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말에 여준재와 구남준의 표정이 변했다. 특히 구남준은 매우 감격스러운 얼굴이었다.“고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그렇다면 이제 스타일링을 하러 가요.”“네.”다정이 선뜻 대답했다.일행은 산에서 내려갔다. 여준재는 다정을 데리고 한 옷 가게에 갔다.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우아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가게 안의 인테리어는 매우 우아했고 여러 종류의 한복과 다양한 스타일의 드레스 그리고 액세서리 등 없는 것이 없었다. 다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한눈에 봐도 가격이 어마어마해 보였다.잠시 후, 한 여자가 나왔다.“어서 오세요.”그녀는 날씬한 몸매에 타이트한 원피스를 입고 있어 허리가 부각되어 보였다. 얼굴 또한 매우 아름다웠다. 그녀는 준재를 보고는 환하게 웃었다.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웃음이었다. “어머, 오늘은 여기 올 시간이 있었어?”그녀가 의아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가 이곳에 오지 않은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었다.그는 여자의 농담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모가 이분을 스타일링 해주세요.”‘고모?’그가 그녀를 부르는 호칭에 다정은 순간 멍해졌다. 그녀는 앞에 있는 여자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마치 준재와 여자 사이의 닮은 점을 찾으려는 듯 보였다. 사실, 다정이 놀란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여자는 너무 젊었다. 기껏해야 준재보다 두세 살 많은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사람이 고모라니! 여자의 이름은 여아린이고 패션 디자이너였다. 몇 년 전에 자기만의 독립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주로 고급 한복과 고급 드레스를 만들었다. 그녀는 준재의 말에 그제야 그의 옆에 여자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준재 곁에 여자가 있다니! 신선한데?’여아린은 입을 다물고 다정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에 다정은 침착하고 대범해 보였다. 또, 얼굴도 아름답고 전혀 평범하지 않게 보였다. 다정은 그녀가 자신을 훑어보는 것엔 별로 개의치 않고 웃으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여아린은 다정을 곁눈질하며 봤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칭
여아린은 그녀의 말에 흔쾌히 대답했다.“너무 좋지!”‘피부가 정말 좋은 걸? 모공이 보이지 않을 정도야. 분명 약재 때문이겠지?’그녀는 갑자기 또 무엇이 생각난 듯 물었다.“맞다, 자기야! 너 그 자식이랑 무슨 사이야?”“너희 둘 설마…….”여아린은 농담하며 웃었다. 다정이 얼른 그녀의 말을 끊었다.“아니에요. 저는 단지 여 대표님을 치료해 주는 사람일 뿐이에요.”“아!”그 말에 여아린은 흥미가 떨어졌다.다정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야기는 나누다 보니 어느덧 화장이 완성됐다. 다정은 마치 완벽한 예술 작품 같았다.여아린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했다.“너무 예뻐!”다정은 그녀의 감탄과 칭찬을 들으며 쑥스러웠다. 어느덧 그녀의 얼굴이 홍조를 띠었다.여아린이 웃으며 말했다.“뭘 그렇게 부끄러워해!”그녀는 다정을 거울 앞에 세웠다.“자, 마음에 드는지 확인해 봐!”다정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 사람이 정말 나야?’허리까지 내려오던 긴 머리는 올렸다. 특별히 화려한 핀을 꽂지는 않았지만 우아해 보였다. 드레스는 그녀의 몸매를 잘 드러내며 색다른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했다. 본래 아름다운 얼굴에 메이크업까지 더하니 더욱 완벽해 보였다. 여아린은 다정이 거울 속 모습을 자세히 볼 겨를도 없이 그녀를 끌고 나갔다.“자, 나가자.”“준재야, 자 봐! 네 여자 파트너를 데리고 가면 모든 사람이 놀라 자빠질 걸?” 여아린이 웃으며 말했다.준재는 다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수많은 미녀를 봤지만 눈 앞에 있는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는 감동한 눈빛이었다. 그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가볍게 기침을 했다. “가자.”여아린은 준재의 반응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네.”다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저녁 7시, 여준재는 다정을 데리고 연회장에 도착했다. 이번 연회에 초청된 사람은 모두 시에서 유명한 인물들이었다. 