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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임지환은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이 씨네 둘째인 이성강이 팔자걸음을 하며 밖에서 걸어들어왔다.

"둘째야, 뭐 하는 거야?"

이성봉은 불쾌한 듯 말했다.

"임 명의가 방금 아버지를 위해 치료를 하려 하는데 왜 방해하는 거야?"

"형님, 제가 일부러 방해하려는 게 아니라 아버지를 위해 치료를 할 더 적합한 사람이 있어서예요."

이성강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더 적합한 사람?"

이성봉은 궁금했다.

"당연하죠, 이 어디서 온 건지도 모르는 사람보다 육지 명의께서 아버지의 병을 치료해 주시는 게 더 알맞은 것 같아요."

이성강은 말을 마치고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모든 사람들은 이성강의 뒤에 은발을 한 노인이 서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노인은 긴 셔츠를 입고 있었고 키는 조금 작았지만 몸에서는 평범하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육지 명의 소태진?"

"이분은 사부님 마저도 스스로 안된다 부끄러워하실 의술의 대가십니다!"

"이 분이 계신데, 저 임 씨는 아무것도 아니죠?"

소태진이라는 이름을 듣자 구석진 곳에 서있던 장하명은 구원자라도 본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빠르게 앞으로 걸어가 아부의 말투로 말했다.

"소 어르신, 후배를 기억하시려는지 모르겠네요? 저희, 소항의술교류회에서 한번 뵌 적 있는데요."

소태진은 그의 말을 듣고 한번 훑어보았다.

이내 그는 웃어 보였다.

"네가 진중생이 데려온 그 꼬마 제자냐? 몇 년 못 본 사이에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네, 저도 여기서 이렇게 선배님을 만날 행운이 있을 줄 몰랐습니다."

"이젠 정말 이 어르신이 살 가망이 생겼네요."

장하명은 미친 듯이 아부를 떨었다.

"장 선생, 이 소명의가 정말 당신이 말한 것처럼 그리 대단합니까?"

이성봉은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저는 소 어르신에 대해 함부로 평가를 할 자격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르신은 제 사부님보다도 의술이 더 뛰어나시기 때문이죠."

"명성은... 아마도 이 용성수보다 많지 않을까 싶네요."

장하명은 말을 마치고 일부러 도발하듯 임지환을 힐긋 쳐다보았다.

임지환은 그저 옆에서 구경만 할 뿐, 입을 열어 말을 끊지 않았다.

"소 어르신은 소항에서 인정한 첫 번째 한의학 대가십니다, 그의 의술은 절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성강은 의기양양해졌다.

"이 선생이 너무 과했네, 이 늙은이는 그저 의사에 불과할 뿐 그런 명성을 감당하지 못하네."

소태진은 임지환을 바라보며 궁금한 듯 물었다.

"이 어린 친구의 얼굴을 보니 조금 낯선데, 어떤 고인을 스승으로 모셨는지 모르겠네?"

"독학으로 배워 사부님이 없습니다."

임지환은 담담하게 말했다.

"독학으로 인재가 되었다고? 이 늙은이가 자네를 얕보았나 보네."

소태진의 말투는 진정 어렸지만 얼굴에서는 경멸의 빛이 남김없이 드러났다.

이성봉은 이 말을 듣고 갑자기 어색한 듯 말했다.

"임명의께서는 비록 명문가의 스승을 모신 게 아니지만 그래도 진정한 재간과 학문이 있습니다."

"형님, 아버지를 치료해 효도를 하려는 거 알아요. 하지만 병 치료는 장난이 아니에요."

"이 자는 아직 나이도 한참 어리고 너무 앳되어 보이잖아요."

"그래서 이 자가 사기꾼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어요."

이성강은 가소롭다는 듯이 임지환을 힐긋 보았다.

"둘째야, 너 지금 뭐라 헛소리하는 거야?"

"임명의는 양주 왕도 어느 정도 공손히 대해야 하는 인물이야, 어떻게 사기꾼일 리가 있어!"

이성봉은 이성강에게 호통을 치고 몸을 돌려 사과했다.

"임명의, 미안하네. 둘째가 말을 할 줄을 몰라 그런 거니 절대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임지환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입을 열지 않았다.

"내가 말을 할 줄 모르다니요?"

이성강은 이내 고개를 돌려 말했다.

"소 어르신, 전에 용성수라는 칭호를 들은 적 있나요?"

"용성수? 그 칭호의 명의는 이 늙은이도 처음 듣소."

소태진은 고개를 저었다.

이 대답은 임지환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듯했다.

"이건..."

순간 세상 물정에 밝은 이성봉도 다소 난감해졌다.

"난감해 하실 필요 없어요. 소 어르신이 이리 대단하시니, 소 어르신께서 직접 치료하게 하시죠."

임지환이 주동적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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