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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신미정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다 같이 즐겁게 놀려고 모인 자리에 왜 찬물을 끼얹은 거야!”

강한서가 고개를 들었다.

“엄마, 진씨 사모님 남편이 승진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이렇게 큰 금액이 다른 사람한테 발견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

신미정은 말문이 막혔다.

“그래도 이렇게 대할 필요는 없었잖아.”

“다음부턴 주의할게요.”

신미정은 어이가 없어 며느리를 힐끔 쳐다보고 2층으로 올라갔다.

강한서도 몸을 일으키고 나가려고 했다. 유현진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물었다.

“여기서 저녁 먹을 거야?”

당연히 그럴 생각이 없었다.

유현진은 자기 물건을 챙기고 그의 뒤를 따랐다. 민경하는 계속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두 사람이 차에 타자마자 바로 시동을 걸었다.

남의 신세를 지면 맘 편히 지낼 수 없다고 방금 강한서가 뒤에서 귀띔해주지 않았다면 유현진은 더 많은 돈을 잃었을 것이다.

한창 이혼 소송을 준비하는 중이라 돈이 부족했고 그 9천만 원을 잃었다면 며칠 동안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돈을 다시 돌려받자 마음이 편안해졌고 강한서도 밉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강한서는 원칙 있고 주위 사람을 보호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니 말이다. 아무리 이혼할 사이라도 서로 얼굴 붉힐 일은 없었다. 게다가 강씨 가문은 한주시에서 세력이 꽤나 큰 집안이니 앞으로 오고 가다 얼굴을 볼 수도 있기 마련이다. 돈과 권세를 가진 친구를 두면 언젠간 도움이 될 수 있다.

유현진은 오늘 화투로 번 돈을 세고 정확히 절반으로 나눠 강한서한테 줬다.

이윽고 강한서의 핸드폰이 울렸고 계좌에 1600만 원이 들어왔다는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있는 여자를 봤다.

그의 눈길에 유현진은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감사하다는 뜻이야. 난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은 아니거든.”

“됐어, 안 받아.”

강한서가 담담하게 말했다.

“돈 다시 돌려줄 테니까 내일 나랑 어디 좀 가자.”

유현진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

“그냥 받아.”

이혼할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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