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602화

날이 어느새 어두워졌다.

어둠이 깔린 가운데 휘영청 밝은 달이 수평선 끝에 걸려 있었다.

끊임없이 길게 이어진 파도가 마치 바람에 날리는 비단과 같았다.

공중에 서있는 핏빛 형체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멀리서 빛이 반짝였다.

두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바로 진아람과 서나영이다.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서나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언니가 우리가 떠난 뒤의 일들을 조치하고, 아이를 재운 후에야...”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아.”

핏빛 형체는 다소 차갑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 한 번만이야. 다음에 또 이러면 내가 무자비하게 손을 썼다고 탓하지 마.”

진아람은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이 핏빛 형체를 보고 있을 뿐이다.

핏빛 형체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두 손을 흔들어 수결을 만들었다.

허공 위에 빨간색 점이 나타났다.

그리고 점점 커지면서 둥근 문이 만들어졌다.

사방이 선홍색이었다.

서나영은 아주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

그것은 살기였다.

끝없는 살기와 광기가 용솟음치면서 이 해역을 모두 물들였다.

인근 해역의 흉수들은 잇달아 생사의 위협을 느끼고 한 덩어리가 되어 먼 곳으로 도망쳤다.

그러면서 잠잠하던 바다에 수 장 높이의 파도를 일으켰다.

이 장면은 정말 장관이었다.

온몸에 솜털이 곤두선 진아람은 눈동자가 파란색으로 변하면서 귀여운 귀여운 늑대의 귀를 쫑긋 세웠다.

자신도 역시 극도의 위협을 느꼈다.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들어가자. 이 문은 30초만 존재할 수 있어.”

말을 마치자, 핏빛 형체가 먼저 그 속으로 들어섰다.

서나영이 진아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언니.”

진아람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현우 씨를 찾을 수만 있다면, 이 문 뒤가 어디든 뒤돌아보지 않고 용감하게 나갈 거야!’

“그럼 가자!”

서나영이 돌진해 들어가서 보이지 않았다.

선홍색의 문에 발을 디딘 진아람의 머릿속에 솔이의 귀여운 얼굴이 떠올랐다.

“미안해, 솔이야. 엄마가 엄마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지만, 엄마는 내 생명보다 너를 더 사랑해!”

속삭이는 순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