다정은 왠지 긴장이 됐다. 준재는 그녀가 불안해하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자야. 갑자기 어디서 불쑥 튀어나왔지? 설마, YS그룹 미래의 사모님은 아니겠지?”사람들은 멋대로 추측했다. “설마!”“아니야, 가능성이 있는 얘기야. 언제 여준재의 곁에 여자가 있던 것을 본 적이 있어?”모두들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었다.“정말 대단한데?”다정은 사람들이 자신을 놓고 수군대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준재를 따라갔다.시간이 지날수록 높은 굽 때문에 발목이 불편했다. 평소에 그녀는 하이힐을 거의 신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높은 신발을 신으니 적응이 되지 않았다. 다정의 불편함을 알아차린 준재는 몸을 숙여 그녀의 귀에 대고 물었다.“괜찮아요?”준재는 그녀의 작은 동작 하나도 모두 눈 여겨 보고 있었다.다정은 그의 세심함에 놀라며 대답했다.“평소에 하이힐을 잘 신지 않아서 좀 불편해요.”그녀의 말에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자상하게 말했다.“저쪽으로 가서 좀 쉬어요.”멀지 않은 곳에 앉을 곳이 있는 것을 본 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럴게요.”준재가 막 그녀를 따라 함께 가려고 할 때, 갑자기 멀리 있는 남자가 그를 불렀다.“여 대표님!”“오랜만입니다. 우리 한잔해요.”그는 자리에 선 채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막 거절하려고 하자 다정이 말했다. “괜찮아요, 나 혼자 가도 돼요.”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무슨 일 있으면 나를 불러요.”“알았어요.”그때, 고다빈과 진시목이 홀로 들어왔다.지위도 명예도 잃은 후, 두 사람이 이런 자리에 나타난 것은 처음이었다. 그들은 홀에 도착하자마자 먼 곳에 다정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진시목은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봤다.“고다정이잖아? 쟤가 어째서…….”다빈은 주먹을 꽉 쥐었다. ‘우리들은 고다정 때문에 죽을 맛인데, 쟤는 오히려 이렇게 잘 먹고 잘살고 있다니!’그녀는 옆에 있는 진시목이 다정에게 빠져 있는 것을 알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다른 생각은 할 겨를도 없이 그녀는 바로 다정에게 돌진했다.다빈은
“이 여자는 사람들 틈에 섞여서 들어왔어요! 그러니 빨리 쫓아내세요!”고다빈이 호들갑을 떨며 소리쳤다.그러자 경비원이 달려와서 다정에게 물었다.“아가씨, 초대장 좀 보여 주십시오.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말입니다.”다정은 난감했다.여준재를 따라왔을 뿐, 초대장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다빈은 다정이 당황해하는 것을 보며 더욱 기세등등했다.그리고는 곧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얼른 이 여자를 쫓아내지 않고 뭣들 하는 거예요?”경비원은 할 수 없이 다정을 바라보며 말했다.“아가씨, 죄송해요. 초대장이 없으니 나가셔야 합니다.”“흥!”다빈이 콧방귀를 끼며 소리쳤다.“빨리 안 나가? 초대장도 없이 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야?’“내가 너라면,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거야!”다정은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무언가 설명하려 했다. 그 때, 저쪽에서 노민재와 여준재가 급히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하도 시끄러워서 달려온 것이었다. 노민재는 차가운 얼굴로 호통을 쳤다.“다들 여기서 뭐 하는 겁니까?”경호원은 급히 상황을 설명했다.순간, 노민재와 준재가 동시에 얼굴을 찡그렸다. “말도 안 되는 일이군요.”“고다정 씨는 준재가 데리고 온 분입니다. 누가 그런 근거 없는 말을 하는 겁니까?”그는 잔뜩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 경호원은 깜짝 놀라 머뭇거리며 변명했다.“이 아가씨가 그렇게 말했습니다.”순간, 노민재와 준재의 시선이 고다빈을 향했다.그녀는 순간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여준재가 고다정을 데리고 왔다고?’‘정말 어이가 없어!’‘고다정에게 창피를 주려고 했는데 이게 뭐야?’다빈은 눈을 내리깔고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들고 어색하게 웃었다.“그랬군요. 제가 잘 몰라서 오해했나 봐요. 이제 알게 됐으니 오해는 풀렸네요.”그녀는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가려고 했다.하지만 여준재는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오해했다고 말하면 끝인가요?”그의
