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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너 뭐야, 입 닥쳐! 네가 말할 자격이나 돼?”

이때 최순이 달려들어 원한을 가득 품은 눈빛으로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찌질한 놈이 뭘 더 창피하게 하려고 말을 계속 하는 거야?

고 씨 어르신도 이 일에 더 이상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됐어, 계약서를 따냈으니 너희들이 서로 힘을 합쳐 나머지 일도 성사시켜야 해. 그게 가문을 위한 일이고 서울 상류층에 진입할 지름길이야. 절대 나태해서는 안 돼. 알았지?”

고흥윤이 즉시 소리쳤다.

“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고청아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운란아, 너는?”

어르신이 좋지 않은 안색으로 고개를 돌렸다.

“알았어요, 할아버지.”

고운란의 대답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연회장 안은 가문이 강성 그룹과의 계약을 따낸 일로 매우 떠들썩했다. 하지만, 한 마디 말이 분위기를 바꿨다.

“할아버지, 만약 제가 잘못 기억하는 게 아니라면, 지난번에 운란이와 고흥윤이 내기를 했어요. 만약 계약을 따낸다면 회사 부사장의 자리는 운란이 것이 된다고요.”

고운란의 옆에 앉은 이강현의 말이었다.

탁!

고흥윤이 화가 나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

“뭐 하는 짓이야! 이강현, 여기는 우리 고 씨 가문의 연회야. 너 같은 외부인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하는거지!”

고흥휸도 그 내기를 기억하지만,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 고운란도 언급하지 않겠지, 어떤 더러운 수단으로 계약을 따냈는지도 불분명한데!

“그러게 말이다! 이강현, 네가 도대체 뭔데 감히 대드는 거야!”

고청아도 날카롭게 소리쳤다.

이때, 최순이 더욱 화가 나서 달려들어 손을 휘둘렀다.

“이강현, 너 꺼져! 여기서 꺼져!”

그러나 그녀의 손바닥은 그에게 닿지 못했다. 줄곧 묵묵히 말하지 않던 고운란이 일어나서 차갑게 최순을 쳐다보며 말했다.

“엄마, 그만하세요. 이 사람 제 남편이예요.”

뜻밖에도 자신의 딸이 불량배 편을 들다니.

“운란아, 너… 너 미쳤구나. 왜 쓸모없는 놈 편을 드니!”

최순의 두 눈이 커졌고, 고운란은 차갑게 고흥윤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 사람 말이 맞아요. 제가 오늘 강성 그룹과의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으면 이미 당신들 손에 이 회사에서 쫓겨났겠죠. 제가 이 계약을 성사시킨 이상, 부사장 자리는 제 것이어야 해요.”

말을 마치자마자 고 어르신을 돌아보았다.

“할아버지, 약속하셨잖아요.”

하지만 손에 든 지팡이를 꽉 잡고 차가운 눈을 한 고 어르신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이런 일은 지금 결정할 게 아니야, 장기적으로 의논하자!”

그리고 연회장을 떠나려고 한다.

“할아버지!”

고운란의 마음이 급해졌다. 하지만 어르신은 그대로 가버렸고 고흥윤이 미친 듯이 비웃었다.

“하하, 슬퍼서 어쩌니.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네가 강성 그룹과의 계약을 따낸다고 해도 부사장 자리는 차지못해! 나야말로 가문의 장손이고, 할아버지 마음속 미래 후계자야! 당연히 가문의 주인 자리도 반드시 내 것이 되어야지!”

이 말을 마친 후 고흥윤은 친척들을 데리고 훌쩍 떠났다.

“할아버지,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너무 억울하다. 분명히 다 말했는데, 할아버지가 그런 반응을 보이다니.

한쪽에 앉아 이 장면을 보던 이강현의 눈동자에 한기가 돌았다. 고 씨 가문, 정말 할 말이 없다. 이런 이익 분쟁과 암투가 공개석상에서 이루어지다니.

“운란아, 부사장 자리는 조만간 네 거야.”

이강현이 고운란을 바라보며 말했다. 돌아본 그녀의 얼굴에 이미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

“정말이야?”

“정말!”

지금까지, 그는 용문의 작은 도련님이었다. 작은 고 씨 집안은 한 손으로 주무를 수도 있다. 부사장은 말할 것도 없고, 가문의 주인 자리도 그녀 대신 가져올 수 있다.

“됐어, 네가 뭘 할 수 있겠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할아버지가 저렇게 말씀하셨잖아.”

눈가의 눈물을 훔치며 쓴웃음을 짓던 고운란이, 이강현의 뺨을 보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미안, 방금 내가 때려서. 나중에 돌려받을게.”

말이 끝나자 고운란이 일어나 연회장을 떠났다.

돌려받는다고? 뺨을? 그녀의 말을 곱씹던 이강현은 멍하니 있다가 자연히 따라 나섰다.

집에 돌아온 최순은 저녁 연회의 불쾌함을 씻어낸 뒤 매우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

“아이고, 우리 딸이 대단하기도 하지. 강성 그룹과 계약을 하다니, 이 얼마나 큰 일이야! 우리 가문에도 희망이 있어! 아니 근데 당신, 그 어르신은 도대체 무슨 마음이셔? 저번에 운란이가 계약을 따내면 부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왜 번복하시는 거지,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연회의 한 장면이 생각난 최순이 마음 속 불만을 털어놓았다.

소파에 앉아 따뜻한 차를 우려내며 웃던 고건민이 한숨을 쉬었다.

“아직 모르겠어? 부사장 자리는 이미 고흥윤에게 주려고 하시는거야. 우리 운란이는 가망이 없어. 앞으로 고흥윤이 고씨 집안 운생 제약회사를 맡겠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분명히 많은 사람 앞에서 말했는데 어떻게 번복할 수가 있냐고!”

“그럼 네가 가서 아버지께 말해.”

이게…….

그녀가 어찌 감히 아버님께 가서 따질 수 있겠는가. 최순은 할 말이 없어졌다.

고운란과 이강현도 집에 돌아왔다. 방금 병원에서 돌아왔지만 이강현은 오늘 밤에 다시 가야 한다.

최순은 딸이 돌아온 것을 보고 기뻐하며 곁으로 다가가 이강현을 밀어내고 말했다.

“운란이, 우리 예쁜 딸, 정말 우리 집의 복덩이야! 강성 그룹과 계약하다니, 엄마가 기뻐 죽겠다!”

고운란은 집에 오는 길에 계속 생각에 빠져 있었다. 강빈과 만나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계약이 성사된건지 그녀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엄마, 사실 그 계약 내가 따낸 거 아니야.”

어차피 이해 안 되는 거, 그냥 솔직하게 말하자.

“뭐라고, 네가 한 게 아니라고? 그럼 누군데?”

최순이 멍해졌고 고건민도 귀를 쫑긋 세웠다.

이강현이 옆에서 고개를 저었고, 최순이 그 모습을 보고 불만스러워하며 냉담하게 말했다.

“너는 무슨 고개를 흔들어! 네가 계약을 따내기라도 했니? 연회에서도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기나 하고.”

이 말을 듣고 고운란도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지난번에 이 계약은 내가 꼭 따낼 거라고 했는데, 오늘 정말 계약서가 도착했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뭐라고, 이 놈이 또 그런 말도 했어?”

최순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했다.

그리고 이강현에게 던져지는 세 사람의 의심스러운 눈빛.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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