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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홀 안에 순간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송해인의 안색이 한없이 어두워졌다.

서강빈이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나올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

그녀가 간절히 애원하는데도 전혀 물러설 기미가 없다니, 예전의 서강빈은 절대 이런 사람이 아니다.

설마 이혼했다고 진짜 딴사람으로 변한 걸까?

“강빈아, 꼭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나와야겠어?”

송해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서강빈은 실소를 터트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송 대표, 나야말로 묻고 싶네. 내가 만약 어르신을 못 구했고 진기준이 틈을 타서 날 궁지로 몰아넣었다면 그때도 똑같이 날 위해 사정해 줬을까?”

“난...”

송해인은 말문이 막히고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서강빈은 고개를 내저으며 가볍게 웃었다.

“대답할 필요 없어. 망설인다는 자체가 이미 내게 답이 되었으니까. 그래서 나도 이 인간을 봐줄 필요가 없다는 거야!”

송해인은 인상을 찡그리며 뭐라 더 말하려 했지만 서강빈이 진기준 앞으로 다가가며 거만한 자세로 발을 대뜸 내밀었다.

“진 대표님, 구두가 더럽혀지긴 했네요. 깨끗이 핥아주길 부탁드려요.”

진기준은 울화가 치밀어 미쳐버릴 지경이지만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한 채 자세를 낮추고 억지 미소를 지었다.

“서강빈 씨, 이렇게까지 나오실 필요가 있을까요? 그래도 한때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잖아요 우리.”

“우리가 언제 친했던가요?”

서강빈이 되물었다.

진기준은 흠칫 놀라서 표정이 얼어붙었다. 서강빈은 그를 망신 주려고 작정했다.

“서강빈! 꼭 이렇게 날 망신 줘야겠어? 우리 아빠는 진성욱이야!”

진기준이 이를 악물고 목소리를 한껏 내리깔았다.

그의 두 눈에 원한이 잔뜩 맺혔다!

진짜 서강빈의 구두를 핥으면 앞으로 송주에서 머리를 들고 다닐 수가 없으니까!

서강빈이 코웃음 치며 싸늘하게 말했다.

“진성욱이면 뭐? 네 아빠가 여기 있어도 넌 똑같이 무릎 꿇고 내 신발을 핥아야 해.”

“진 대표, 굴욕당하는 게 두려운가 봐요?”

권효정이 야유조로 말을 내뱉었다.

“거 참 남자답지 못하네요. 본인이 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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