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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그는 상자를 들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려 했다!

"둘째야, 네가 정말 함부로 소란을 피우고 있구나."

"지금 임명의께서 화가 나 가셨는데 대체 그럼 아버지는 누가 치료한단 말이냐?"

임지환이 바로 몸을 돌려 가는 것을 보고 이성봉은 순간 조급해졌다.

그는 적지 않은 인력과 물력을 동원했고 심지어 엄청난 신세를 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양주왕 이 거물을 청해 설득을 부탁했다.

많은 힘을 들여 겨우 임지환을 모셔왔다.

하지만 결국 어르신의 병을 치료 못한 것도 모자라 상대에게 밉보이기까지 했다.

양주왕 조강기, 그는 이 씨 어르신 이장호마저 버선발로 맞이해야 할 큰 인물이다!

"형님, 양주왕도 사람을 잘못 보실 때가 있겠죠."

"그리고 의술로 치자면 소 어르신이 단연 더 뛰어나시죠."

"저 녀석은 어르신 옆에서 신을 들어줄 자격도 없어요!"

이성강은 이성봉을 아랑곳하지도 않았다.

그는 마음속에 자기만의 계획이 있다.

만약 그가 청해온 명의가 아버지를 완쾌시킬 수 있다면, 그가 집안 주인의 자리에 못 앉을 것도 없다.

소태진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거만하게 말했다.

"저 어린 녀석이 80%의 확신이 있다면, 이 늙은이는 100%일세!"

"소 어르신, 저는 어르신의 의술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다른 걱정이 있어서 입니다."

"하지만 어르신이 이렇게 말씀하시니, 저희 아버지의 생사는 어르신께 맡기겠습니다."

이성봉은 임지환이 떠났으니 그 다음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소태진은 수염을 어루만지며 두 손으로 주먹을 쥐고 숙연하게 말했다.

"이 늙은이는 이 선생의 부탁을 저버리지 않을 걸세."

말을 마친 뒤 그는 고개를 돌려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호야, 병실로 들어와 나의 만압보물상자를 갖고 와."

"네 어르신!"

밖에 있는 사람이 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집이 우람하고 소처럼 튼실한 강철 같은 장정 한 명이 상자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이 선생, 나의 이 만압 보물 상자는 금사 남목으로 만들어졌어, 특히 침술에 쓰이는 금침은 모두 순금으로 되어 당연히 소홀히 하면 안 되네."

소태진은 말을 하며 능숙하게 약 상자를 열고 마지막 층에서 실크재질로 된 파우치를 꺼냈다.

파우치를 연 순간, 모두는 눈앞이 빛나는 듯했다.

금빛 찬란한 18개의 금침이 가지런히 놓여있어 꽤나 눈이 부셨다.

"둘째야 봤어?"

"소 어르신이야말로 진정한 능력자 셔, 어떤 사기꾼은 척을 하려 해도 할 수가 없어."

이성강은 흥분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이성봉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소 어르신에게 약간의 존경심을 느꼈다.

모두의 반응을 본 소태진은 저도 몰래 얼굴에 의기양양한 표정이 흘러나왔다. 이것이 바로 그가 원하는 효과다.

방안의 모든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정신을 가다듬고 시선을 소태진에게 쏟아부었다.

소태진은 맥을 짚고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장호 어르신의 상태가 그의 예상을 벗어난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미 화살은 당겨졌고 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도 그저 겨루어봐야 할 수밖에 없다.

"콜록콜록..."

금침이 찔려들어감과 동시에 병상에서 부진하던 이장호가 점차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다들 급해하지 말게나, 이건 정상적인 반응이니."

"나는 지금 금침으로 혈자리를 찌르는 방법으로 어르신 체내의 생기를 자극하고 있어."

소태진은 바로 해명을 했다.

그제야 이성봉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18번째 금침이 어르신 목덜미에 위치한 풍지혈을 찌르자 어르신의 기침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종잇장처럼 창백했던 그의 얼굴에도 마침내 조금의 핏기가 회복되었다.

어둡고 빛을 잃었던 눈망울도 점차 맑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내 어르신의 몸과 연결된 의료기기의 숫자들도 점차 상승추세를 띄었다.

이 광경을 보고 소태진도 마음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 선생, 난 명을 어기지 않았어."

그는 몸을 일으켜 이성봉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 어르신의 몸은 이제 무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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