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상자를 들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려 했다!"둘째야, 네가 정말 함부로 소란을 피우고 있구나.""지금 임명의께서 화가 나 가셨는데 대체 그럼 아버지는 누가 치료한단 말이냐?"임지환이 바로 몸을 돌려 가는 것을 보고 이성봉은 순간 조급해졌다.그는 적지 않은 인력과 물력을 동원했고 심지어 엄청난 신세를 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양주왕 이 거물을 청해 설득을 부탁했다.많은 힘을 들여 겨우 임지환을 모셔왔다.하지만 결국 어르신의 병을 치료 못한 것도 모자라 상대에게 밉보이기까지 했다.양주왕 조강기, 그는 이 씨 어르신 이장호마저 버선발로 맞이해야 할 큰 인물이다!"형님, 양주왕도 사람을 잘못 보실 때가 있겠죠.""그리고 의술로 치자면 소 어르신이 단연 더 뛰어나시죠.""저 녀석은 어르신 옆에서 신을 들어줄 자격도 없어요!"이성강은 이성봉을 아랑곳하지도 않았다.그는 마음속에 자기만의 계획이 있다.만약 그가 청해온 명의가 아버지를 완쾌시킬 수 있다면, 그가 집안 주인의 자리에 못 앉을 것도 없다.소태진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거만하게 말했다."저 어린 녀석이 80%의 확신이 있다면, 이 늙은이는 100%일세!""소 어르신, 저는 어르신의 의술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다른 걱정이 있어서 입니다.""하지만 어르신이 이렇게 말씀하시니, 저희 아버지의 생사는 어르신께 맡기겠습니다."이성봉은 임지환이 떠났으니 그 다음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소태진은 수염을 어루만지며 두 손으로 주먹을 쥐고 숙연하게 말했다."이 늙은이는 이 선생의 부탁을 저버리지 않을 걸세."말을 마친 뒤 그는 고개를 돌려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대호야, 병실로 들어와 나의 만압보물상자를 갖고 와.""네 어르신!"밖에 있는 사람이 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몸집이 우람하고 소처럼 튼실한 강철 같은 장정 한 명이 상자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이 선생, 나의 이 만압 보물 상자는 금사 남목으로 만들어졌어, 특히 침술에 쓰이는 금침은 모두 순금으로 되어 당연히 소홀
어르신의 몸이 점차 회복되는 것을 보고 이성봉은 마음속의 큰 돌을 내려놓는듯했다.자리에 있던 의료진들은 이 장면을 보고 다들 저도 몰래 의아한 표정을 금치 못했고 소태진의 의술에 감탄했다."이 어르신의 병은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데 소 어르신의 치료하에 이렇게 순식간에 생사가 뒤집히다니, 정말 의술이 신의 경지에 이르른듯합니다!""이 장 모인도 의술에 있어 어느 정도 이룬 게 있다지만 소 어르신 앞에서는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어요!""..."주위 사람들의 감탄은 소태진의 마음을 굉장히 흡족게 했다.하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구하는 건 이 늙은이의 본분일세. 만약 더 일이 없다면 이 늙은이는 먼저 가보겠네, 소항 쪽에 아직도 내가 치료해야 할 환자들이 많아."이성봉은 소태진이 가겠다는 말을 듣고 바로 만류했다."소 어르신께서 아버지를 치료하셨으니 저희 이 씨 집안의 대은인이십니다.""어서 사람을 명해 스카이 호텔 루프탑 전체를 대여하라고 해, 연회를 열어 소 어르신을 대접할 것이다!"이성봉은 사업계에서 수십 년간 일을 하며 세상 물정에 관해선 확실하게 꿰고 있다."이 선생이 이리 열정적으로 초대하니 이 늙은이도 그럼 거절하지 않겠네."소태진도 교활한 사람이라 자연스레 겉치레를 해야 할 때와 거두어야 할 때를 알고 있다.일행은 이 씨 저택에서 걸어 나와 스카이 호텔로 출발하려 했다."저기는 임명의 아닌가? 나간 지 반나절이 되었는데 아직도 여기서 안 가고 뭐하는지."문을 나서자마자 눈치 빠른 이성강은 저택 입구에서 상자를 들고 서있는 임지환을 발견했다.그의 조롱에 임지환은 느긋이 말했다."이 씨네 집이 워낙 외져서 한참을 기다려도 차가 잡히지 않네요.""어이 임씨, 재밌어?""사람이 능력이 안되면 겸손하기라도 해야지, 지금 무슨 잘난 척을 하는 거야?"이성강은 비웃었고 가소롭다는 표정이 가득했다."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저 소 씨가 어르신을 치료했나 보지?"임지환이 무심한 듯 물었다."당
