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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어르신의 몸이 점차 회복되는 것을 보고 이성봉은 마음속의 큰 돌을 내려놓는듯했다.

자리에 있던 의료진들은 이 장면을 보고 다들 저도 몰래 의아한 표정을 금치 못했고 소태진의 의술에 감탄했다.

"이 어르신의 병은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데 소 어르신의 치료하에 이렇게 순식간에 생사가 뒤집히다니, 정말 의술이 신의 경지에 이르른듯합니다!"

"이 장 모인도 의술에 있어 어느 정도 이룬 게 있다지만 소 어르신 앞에서는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어요!"

"..."

주위 사람들의 감탄은 소태진의 마음을 굉장히 흡족게 했다.

하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구하는 건 이 늙은이의 본분일세. 만약 더 일이 없다면 이 늙은이는 먼저 가보겠네, 소항 쪽에 아직도 내가 치료해야 할 환자들이 많아."

이성봉은 소태진이 가겠다는 말을 듣고 바로 만류했다.

"소 어르신께서 아버지를 치료하셨으니 저희 이 씨 집안의 대은인이십니다."

"어서 사람을 명해 스카이 호텔 루프탑 전체를 대여하라고 해, 연회를 열어 소 어르신을 대접할 것이다!"

이성봉은 사업계에서 수십 년간 일을 하며 세상 물정에 관해선 확실하게 꿰고 있다.

"이 선생이 이리 열정적으로 초대하니 이 늙은이도 그럼 거절하지 않겠네."

소태진도 교활한 사람이라 자연스레 겉치레를 해야 할 때와 거두어야 할 때를 알고 있다.

일행은 이 씨 저택에서 걸어 나와 스카이 호텔로 출발하려 했다.

"저기는 임명의 아닌가? 나간 지 반나절이 되었는데 아직도 여기서 안 가고 뭐하는지."

문을 나서자마자 눈치 빠른 이성강은 저택 입구에서 상자를 들고 서있는 임지환을 발견했다.

그의 조롱에 임지환은 느긋이 말했다.

"이 씨네 집이 워낙 외져서 한참을 기다려도 차가 잡히지 않네요."

"어이 임씨, 재밌어?"

"사람이 능력이 안되면 겸손하기라도 해야지, 지금 무슨 잘난 척을 하는 거야?"

이성강은 비웃었고 가소롭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저 소 씨가 어르신을 치료했나 보지?"

임지환이 무심한 듯 물었다.

"당연하지, 소 어르신은 그저 몇 분 이라는 시간 안에 아버지를 치료하셨어."

이성강은 으쓱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저 허풍만 칠 줄 아는 누구랑은 다르지!"

하지만 임지환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르신의 병은 보기와 달리 간단하지 않아. 저 소 씨는 병을 완벽히 치료한 게 아니야. 오히려 병세를 악화시켰을 뿐이지."

이성강은 그 말을 듣고 잠깐 멈칫하다 이내 격한 분노에 차올랐다.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소 어르신이 침을 놓은 뒤 아버지의 몸은 바로 정상수치로 회복하셨어."

"네가 아무리 번지르르하게 말을 해도 난 믿지 않아."

머리끝까지 화가 난 이성강을 보며 임지환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그저 죽기 직전 잠깐 기운을 차린 것일 뿐, 어르신은 아마 10분도 못 버티시고 세상을 뜨실거야!"

웃음기가 서려있던 소태진의 안색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한참 후배가, 헛소리하지 마!"

"내 의술은 너 따위 애송이가 알 수 있는 게 아니야!"

임지환에게 항상 예의를 차리던 이성봉도 지금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임지환, 난 자네의 기량이 이렇게 작을 줄 몰랐네. 노인의 생명으로 장난을 치다니 정말 매너 없군."

임명의라고 칭하다 임지환이라 부르는 걸로 보아 그가 정말 화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 여기까지 말하겠어요,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

임지환은 그들과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아 바로 고개를 돌려 걸어갔다.

그가 이 씨 집안에 병 치료를 온 것은, 그저 남의 부탁을 받았기 때문에 이 일에 마음을 다했을 뿐이다.

이가 사람들이 자신을 믿지 않는 이상, 그도 더이상 여기서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었다.

"정말 알 수 없네요, 저 임 씨 녀석 정신병이라도 걸린 게 아닌가 싶네요!"

"체면만 차리면 고생만 한다고, 저 자가 가니 좋네요, 적어도 귓가가 많이 조용해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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