

“당신은 괜찮아? 방금 TV에서 그러는데, 그 다이아 하우스가 처벌 받았대. 그 강상인도 다쳤다던데, 당신은?”

고개를 저은 이강현이 세심하게 깍은 사과 조각을 고운란에게 건네며 말했다.

“나는 괜찮아. 내가 갔을 때, 마침 사람들이 와서 조사하는 걸 봤어. 그래서 바로 당신 데리고 나온 거야.”

고운란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녀는 이강현 말의 그 진위를 몰랐다.

“그럼, 강상인한테 손 안 댔지?”

고운란이 걱정하며 물었다.

상대방은 어디까지나 강성 그룹의 도련님이었다. 만약 그에게 미움을 산다면 운생제약과 강성그룹의 합작은 완전히 물 건너 갈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본부장 직위도 없어질 터였다.

“손 좀 봤지.”

이강현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고운란은 놀라서 눈을 크게 뜨며 안절부절 했다.

“당신 그 사람을 어떻게 했다고? 아이고, 왜 그 사람에게 손을 댔어? 그 사람은 강성그룹의 도련님이야. 어떡해. 이제 강성그룹과의 합작은 물 건너 갔어. 그리고 당신, 사람을 때렸으니 강상인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고운란은 매우 초조해 보였다. 이마에 방울방울 땀이 맺혔다.

이강현이 부드럽게 웃으며 고운란의 입에 사과 한 조각을 집어넣었다.

“됐어, 거짓말이야. 손을 대지 않았어. 나 그렇게 어리석지 않아. 하지만, 그가 당신한테 그런 것 보고 그때 하마터면 죽일 뻔했어.”

이 말을 들은 고운란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얼굴이 붉어졌다. 민망한 듯 침대 시트를 잡으며 말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내가 그래서는 안되었는데…….”

이강현이 고운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더 이상 생각하지 말고 푹 쉬어. 내일 저녁이 연중기념연회잖아.”

연중기념연회를 언급하자 고운란이 멍한 모습으로 서글픈 듯 중얼거렸다。

“어떡하지, 나 강성그룹과의 합작을 성사시키지 못해서. 내일 저녁 연회에 고흥윤 패들한테 분명히 비웃음 당할 거야.”

“걱정 마. 내가 있잖아.”

이강현은 이순간 정중하게 말했다.

고개를 든 고운란은 반짝이는 이강현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서 이제까지 없었던 안정감을 느꼈다.

‘이 사람이 그 변변치 못하던 내 남편이란 말이야?’

“너 그게 무슨 뜻이야?”

작은 입을 살짝 벌린 고운란이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

“강성그룹의 합작, 내가 해결해 줄게.”

이강현이 말했다.

2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