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때.병실 밖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이어 동준의 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대표님 여기 계십니까?"원아는 숨을 헐떡이며 입구를 바라보았다."아빠?" 문훈아의 목소리였다.원아 아줌마가 병이 났다는 말을 듣고, 아이는 지체하지 않고 병문안을 왔다. 그러나, 동준이 병실 입구에서 급하게 들어가려는 아이를 저지했다. "왜 못 들어가게 해요?""쉿......" 동준은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아이에게 조용히 하라는 표시를 했다.동준은 예의 바르게 2미터 밖에 서 있었다. 그는 안에서 무슨 난감한 일이
냉장고 안에는 바닥이 거의 다 보이는 생수 한 병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아까 이연과 그녀는 모두 컵으로 물을 따라 마셨다. 원아는 깨끗한 컵을 꺼내 아이에게 물을 따라주었다."우선 이거라도 좀 마셔."꿀꺽꿀꺽.아이는 빠르게 물을 다 마셨다.원아는 빈 생수병을 들고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만 마실래. 더 마시고 싶지 않아." 아이는 물이 없는 것을 알아차리고 어른스럽게 말했다.아이가 사람을 위로하는 방식은 아주 단순했다. 어른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어른으로서 원아가 어떻게 아이의 마음을 모르겠는가.
그녀는 무릎을 안고 다리가 저릴 때까지 바닥에 앉아있었다. 한참이 지난 후, 문소남의 목소리가 화장실에서 들려왔다. 욕구를 만족한 후에만 나는 쉰 목소리였다."들어와도 됩니다." 원아는 입술을 깨물고 어색함을 참으며 일어나 다시 화장실 문을 열었다.문소남은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한 번 보았다.원아는 그와 잠시 눈을 마주친 후, 민망한 생각에 그의 시선을 피했다. 지금 이 순간, 문소남의 옷차림은 아주 단정했다. 이전처럼 말쑥하고 가지런한 신사의 모습이었고, 놀랍게도 셔츠 소매까지 정교하고 깔끔했다. 마치 좀 전에 있었던
원아는 당사자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고, 누가 경찰에 신고했는지도 알지 못했으며, 지금까지 그녀는 경찰의 얼굴을 본 적도 없고, 경찰도 그녀를 찾아와 상황을 묻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었다.경찰에 신고한 그 사람은 그녀가 아니다.지금 이 순간 원아는 경찰에 신고한 사람에게 감사하고 싶었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자신의 친아버지의 냉담함에 원아는 오랫동안 침묵한 후, 건조하게 말했다. "만약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제가 아버지의 친딸이죠? 원선미가 저에게 약을 먹였어요. 만약 제가 제때에 도망치지 않았다면, 어
문훈아는 입을 벌리고 무슨 말을 하려다가, 먼저 신중하게 뒤에 있는 키 큰 아버지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원아에게 고개를 저었다."안 가. 우리는 아줌마하고 마트에 갈 거야.""마트에 가서 뭐 하게?"질문이 끝나자마자 원아는 냉장고에 생수가 없었던 것이 생각났다. 아이는 그녀가 마실 물이 없을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마트 안 가도 돼. 이따가 아줌마가 직접 물을 끓여서 마실 거야.”그들 부자가 빨리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녀가 가장 바라는 것이다.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가로저었다."안 돼, 먹을 것도 없고 마
"두 사람, 내 앞에서 걸어." 남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명령했다.아이가 원아를 끌고 앞으로 갔다. 문소남은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원아는 광천수가 진열된 곳에 가서 물건을 집으려 했다. 그러나 문소남이 먼저 집어 쇼핑카트에 넣었다.남자는 손이 커서 물건을 많이 집어 들 수 있다.앞에 초콜릿을 파는 진열대가 있었다. 원아는 본능적으로 한 번 보고 곧 눈을 돌렸다.그때 아이가 멍하니 앞에 있는 진열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아빠, 감자칩이 있어. 이번 달에 한 번만 먹으면 안 돼?"한쪽은 감자칩, 한쪽은 초콜릿.원아는 초
병원으로 돌아왔다.원아는 오랫동안 멍하니 쇼핑백을 쳐다보다가 결국 세수를 하려고 일어났다.그들 부자는 더 머물지 않고 이미 돌아갔다.세수를 마치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순백색의 1인용 병상에 누워 이불을 쥔 채 오랫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몸을 이리저리 뒤척였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원아는 오늘 그녀가 춥다고 느낄 때 문소남이 망설임 없이 외투를 벗어 준 것에 조금 감동했다. 그녀의 24년 인생에 그렇게 해준 사람은 그가 처음이다. 문소남은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서 나와 저택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를 몰았다.한참을 달
집에 와서 방을 치우고 피곤해서 바로 잤는데, 어떻게 기억하겠어?원아는 쑥스러워하며 문을 열었다. 문소남은 잘 봉해진 지퍼백을 건네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원아가 지퍼백을 받아들었다. 그는 온몸이 흠뻑 젖었고, 지퍼백 바깥도 젖었지만, 안에 든 약 상자는 온전했다.원아는 고개를 들어 물었다."비가 많이 오는데 왜 우산을 쓰지 않았어요?""들어가도 돼?" 문소남이 물었다."그럼요."원아는 자신에게 약을 가져다준 그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입구의 길을 열어주었다.안으로 들어온 문소남은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아무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