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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12화

주재상이 소리쳐 막았지만, 명원제는 영 달갑지 않아서 사죄하고 싶지 않았다.

태상황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뱃대를 들더니 옆에서 담뱃잎을 끌어와 안에 채워 넣었다. 이번 친정은 북쪽 사막의 모래바람이 거세서 개월 수로는 2달 남짓이었지만 얼굴과 손의 피부가 검게 그을리고 건조해졌다. 매일 직접 도검을 닦아서 손톱 끝에 칼에 생긴 거스러미가 무수하고 거스러미를 뜯어낸 작은 상처로 손가락 마디 두 개가 갈라져 있었는데 상처는 아물었지만 딱지가 남아서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마침 담배를 채우면서 손가락 마디 딱지가 담뱃대에 부딪혀 상처가 다시 벌어져 붉은 속살이 나왔다.

태상황이 흘끔 보더니 두 손가락으로 담뱃대를 끼우고 바로 딱지를 뜯어버렸는데 딱지 가운데 약간의 피가 베어 나와 손가락 끝으로 눌렀다. 눈을 내리깔고 있으니 눈가의 주름이 더욱 서명해 보였다. 머리에 희끗희끗한 백발이 은빛으로 빛나고 몇 가닥 누렇게 마른 머리카락이 군데군데 끼어 있었다. 처진 입꼬리 부근에는 자잘한 흉터가 있어 고개를 드니 그 흉터가 반사된 빛으로 사라져 보였다.

태상황은 담배에 불을 붙여 뻑뻑 피우더니 산전수전 다 겪은 얼굴은 연기 뒤에 감춰져 있고 목소리만 조용히 들려왔다. “응, 그만 가봐!”

명원제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은 채로 일어나 인사하고 나가는데, 마음이 여전히 욱하고 치받쳐 올라 그만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아바마마께서는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열째의 이름은 우문규로 아바마마께서 직접 지어 주셨고 열째에게 두터운 기대를 품으셨습니다. 짐은 이미 태자라는 가장 좋은 지위를 다섯째에게 주었는데 아바마마께서는 다섯 도시까지 다섯째의 아들들에게 주신다면, 편애가 지나치다고 사람들이 뒤에서 숙덕거리게 될 것이고 도리어 태자에게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짐이 열째를 위해 향후 계획을 세우고자 하는 것은 지나침이 없습니다. 법도에 따라 짐은 사실 호비의 신분을 높여 귀비로 책봉할 수 있으나 아바마마께서 호비를 좋아하지 않으시니 짐이 그리하지 않은 것입니다. 호비를 서운하게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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