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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성도윤은 차설아가 또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줄 알아 아예 그녀의 말을 무시해 버렸다.

하지만 잇따라 발목 쪽에서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다.

고개를 숙이니 손가락 두 마디 정도로 굵은 흑뱀이 목을 빳빳하게 세우고는 혀를 날름거리며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젠장!”

성도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발목 쪽의 근육이 점점 저려와 오롯이 서 있기도 힘들었다.

그는 재빨리 차설아를 뒤에 감싸고는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저 뱀을 끌어낼 테니 당신은 타이밍 보고 이곳을 벗어나!”

“도윤 씨 물렸어?”

차설아가 주먹을 꽉 쥐고는 잔뜩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무늬로 봐선 이 뱀은 우산뱀이야. 주로 이런 습한 환경에서 서식하고 있지. 독성이 워낙 강하니까 움직이지 마, 아니면 뱀독이 더 퍼질 거야!”

“살고 싶으면 입 닥쳐!”

성도윤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에게 있어서 차설아의 말은 뱀을 자극하는 것 외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뱀을 다뤘던 경험도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뱀의 공격을 막기 위해 그는 어쩔 수 없이 나서려고 했다.

성도윤은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꺼내고는 살짝 몸을 돌려 뒤쪽에 있는 차설아에게 말했다.

“준비하고 있어. 셋까지 세면 당신은 밖으로 뛰는 거야!”

차설아는 한숨을 푹 쉬고는 어쩔 수 없는 말투로 말했다.

“이제 그만해. 이 뱀도 곧 갈 거야.”

그녀의 경험에 따르면 사실 이런 뱀은 공격적이지 않다. 시력이 제한되어 있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만 감지할 수 있기에 가장 안전한 방법은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뱀은 그들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걸 확인하고는 혼자 자리를 뜰 것이다.

하지만 성도윤은 자기만의 생각이 있었고, 차설아의 말도 믿지 않을 듯했다.

“하나, 둘, 셋, 뛰어!”

성도윤은 셋까지 세고는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뱀 앞에서 흔들거리며 뱀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고 했다. 그래야 차설아가 도망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차설아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망했어, 다 망했어!”

흑뱀은 바로 흥분한 채로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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