“조금 전 일은 고마웠어요.”다정이 준재에게 인사했다.하지만 오히려 그는 미안한 얼굴이었다.“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내가 고 선생님에게 미안하죠.”“고 선생님을 데려와 놓고서 잘 챙겨주지 못해 이런 난감한 일이 생겼잖아요.”다정은 고개를 저었다.“여 대표님과는 상관없는 일이에요.”자신을 난처하게 만들기 위해 고다빈이 일부런 꾸민 짓이었다. 다정이 누구와 왔든 상관없이 똑같은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그는 갑자기 생각난 듯 물었다.“고 선생님, 발은 괜찮아요?”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은 한결 나아요.”그는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있으면 연회가 끝날 거예요.”다정은 미소를 지으며 그와 함께 다시 연회장으로 향했다.그때, 임초연이 준재를 발견하고 인사하려고 다가왔다.하지만, 곧 옆에 서 있는 다정을 보고 멈춰 섰다. 샴페인을 든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저 여자가 왜 또 여기 있는 거지?’‘지난번 회사에 온걸로도 모자라 이젠 연회까지 와? 설마, 준재 씨가 데리고 온 거야?’그녀는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내 얼굴에 미소를 띠고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준재 씨!”“네.”그는 성의 없이 대답하며 냉담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임초연은 아무렇지 않은 듯 웃어 보였다. 그녀는 옆에 있는 다정을 보며 의심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준재 씨, 당신 옆에 있는 이 아가씨는 누구예요? 지난번에 회사에서 보긴 했지만, 아직 소개를 안 해줬잖아요.”그녀는 아무런 사심이 없는 듯 웃어보였다.그러자 그가 정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오늘 내 파트너로 온 고다정 씨예요.”그의 말에 다정은 입가에 웃음을 띠며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임초연도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고다정 씨, 안녕하세요. 저는 임초연이라고 해요. 그냥 초연이라고 부르면 돼요.”“다정 씨, 우리 두 사람, 전에 회사 앞에서 만난 적이 있지 않아요?”그녀는 갑자기 생각난 듯 다정에게 물었다.그리고 얼른 준재를 바라봤다. 그의
임초연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여준재와 고다정의 다정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린 채 얼굴에는 여전히 의심이 가득했다.‘준재 씨는 저 여자랑 도대체 무슨 관계지?’‘둘 사이가 왜 저렇게 다정한 거야?’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한편, 술을 몇 잔 마신 다정은 얼굴이 빨개졌다.사실 그녀는 평소에 술을 거의 마시지 않다. 그런데 갑자기 연거푸 몇 잔을 마시니 금세 취하고 말았다. 준재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걱정이 됐다.“이제 그만 마셔요.”다정이 빨간 얼굴로 대답했다.“네.”그녀는 손으로 미간을 문질렀다.“화장실 좀 다녀올게요.”그녀의 뒷모습을 보는 준재는 얼굴에 염려가 가득했다.……화장실.다정은 찬물을 손에 받아 얼굴에 묻힌 뒤 손끝으로 뺨을 두드렸다. 그제야 정신이 조금 드는 것 같았다. 옷매무시를 정리하고 화장실을 나서자마자 임초연과 마주쳤다.“다정 씨, 또 만나네요!”그녀가 다가오며 미소를 지었다.다정도 웃으며 인사했다.그러자 그녀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다정 씨, 아까 보니 다정 씨는 준재 씨와 가까운 사이 같던데, 정확히 두 사함 무슨 사이예요? 설마, 남녀가 친구 사이는 아니겠죠?”그녀는 다정을 떠봤다.그리고는 혹시라도 그녀가 오해할까 한마디 덧붙였다.“설마, 오해하는 건 아니죠? 전 아무 뜻도 없어요. 그냥 궁금해서 그래요.”그녀는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저는 준재 씨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어요. 어릴 때부터 말예요. 그런데 그동안 준재 씨가 여자와 이렇게 가깝게 지낸 것을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궁금했어요.”“아, 그랬군요.”고다정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냥 친구 사이일 뿐이에요.”하지만 임초연은 믿을 수 없었다. “그래요? 하지만 준재 씨가 여자에게 이렇게 대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에요.”“다정 씨는 모르겠지만, 학교에 다닐 때는 여자는 물론, 남자도 그에게 접근할 수 없었어요.”그녀는 마치 준재와의 친밀함을 과시하듯 예전 일을 끄집어 냈다.다정은 여