"감히 어르신을 저주하다니, 정말 죽고 싶어 안달 났나 보군. 우리 이 가의 미움을 사면 반쯤 죽음의 문턱에 들어선 것과 같다는 것을 모르나 보네!"소태진의 뒤를 따르던 이 가네 가족들은 갑자기 수군대며 임지환을 욕하기 시작했다."성봉 씨, 큰일 났어요!""어르신의 몸이 갑작스레 쇠약해지기 시작했고 지금 바이탈까지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요!""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르신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겁니다!"이때 방에 남아 이 어르신을 돌보던 장하명이 비틀대며 달려 나왔다."뭐라고요?"이성봉은 안색이 급격히 변했고 시선은 소태진을 향했다."소 어르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방금까지 의기양양하던 소태진의 안색은 바로 하얗게 질렸다.그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이 선생, 당황하지 말아요, 내가 다시 침을 놓아볼 테니.""늦었어요, 지금 상황으로 어르신은 10분도 버티기 어려울 거예요."장하명은 침을 꿀꺽 삼켰다.그 말을 듣자 소태진의 얼굴은 창백해졌다.10분?저 임 씨 녀석이 말한 것과 한 치의 차이도 없었다!설마... 어르신은 정말 죽기 직전 잠깐 기운을 차리신 걸까?이 어르신에게 정말 무슨 변고가 생겨 이 씨 집안에게 밉보이면 그도 감당을 할 수 없게 된다."임 선생, 멈춰주세요!"집안 어르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말을 듣고 이성봉은 체면을 차릴새도 없었다.그는 종종걸음으로 뛰어가 임지환을 따라잡고 그의 길을 막아섰다."왜 그러시죠?"임지환은 고개를 들지도 않고 물었다. 그는 전혀 멈춰 설 의향이 없었다."임명의, 죽음을 보고도 지나치시면 안 됩니다!""방금 무례하게 굴었다면 무릎을 꿇고 사죄할게요."이성봉은 말을 하며 임지환의 말을 듣지도 않고 무릎부터 바로 꿇었다."말은 이미 했지만 믿지 않은 건 그쪽이니 다른 사람을 탓하면 안 되죠."임지환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임명의, 멈춰주세요!""제 아버지는 젊었을 때 나라를 위해 출정을 하고 충성을 다했습니다.""아버지가 나라의
검은 피가 다 흐르고 난 뒤, 임지환의 손은 마치 꽃밭을 날아지나는 벌처럼 은침을 어르신의 몸 곳곳에 찔러 넣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어르신은 고슴도치처럼 찔려졌다.모든 것을 마치고 임지환은 옆에 조용히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다들 한 시간을 기다렸지만 어르신은 여전히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이 가네 사람들은 점차 인내를 잃어갔다."어떻게 된 거지? 왜 할아버지는 아직도 일어나시질 않는 거야?""내가 보기에 저 자는 전혀 능력이 없어, 그저 우리의 환심을 사려 할 뿐.""어르신 너무 불쌍하세요, 임종에 이런 죄까지 당하셔야 하다니.""..."그들의 재잘거림에 임지환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정말 이득만 생각하고 교훈을 잊는 사람들이다.이성봉은 안색이 잿빛이 되었고 머릿속은 온통 엉망진창이었다.만약 이 가네 어르신이 돌아가신다면 집안의 기반도 흔들릴 것이다. 앞으로 어떤 소란들이 생기게 될지 모른다.이때 이성강만 옆에 서서 음침한 표정을 하고 냉소를 짓고 있다.어르신이 죽기만 하면, 그는 철저히 분가해 첫째와 가업을 뺏을 생각이다."시끄러워! 나 아직 잘 살아있잖아!""어르신..."모든 이 씨집안 사람들은 차가운 숨을 들이쉬며 귀신이라도 본듯했다.어르신은 언제 깨어나신 건지 이미 일어나 앉아 있었다."이 꼴통들, 일은 제대로 못하고 날 죽어라 저주하는 건 아주 하나같이 부지런하네."이 어르신의 목청은 아주 높았고 마구 욕설을 퍼부었다.정기가 충만한 그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몇 년간 병상에 누워있던 환자 같지 않았다."정말 신의 한 수입니다! 임명의는 정말 신이라 할 수 있어요!"멀지 않은 곳에 있던 소태진은 이 모습을 보고는 바로 두 눈을 크게 뜬 채 흥분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어르신, 방금 깨어나셨으니 지금은 조용히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이 은침은 제가 한 시간 뒤에 뽑을 겁니다.""그리고 보름만 요양하시면, 어르신의 건강은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겁니다."임지환은 귀띔을 해준 후 이내 어르신
