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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똑똑한척하기는!"

임지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라고?"

"무슨 망할 인삼환인지, 어르신의 몸에 한치의 좋은 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어르신의 몸을 더 빨리 망가트리고 있어요."

임지환이 싸늘하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장하명의 표정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입은 삐뚫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해야지!"

"만약 나의 십전인삼환이 효과가 없었다면 어르신이 어떻게 지금까지 버틸 수 있어?"

임지환은 어조가 격앙된 장하명을 보며 담담히 말했다.

"한약과 서약을 결합하려는 사고방식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틀린 건 당신이 대상을 잘못 정했다는 것이죠!"

"인삼이든 설련이든, 심지어 보조 재료인 당귀까지 모두 크게 보신을 하는 물건이에요, 일반 환자들이 먹으면 자연스레 아무 일도 없겠죠."

"하지만 어르신의 몸 상태는 지금 극도로 허약합니다, 크게 보신되는 이 약물들은 그에게 있어 비상보다도 몇 배 더 되는 독이 될 겁니다!"

"너무 허하면 보신을 받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나요?"

임지환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다. 하지만 한 글자를 말할 때마다 장하명의 안색은 점차 하얗게 질려갔다.

결국 장하명의 안색은 심히 창백해졌다.

"하명 씨, 그동안 수고했어요, 내려가서 쉬세요."

"이곳에는 임명의가 계실 테니 걱정할 필요 없어요."

이성봉은 손을 휘저었고 온화하던 말투에도 조금 냉랭한 기운이 더해졌다.

이성봉의 말을 듣자 창백하던 장하명의 얼굴이 순간 핏기 하나 없이 하얘졌다.

이 씨 가주가 임지환의 말을 매우 동의하는 게 분명했다.

그는 곰곰이 생각을 하다 바로 일을 떠넘기며 말했다.

"방금은 제가 무례했네요, 어르신을 치료하는 중임은 임명의에게 맡기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장하명은 한편으로 물러갔다.

그의 마음속은 아직도 조금 내키지 않았다. 저 녀석이 정말 재주가 있는 건지 보고 싶었다.

"자, 임명의!"

이성봉이 공손히 말했다.

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병상 앞으로 걸어가 어르신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모두 조심스럽게 대하는 것과는 달리, 임지환의 진단은 여유롭기 그지없었고 무심히 맥을 짚은 후 어르신의 몸을 몇 번 눌러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동작을 멈추고 눈을 감은 채 사색을 하기 시작했다.

"임명의, 어르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확신이 어느 정도인가요."

이성봉은 다급히 물었다.

"어르신의 상황은 아주 나쁩니다. 하지만 다행히 치료가 아예 안되는 지경은 아닙니다."

"전 80% 정도 치유할 확신이 듭니다."

호흡을 조절한 뒤 임지환은 천천히 눈을 떴고 담담하던 눈빛은 날카로운 칼날이 칼집에서 나오는 것처럼 예리해졌다!

"좋아요!"

이성봉은 매우 기뻤다.

"임명의께서 나서주신다면 어르신의 건강이 회복할 가능성이 있네요, 저도 드디어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겠어요!"

그는 일 년 내내 어르신의 일로 바삐 돌아다녔다. 정말 정력을 다 쏟아부어 저녁에 밤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었다.

이 말들은 그에게 의심할 여지없이 큰 희망을 주었다.

임지환은 숙연한 표정으로 상자를 열고 그 파우치를 열었다.

파우치에는 크기가 각기 다른 18개의 은침이 놓여있었다.

"이것은... 은침?"

"설마 이 임 씨, 침술로 어르신을 치료하려는 건가?"

장하명은 임지환이 꺼낸 상자 안의 물건을 본 후 눈빛에도 조금의 변화가 생겼다.

그는 비록 유학파지만 사부님은 고 한의학자이다.

침술에 대해 그도 조금은 알고 있다.

그가 알기로, 현재 국내에 고법 침술을 할 줄 아는 의학자는 적고도 적다.

있다고 하더라도... 모두 반백살이 넘은 나이다.

임지환이 뱃속에서부터 의학을 배웠다고 해도 고법 침술에 능통할리는 없지 않은가?

감히 침술로 병을 치료하려 들다니? 어떻게 감히?

장하명은 곁에서 싸늘하게 방관하며 임지환이 대체 어떻게 치료를 하는지 보고 싶었다.

임지환은 은침을 들고 조금 사색하다 침을 놓으려 했다.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만해!"

차가운 호통소리가 문밖에서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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