준재는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진 것을 느꼈다. 돌아보니 다정은 벌써 잠이 들어 있었다. 누군가 그의 어깨에 기댄 것은 처음이었다.그녀를 밀어낼까 생각도 했지만, 결국 꼼짝 하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30분 후,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대표님, 도착했습니다.”“응.”준재는 얼른 다정을 깨웠다.“고 선생님, 집에 도착했어요.”“이제 정신 좀 차려요.”하지만 다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잠꼬대를 했다.“하윤아, 떠들지 마! 엄마는 좀 더 자고 싶어.”그는 난감한 얼굴로 할 수 없이 다정을 안고 차에서 내렸다. 구남준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잘못 본 건 아니겠지?’‘대표님 곁에 그렇게 오래 있었지만, 이렇게 누구가를 친밀하게 대하는 것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심지어 자진해서 고 선생님을 안다니!’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시간이 늦어 두 아이는 이미 잠들었고 강말숙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똑똑-그 소리에 강말숙이 일어나 나왔다.“다정이 왔니?”그 말이 끝나자마자 준재가 다정을 안고 들어왔다.강말숙은 두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 계집애는 왜 이러는 거예요?”다 큰 여자 애가 한밤중에 남자에게 안겨 오니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준재가 자세히 설명했다.“어르신, 별 일 아니에요. 고 선생님이 술을 좀 마셨는데 잠들었어요.”그제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 계집애, 주량이 좋지도 않으면서 무슨 술을 마신다고.”“여 대표님이 괜히 고생이시네요. 얼른 들어오세요.”강말숙은 얼른 그를 방으로 안내했다.그는 다정을 침대에 눕혔다.“여 대표님, 정말 죄송해서 어쩌죠? 얼른 댁에 가서 쉬세요. 다음에는 편하게 놀러 오시고요.”준재는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방 안.다정은 그대로 아침이 될 때까지 푹 잤다. 다음날, 잠에서 깬 그녀는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팠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역시 숙취는 힘들어.’‘다음부터는 술을 함부로 마시
임초연은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엄마 신해선은 딸의 얼굴에 다크서클이 진한 것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초연아, 너 왜 그래? 밤새 못 잤어?”그녀는 피곤한 얼굴로 소파에 주저 않았다. “엄마, 그만 해요.”지금은 초조한 마음에 죽을 것만 같았다.신해선이 다가오며 물었다.“왜 그래?”어릴 때부터 그녀는 부모 속을 썩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그런 그녀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자 걱정이 절로 됐다. “엄마, 준재 씨한테 여자가 생긴 것 같아요.”임초연은 답답한 표정으로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하지만, 신해선은 생각이 달랐다.“네 말 대로라면 그 여자는 그리 좋은 집안의 아가씨가 아닌게 분명해. 권력도 지위도 없는 평범한 여자이니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그녀는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말했다.“내가 평소에 말했듯이, 별일 없으면 해영 이모와 많이 만나렴. 같이 쇼핑도 하고 말이야. 여씨 가문 같은 대단한 집안은 자식을 결혼시킬 때 상대방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인 형편을 따지기 마련이야. 거긴 아무나 시집갈 수 집안이 아니야.”“하지만…….”그녀는 여준재와 고다정의 친밀한 모습이 생각났다.신해선이 얼른 그녀의 말을 끊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자신감이 없어진 거지? 그런 평범한 여자가 여씨 가문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해영 이모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잖아. 네가 준재 어머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면 틀림없이 아무 문제없을 거야!”그녀는 엄마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결혼은 절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배웠고,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한참을 생각한 후 그녀는 그제야 안심이 됐다. “그래요, 엄마. 알았어요.”신해선은 그녀의 손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우리 딸이 얼마나 예쁘고 훌륭한데, 아무 걱정할 것 없어!”그날 오후, 임초연은 직접 떡을 만들어 여씨 저택으로 향했다.심해영은 그녀를 보고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초연아, 어서 와.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