"지금 바로 이렇게 주시면 시장님의 체면을 구기는 게 아닌가요?""더군다나 저 임 씨는 그저 의사일 뿐인데, 저희 이 씨 집안의 증정을 받을 자격이나 됩니까?"이성강은 분노가 얼굴에 가득 찼고 내키지 않는듯해 보였다.용은 저택은 비록 어르신의 명의로 되어있지만 평소 대부분 그가 관리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그 저택을 자신의 산업으로 간주하고 있었다.만약 어르신이 임지환에게 선물한다면 그것은 그의 몸에서 살덩어리를 떼어내는 것과도 같다.그것도 몇백억 대의 비계다!"어리석다! 임 선생이 어떤 인물인지 감히 너 따위가 추측할 수 있는 거야?"나에게 생명을 구해준 은혜가 있는 분이다, 그저 저택 하나일 뿐이니 준다면 주는 것이다.""이 일엔 더 이상 끼어들지 마, 시장이 정말 탓을 하려 한다면 당연히 내가 해명을 할 테니."이장호의 태도는 단호했다."하지만..."이성강이 입을 열기도 전, 이장호는 소리를 내어 끊어버렸다."둘째야 그만하고 좀 조용히 해, 방에 가 있으면서 반성하거라."모두가 보는 앞에서 혼이 나자 이성강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는 임지환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악물고 있던 이 사이로 한마디 내뱉었다."이제 두고 보자!"뒤이어 그는 콧방귀를 뀌고 옷자락을 휘날리며 떠났다."임 선생,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게나. 우리 둘째가 집에서 워낙 오냐오냐하다 보니 혹시 듣기 거북한 말을 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게나."이장호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괜찮아요, 개가 짖는다 생각하죠 뭐."이장호처럼 팔방미인인 사람도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졌다."임명의, 스카이 호텔에 이미 만찬을 준비했으니 걸음을 옮겨 얘기를 이어가는 게 어떨까요?"이성봉이 적당한 시기에 말을 꺼냈다."임명의, 먹으면서 얘기를 잘 나눠봐요."소태진도 아부를 떨며 말했다."난 아직 물어보고 싶은 의술 상의 문제들이 많네, 선생한테 가르침을 청하고 싶어."임지환의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목격한 후, 소
"언니가 오해했어, 진 도련님이랑 약속을 잡은 건 단지 프로젝트 얘기를 하려고 하는 거야."배지수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재빨리 설명했다."알았어, 먼저 밥 먹고 얘기를 해보는 것도 괜찮지.""어차피 감정은 천천히 키워나갈 수 있잖아.""걱정하지 마, 이 일은 나한테 맡겨."전화를 끊은 후, 배지수는 고개를 들었다. 구름과 안개가 감도는 청용산을 바라보며 눈동자에는 강인함이 스쳐지났다."언젠가 이 청용산에 배 가의 자리가 생길 거야!"...스카이 호텔은 강남구의 상업중심에 위치했고 한강과 가까운 강한 시에서 규모가 가장 큰 5성급 호텔이다.저녁 무렵, 새 벤츠 C 클래스 한 대가 호텔 입구에 멈춰 섰다.오피스룩을 한 한수경이 하이힐을 신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배지수가 진 가와 연관이 생긴 후 그녀의 외출용 차량도 점점 수준이 높아졌다.전에 타던 파사트에서 지금의 신상 벤츠 C 클래스까지, 그야말로 비약이라 할 수 있다.이 모든 건 전부 진 가에 감사해야 한다.그러니 오늘의 저녁식사도 절대 실수해서는 안 된다!한수경은 곧장 프런트 데스크로 가 룸을 예약하려 했다."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한수경이 들어서자마자 문 앞에 서있던 웨이터가 마중을 나왔다."루프탑에 룸 하나 예약해 주세요, 여기서 제일 좋은 룸으로!"한수경이 패기 있게 말했다."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호텔 루프탑 연회장은 전부 예약되었습니다."웨이터가 답했다."네?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그렇게 멀리서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나랑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매니저 불러와요, 오늘 정말 믿기질 않네."한수경이 기세등등하게 말했다."여사님, 저희는 충분히 자세하게 말씀드렸습니다."웨이터가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저희의 어려움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한수경은 직원을 힐긋 쳐다보고, 고양이 같은 눈매에 분노를 가득 머금고 말했다."내가 말한 거 못 알아들어요? 얘기를 하더라도 로비 매니저랑 할 거예요, 당신이 뭔데?"
