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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1화

주방으로 다 데워졌냐는 송병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서해금이 대답했다.

“다 됐어요.”

말하며 그녀는 문자를 전부 지워버리고는 데워진 국을 들고 주방을 나섰다.

“이제 이런 일은 아줌마 시켜.”

송병천이 손을 닦으며 말했다.

“날도 추운데 왔다 갔다 하는 사이면 음식 다 식잖아.”

“아줌마도 저녁 내내 바삐 보내다 이제 겨우 쉬면서 방에서 식사하고 있는데 이런 일은 제가 해도 돼요.”

서해금은 송병천에게 국을 한 그릇 더 떠주며 말했다.

“전에 어머님 보살펴 드리면서 습관이 되어서 괜찮아요.”

그 말에 송병천은 멈칫하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해금이 시어머니를 모시던 그 몇 년 동안, 그녀는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송씨 가문은 재벌가였으니 사람을 보살피는 일이 아무리 고되다고 하더라도 돈만 제대로 준다면 간병인을 찾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송병천의 모친은 젊은 시절 성격이 온화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넘치던 사람으로 한주에서 알아주는 재벌가 규수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병환에 시달리며 온종일 침상에만 갇혀 생활했고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그녀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어 점점 우울 속에 빠졌다.

아무리 성격이 좋았던 사람도 아프기 시작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하기도 했다. 송병천의 모친 역시 그랬고 그녀는 자주 모욕적인 말로 간병인을 욕하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송병천이 아무리 임금을 올려주어도 2달 이상 버틸 수 있는 간병인을 찾기 어려웠다.

서해금 역시 갓 시어머니를 돌보기 시작했을 때는 온갖 모욕적인 말들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서해금은 워낙 끈기가 있는 성격이라 설사 시어머니가 매일 같이 그녀를 비꼬며 욕해도 날마다 꾸준히 시어머니를 돌봐왔다.

송병천 역시 어머니가 밖에서 발작을 일으킬 때 서해금이 두 손으로 어머니의 구토물을 받아내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아들인 자기도 그렇게까지 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서해금의 그 행동에 송병천은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송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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