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을 쉬던 원아가 내쉬는 숨결에 가로등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쌀쌀해진 날씨로 인해 입김이 나오고 있었다. 이곳은 택시가 멈출 수 없는 곳이었기에, 원아가 택시를 향해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핸드폰 벨이 울리자, 옛 추억에 잠겼던 원아가 깜짝 놀라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냈다.생소한 번호였다. ‘누구지?’눈살을 찌푸린 원아가 수신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염초설 씨?] 수화기 너머에서 도도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아는 상대방의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상대방의 그 거들떠보지도 않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종업원이 주스를 들고 오자, 고맙다는 말과 함께 주스를 받아 든 원아는 계속해서 윤수정이 오기를 기다렸다. ...원아에 의해 두 번이나 전화가 끊긴 윤수정이 화가 나서 또 한 번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이내 자신이 차단당했음을 깨달았고, 어둡고 침착한 얼굴로 5만 원짜리 지폐를 책상에 올려놓은 후,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윤수정이 차량에 올랐다. ‘더는 염초설을 상대하고 싶지 않지만, 고통스러워하는 재훈이를 생각하면...’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참아낸 윤수정이 원아가 말해준 주소를 기사에게 알려주었다.30
컵에 든 주스를 한 모금 마신 원아가 윤수정의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제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경찰관이 저를 상대하기를 꺼린다는 거죠? 저는 조사에 협조했을 뿐이에요. 제가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증거도 없잖아요?” 원아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이 여자, 연이한테 악독한 말을 퍼부었던 사람이야. 어떻게 하면 연이를 대신해서 복수해 주지?’“CCTV가 있는데, 뻔뻔하게 증거가 없다는 말을 지껄이다니, 우리 아들을 다치게 한 사람, 너 맞잖아! 너만 아니었으면 내 아들이 지금 병상에 누워있지는
소남이 말했다. ‘큰어머니는 어머니랑 만나기만 하면 말다툼을 하고, 설사 할아버지께서 계신다고 하더라도 서로가 빈정거리기 일쑤이니,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은 못 될 거야.’‘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별장으로 돌아온 건데 아직도 원아가 밖에 있을 줄은 몰랐네.’[어딘데요?]소남이 다시 물었다.“좀 있다가 돌아갈 거예요.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요.” 원아가 윤수정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이미 끝났지만 윤수정은 여전히 원래의 자리에 서 있었다. 보아하니 송재훈이 왜 그렇게 아픈 것인지 꼭 알아내려는 듯했다.
“방금 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 들었어? 명문가 집안의 일 같지는 않더라. 저 아줌마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내 말이, 아까 그 젊은 여자가 빨리 피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날씨도 추운데 더 추워졌을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던 윤수정이 커피숍에 앉은 손님들을 노려보며 경고했다. “뭘 찍는 겁니까? 방금 여기에서 있었던 일, 인터넷에 퍼뜨렸다가는 고소장 받을 각오하는 게 좋을 거예요!”이를 들은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노기등등하게 커피숍을 나선
벤츠가 떠나는 것을 본 윤수정의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반드시 자백을 받아내고, 경찰서로 보내 버려야겠어.’기사가 얼른 시동을 걸어 액셀을 밟았다. 휴대전화를 집어 든 윤수정이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경호원에게 지시했다. 무수한 경호원을 배치한 이유는 바로 ‘염초설’을 잡기 위해서였다.“염초설, 이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겠다는 심산인가 본데, 어림없지!”윤수정의 눈빛은 대단히 음산했다.“재수 없는 계집애, 오늘 아주 본때를 보여주어야겠어!” 기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들바들 떨며 ‘염초설’
“아직도 우리를 따라오고 있는데요.” 원아가 소남에게 알려 주었다.“알고 있어요.” 소남은 계속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앞 모퉁이에서 유턴하고 더 넓은 길로 나가버렸다.원아는 뒤에서 따라오는 세 대의 차량을 소남이 따돌리려고 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 이 행동을 보니 소남이 벗어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차들을 유인하려고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뒤따르던 차들은 소남의 차가 더 넓은 길로 질주하는 것을 보고,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하고는 즉시 추월하려고 했다.원아는 백미러를 통해 뒤에 있는 세 대의 차가 필사적으로 액셀러레
윤수정은 눈을 부릅뜨고 정말 문소남인지 재차 확인했다. 그저 평범한 운전기사가 운전한 차 일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소남이...“소남아, 왜 거기서 네가 나와...”윤수정은 소남이 어릴 때부터 보고 지내온 사이기에 호칭도 비교적 친절했다.“이모, 왜 제 차를 막은 거죠? 무슨 볼일이라도 있는 거예요.”소남은 손을 거두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와 차문에 기대어 차 안의 윤수정을 바라보았다.윤수정은 소남을 한 번 보고 또 ‘염초설’을 바라보았다.‘소남이가 있었구나. 어쩐지 그래서 염초설이 겁도 없이 날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