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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17장

용정 화원.

오늘 예매가 시작될 서천구의 건물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호화로운 분양센터의 앞에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예매를 한다기보다 시세차액으로 돈을 벌려 한다는 게 더 맞았다. 심지어 어젯밤 저녁부터 이곳에 죽을 치고 앉아 기다리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줄곧 서천구의 사람들로부터 낡고 초라한 건물이라며 갖은 천대를 받던 땅이 오늘처럼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하이라이트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줄은 이미 분양 가구 수를 훌쩍 초과한지 오래였지만 집을 분양받으려는 사람들의 뜨거운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줄은 더욱더 길어지고 있었다.

분양센터 앞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모여든 인구에 비해 턱없이 작은 주차장 때문에 차들은 무려 일 키로메터 넘은 곳까지 주차되어 있었다.

심지어 현장 질서를 유지하고 집결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본 시의 기능 부서 직원들까지 이곳으로 파견되었고 각 대형 언론사에서는 전속 구역에 주둔한 채 모든 카메라 설비를 완벽하게 세팅하고 대기 중이었다.

전례 없는 어마어마한 상황이었다.

시에서 상위 10위의 부동산 회사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때에도 이처럼 많은 인파가 몰려들지 않았었다.

“대광이 형, 오늘 좀 바쁘겠는데요?”

분양센터 건물 안, 한 앳되어 보이는 직원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바깥 상황을 바라보며 이대광에게 걱정스러운 눈길을 던졌다.

“이따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면 저 밟혀죽는 거 아니에요?”

“정신 똑바로 차려. 상담원이면 땅에 떨어지는 돈을 허리 굽혀 쓸어 담아도 모자랄 판에 밟혀 죽는 게 두려워?”

이대광은 젊은 직원을 흘기다가 시선을 창밖으로 옮겼다. 예상을 뛰어넘은 인파에 마음이 착잡했다.

그가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제일 큰 이유는 정태건설의 판매량이 오늘의 국면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천도준이 미리 주건희를 찾아 도움을 빌린 것이었고.

한 달 여전까지만 하더라도 정태건설은 그의 손아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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