이내 그는 허리춤의 무전기를 꺼내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루프탑에 사람 두 명 보내서 그 여자 쫓아내!"이 호텔에서 경호대장의 자리까지 오른 사람 중 능구렁이가 아닌 사람은 없다.진 가는 비록 겉보기에 이 가와 차이가 크지 않지만 최근 몇 년에야 흥한 터라 기반이 불안하다.이 씨 집안이라는 지역의 명문과는 전혀 비교할 가치가 없다.어느 쪽이 가볍고 어느 쪽이 중요한지 그의 마음속엔 자연스레 판단할 저울이 있다.그 시각 호텔 지배인 이민정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벤츠 마이바흐 한 대가 멈춰 섰고 이 씨네 집사가 차에서 내려 문을 열었다.임지환이 차에서 내렸고 손에는 등나무로 엮은 상자를 들고 있었다."장 집사님, 안녕하세요.""분부대로 이미 사람을 시켜 루프탑 전체의 예약을 미루라고 했습니다.""그러니 그곳은 전부 이가의 손님을 초대하는 연회에 쓰일 것입니다."이민정은 전형적인 강남 여자의 생김새였고 몸매가 가늘어 호텔에서 주문 제작한 직업복까지 입고나니 꽤나 눈 호강이 되었다."이 분은 용성수 명의십니다, 오늘 어르신께서 초대할 귀빈이에요."장 집사가 이민정에게 소개를 했다."용성수 명의요?"이민정은 궁금함에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이 호텔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전부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격을 맞춰 입고 온다.임지환처럼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연회에 참석하는 사람은 그녀도 처음 본다.이 차림새에 어딜 봐서 명의라는 거지?마음속으로는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민정은 바른 예의를 갖추어 손을 내밀었다."명의 선생님, 안녕하세요."하지만 임지환은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일 뿐, 상대가 미녀라 해서 지나치게 열정적이진 않았다.‘예의없게 굴긴!’임지환이 악수를 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이민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운 손을 거두었다."용성수 선생님은 귀한 손님이시니 반드시 잘 대접해야 합니다."장 집사가 웃으며 말했다."말하자면 용성수 선생이야말로 오늘 밤의 주인공이니까요!"냉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임지환과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닫힐 때까지 경호대장 이휘와 다른 사람들은 계속 허리를 굽신거리며 공손한 표정을 지었다."임지환?"한수경은 그 뒷모습이 익숙하게 느껴졌고 의혹스러웠다."저 녀석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그녀는 알아보기 위해 따라가려고 했다.하지만 엘리베이터 입구에 가기도 전, 이휘와 다른 사람들로 인해 막혀버렸다."이건 VIP 손님을 위해 준비한 엘리베이터라 관계자 외 출입 금지예요."이휘가 차갑게 말했다."VIP?""방금 들어간 남자, 내가 아는 사람이야. 임지환이라고."한수경이 말했다."임지환? 난 전혀 모르겠는데요.""방금 들어간 건 이 씨 집안 장 집사예요, 그리고 다른 귀빈은 용성수 선생이시고.""여기서 소란 피우지 마요, 아니면 내가 손을 써도 탓하지 말아요."이휘가 옆에 선 경호원에게 눈짓을 했다.사람들이 또 포위하려 하자 한수경은 바로 뒤로 물러서며 큰소리로 말했다."나 건드리지 말라고, 알아서 갈 거니까!"말을 마치고 그녀는 허겁지겁 로비로 왔다."설마 방금 잘못 본 건가? 방금 그 사람은 임지환이 아닌 건가?""하긴... 그 병신이?""걔가 무슨 자격으로 이 씨 집안의 귀한 손님이 돼서 이런 5성급 고급 호텔에 드나들겠어?"터무니없는 생각을 없앤 후 한수경은 구석진 곳을 찾아가 배지수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의 경과를 알려주었다."알았어, 그럼 1층 룸으로 바꿔줘."배지수는 전화를 끊은 후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이 씨 집안은 역시나 호탕하다. 천금을 투척해 가장 좋은 루프탑 전체를 예약하다니.비록 배 가도 위를 향해 발전하고 있지만, 강한 시의 명문들과는 여전히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이러한 차이는 배지수가 위로 기어오르려는 결심을 철저히 자극했다.그런 생각을 안고 그녀는 문을 열어 병실로 들어갔다.배준영은 유옥진이 깎아 준 사과를 먹으면서 한창 즐겁게 동영상을 보며 허허 넉넉 거리고 있었다.그는 미닫이문 소리를 듣자마자 사과를 뱉어내고 이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