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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강성연은 반지훈의 말을 듣자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됐어요. 반지훈씨가 주주시니 반지훈씨가 결정하세요.”

그녀는 몸을 돌려 고객들의 앞에 서면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여러분, 저와 함께 VIP룸으로 가서 얘기 나누시죠.”

고객들은 고개를 끄덕인 뒤 강성연을 따라 VIP룸으로 향했다.

강미현은 반지훈이 자신을 감싸고 돌자 조금 으쓱해졌다. 그녀는 반지훈이 자신을 꽤 아낀다고 생각했다.

“지훈씨, 저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상상 못했어요. 앞으로 조심할게요.”

강미현은 잘못을 인정하듯 말했고 반지훈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넌 이 업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까 앞으로 이런 일에 제멋대로 나서지 마. 일이 생기면 강성연에게 맡겨.”

반지훈은 희승과 함께 떠났다.

강미현은 시선을 내리뜨렸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강성연, 강성연!

이렇게 해도 강성연을 내쫓지 못하다니, 게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강성연에게 맡기라는 말까지 들었다. 분명 위너의 디렉터는 그녀인데 말이다.

VIP룸 안, 강성연은 그들이 산 정품을 가져와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사과의 의미로 여러분께 증정해 드리겠습니다. 돈도 이미 환불 조치 돼서 곧 은행 계좌로 입금될 겁니다. 오늘 같은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그들을 향해 허리를 숙였고 여자 고객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저희도 사정을 알게 됐고 적당한 조치도 취했으니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갈게요.”

“이해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고객님.”

강성연은 직접 고객들을 모시고 회사 입구까지 나갔고 그들은 모두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떠났다.

좋은 기분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강성연은 고개를 들자 반지훈이 복도 창가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고 그 순간 기분이 잡쳤다.

“반지훈씨, 잘못 찾아오신 거 아니에요?”

이곳은 강미현의 사무실이 있는 층이 아니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

반지훈은 서서히 몸을 돌리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강성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그에게 다가갔다.

“왜요? 반지훈씨, 설마 본인 여자 친구 대신 화를 내주려고 온 건가요?”

“굳이 그런 말투로 말을 해야 하나?”

그는 그녀의 말투와 어조가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죄송하네요.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이라.”

강성연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고 반지훈은 입을 꾹 다물었다. 강성연이 그를 대하는 태도와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

그녀는 그에게 적의를 품고 있었다.

“하, 내가 강미현을 도와서 불쾌한 건가?”

강성연은 당황한 얼굴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반지훈은 마치 그녀를 꿰뚫어 보기라도 하듯 말했다.

“당신과 강미현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줄곧 알고 있었어. 강미현이 당신 어머니의 회사를 이어받았으니 마음에 들지 않겠지.”

그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사람을 용서할 줄도 알아야지. 6년 전 당신이 그녀한테 그런 일을 했음에도 그녀는 단 한 번도 당신을 원망한 적 없어.”

“6년 전 제가 강미현한테 한 일이요?”

강성연은 그의 시선을 마주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당신이 보기에는 강미현이 피해자란 말이죠?”

반지훈은 미간을 좁힌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강성연은 미소를 거두어들이면서 더없이 차가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긴, 강미현은 항상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불쌍한 척, 피해자인 척하죠. 반지훈씨가 아니라 저희 아빠도 강미현을 불쌍하게 생각해요.”

“강성연…”

“반지훈씨.”

강성연은 그의 말을 끊었다.

“당신은 제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지 못해요. 그러니까 절 손가락질 할 자격도 없어요. 그 연약하고 여린 강미현이 당신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6년 전 일의 피해자가 저라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어요.”

말을 마친 뒤 강성연은 반지훈이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곧장 사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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