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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강성연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들은 애써 그녀더러 집에 와서 밥을 먹으라고 하고 반지훈까지 데려왔다. 게다가 지금은 굳이 그녀에게 남아서 함께 식사하자고 한다.

강성연은 두 모녀가 대체 무슨 짓을 꾸몄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며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알겠어요. 같이 먹죠.”

강미현과 초란은 그녀가 동의할 줄 예상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좋았다.

식사하는 내내 강성연은 고개를 숙인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밥만 먹었다. 반지훈이 자리에 있어서 그런지 강진과 초란 또한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반지훈은 음식에 손을 많이 대지 않았다. 강미현이 그에게 함께 집에 가자고 했을 때 그는 거절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강미현이 강성연의 얘기를 꺼냈다.

강미현은 강성연이 그를 데려오라고 했다고 그에게 말했다. 그래서 그는 강성연이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릴 생각인지 지켜볼 셈이었다.

“성연아, 그동안 해외에서 어떻게 지냈었니?”

아마 강진은 이런 상황에서만 그녀를 신경 쓸 것이다.

강성연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덕분에 아주 잘 지냈어요.”

강진의 얼굴에 난처함이 잠깐 머물렀다.

초란은 강미현에게 눈치를 줬고 강미현은 그제야 아버지 앞에서 각을 잡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반지훈의 그릇에 음식을 집어주며 말했다.

“지훈씨, 많이 먹어요.”

초란은 얼른 웃으며 말을 보탰다.

“지훈씨, 지금까지 우리 미현이 챙겨줘서 고마워요. 미현이는 심성도 착하고 참한 아이예요. 부족한 점이 있다면 많이 보듬어주세요.”

강성연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녀는 하마터면 소리 내 웃을 뻔했다.

반지훈은 무언가 느낀 듯 고개를 들어 강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성연씨는 다른 의견이 있나 보네요?”

그 말에 식탁 앞에 앉아있던 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강성연에게로 향했다.

강성연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제가 무슨 의견이 있겠어요? 그냥 좀 궁금해서요. 두 사람 만난 지 6년이죠? 반지훈씨도 이제 서른이 넘는데 심성도 착하고 참한 언니랑 결혼하셔야 하지 않나요?”

강성연은 무언가를 눈치챈 듯 일부러 심성도 착하고 참하다는 말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 말에 초란과 강미현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

반지훈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강성연을 갈가리 찢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강미현은 반지훈이 다른 생각을 할까 얼른 말했다.

“지훈씨, 성연이는 장난친 거예요. 너무 신경 쓰지 마요.”

그러나 강성연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

“강미현, 반지훈씨 네 남자친구인데 왜 그렇게 깍듯하게 대해?”

강미현은 안색이 어두워져 강성연을 째려보았다.

초란 또한 강진의 안색이 달라진 걸 보고는 얼른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

“성연아,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니? 선을 보는 것도 아니고.”

빌어먹을, 저 천한 것이 다른 것도 아니고 하필 결혼 얘기를 꺼내다니. 분명 일부러 난처하여지라고 꺼낸 얘기일 것이다.

비록 강미현더러 반지훈을 데리고 오라고 했고 두 사람을 이어줄 생각 또한 있었으나 그렇게 대놓고 티를 낼 수는 없었다.

반지훈이 그녀와 결혼할지 말지는 온전히 그가 결정할 일이라 강요할 수 없었다.

그들은 그저 강성연의 앞에서 괜히 그런 척을 하고 싶은 것뿐이었고 그로써 강성연이 알아서 물러나길 바랐다. 그런데 그녀가 자신들의 바랐던 일들을 산산이 깨부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강성연은 바보가 아니었다. 잇따라 그녀를 찾아와 반지훈에게 다른 마음을 품지 말라고 경고하고, 또 그를 집에까지 데려오면서 그녀더러 남아서 밥을 먹으라고 했으니 그 뜻은 아주 명확했다.

그렇다면 그들의 뜻대로 움직여줘야 했다.

강성연은 초란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반지훈을 보며 말했다.

“반지훈씨, 설마 결혼할 생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죠?”

그의 안색이 흐려지자 강성연은 일부러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여자의 청춘을 낭비하다니, 그럼 안 되죠. 우리 언니도 이제 스물여섯이에요. 젊은 나이도 아닌데 이제는 결혼해야죠.”

강미현은 낯빛이 점점 어두워졌고 차마 반지훈을 보지 못했다.

강성연은 눈썹을 까딱이며 말했다.

“그것도 아니면, 설마 저희 언니 가지고 노신 거예요?”

“강성연!”

강진은 반지훈이 자리에 있다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화를 내며 탁자를 내리쳤다.

“그 입 닥치거라! 어떻게 반지훈씨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강성연은 재밌다는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제가 사실을 얘기했다고 화내시는 거예요? 아빠, 반지훈씨도 화내지 않으셨는데, 아빠는 반지훈씨보다 속이 좁으신가 보네요.”

반지훈이 만약 지금 그녀에게 화를 낸다면 속 좁은 사람이 된다.

“너…”

강진은 화가 나다 못해 얼굴에 핏줄이 불거졌다. 반지훈이 오늘 강미현과 함께 돌아올 줄 알았다면 절대 저 불효녀 강성연을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강성연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몸을 일으켰다.

“식사는 더 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좋은 마음으로 진실을 얘기했더니 오히려 저한테 화를 내네요. 역시 저는 강씨 집안사람이 아닌가 봐요. 그럼 전 이만 가볼 테니 천천히 드세요.”

강진은 화가 나다 못해 손을 덜덜 떨었고 초란과 강미현의 안색 또한 좋지 못했다.

강미현은 반지훈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훈씨…”

반지훈은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고 그의 분노를 눈치챈 강미현은 감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반지훈이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떠나는 모습에 강미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반지훈이 불쾌한 얼굴로 자리를 뜨자 강진 또한 밥맛이 떨어졌고 식탁 위의 그릇과 젓가락을 집어 던지고는 그대로 몸을 일으켜 위층으로 올라갔다.

두 모녀는 지금 강성연이 미워 죽을 것 같았다.

강성연이 길가에 서서 택시를 잡으려고 할 때 누군가 억센 힘으로 그녀를 돌려세웠다.

강성연은 잠시 비틀거린 뒤 몸의 중심을 잡고서 반지훈을 보며 말했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죠, 반지훈씨?”

반지훈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일부러 그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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