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준이 웃으면서 다가갔다."도준아, 또 왜 이렇게 늦게 돌아와? 밥은 먹었어?"이난희는 입으로는 불만을 토로했지만, 눈동자에는 안쓰러운 기색을 비쳤다.천도준도 어머니의 눈이 조금 붉어진 것을 보게 되었다. 조금 전에 운 것이 분명했다."먹었어요. 밖에서 청하랑 먹었어요."천도준은 그 이유를 캐묻지 않았다.이수용이 나타난 뒤로 아까 전 만남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인 셈이었다.그 당시의 일을 이야기하다가 어머니가 눈시울을 붉히게 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청하는?"이난희가 천도준의 뒤쪽을 바라보며 실망한 척했다."그렇게 좋은 여자를 이 밤중에 왜 집으로 데려오지 않았어?”천도준은 잠시 얼떨떨해하다가 곧바로 그녀의 말을 깨닫고 눈을 흘겼다."엄마, 엄마가 이렇게 점잖지 못한 것을 저는 예전에 왜 몰랐을까요?”이 한마디에 네 사람 다 하하 웃었다.천도준도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함께 앉아서 한바탕 잡담을 나누던 천도준이 먼저 방으로 돌아갔다.침대에 누운 그는 잠이 오지 않아 천장을 바라보며 점심에 이수용이 했던 말들을 곱씹어 보았다.그는 그전까지 천씨 가문을 너무 간단하게 생각했다.생면부지의 아버지는 비록 천씨 가문의 가주이지만, 천씨 가문에서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정도로 권세가 대단하지 않았다.게다가 그의 출생이 여사님이 아버지의 결정을 반대하는 문제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는 오히려 그것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정태건설이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의 모든 매물을 예매하기만, 그는 이번 기회를 빌려 회사를 크게 키울 자신이 있었다.천씨 가문이 남몰래 도와주지 않아도 그는 조금도 겁나지 않았다.‘사생아와 엘리트 사이에는 절대로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없어!’천도준이 신경 쓰는 것은 그 당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였다.‘어르신의 말대로라면 아버지는 그 당시 스무 살의 나이에 이미 천씨 가문의 일인자로 자리매김했으니, 하늘의 총애를 받은 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그런데 어쩌다가 어머니와 함께하게 되었을까?’
밤 8시.천도준은 외곽의 옥천 상장으로 향했다.주건희의 산업이자 이번 약속 장소인 옥천산장은 프라이빗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정말이지 이 지역의 주건희이 세력은 가히 대단하다 할 수 있었다.그래도 만일을 위해 천도준은 울프와 함께 움직였다.주준용의 실력은 주건희의 라이벌로 지내며 몇 년이나 막상막하의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이번 만남에서 주준용이 판을 깨려고 한다면 주건희는 정말로 말릴 수 없을지도 몰랐다!택시가 옥천 산장 입구 앞에 멈췄내린 천도준과 울프는 산장 울프는 산장 안으로 향했다.“도준 씨와 주준용의 관계에 아직 개선될 여지가 있습니까?”울프는 이번 만남의 목적을 알고 있었다. 수행자로서 쓸데없는 질문은 자제해야 했기에 오는 내내 꾹 참고 있었지만 입구까지 도착하자 울프는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주준용은 목숨 아까워하지 않기로 유명한 사람이라 오늘의 만남이 천도준에게 불리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없어.”천도준은 딱 잘라 말했다.“지난번의 원한 때문이든 앞으로의 정태 건설의 발전에서든 나와 주준용은 완전히 대립 면에 서 있어. 다만 주건희가 초대를 했으니 체면은 살려줘야지.”눈빛을 빛낸 울프는 걱정스레 물었다.“위험해지면….”“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우두머리부터 잡아야겠지!”천도준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두 분, 이곳은 개인 산장입니다. 초대나 예약 없이는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비가 천도준과 울프를 막았다.울프는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뭐라고요? 주 회장 안에 없습니까?”그 말을 듣자 경비의 눈빛이 바뀌더니 연신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두 분. 회장님 초대로 오신 분인 줄 몰랐습니다. 안쪽으로 모시겠습니다.”곧이어 경비는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차량 보내주세요.”이내, 차량 한 대가 산장 안에서 나왔다.천도준과 울프를 차에 태운 경비는 곧바로 차 앞에서 달리며 길을 안내했다.산장의 경비로서 그는 주 회장의 손님과
울프도 미간을 찌푸리더니 의아한 얼굴을 하며 그를 쳐다봤다.“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있지, 돈이!”천도준이 진지하게 말했다.“돈도 존나게도 많네!”울프는 어리둥절해졌다.손을 들어 병풍을 가리킨 천도준은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말했다.“재료가 강향단인 데다 최소 몇백 년은 된 것 같아. 재료만 해도 골동인데 저 위에 그려진 그림은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다면 화성인 오도자의 일 거야. 그건 값을 매길 수 없는 엄청난 보물이라고!”흥분을 참지 못한 천도준은 입맛만 다시며 말했다.“그런데, 여기에 병풍으로 두다니!”깜짝 놀란 울프는 두 눈이 다 휘둥그레졌다.“너무 사치 아닙니까?”천도준은 그 말에 부정하지 않은 채 심호흡을 하며 놀란 마음을 다스린 뒤 병풍 위의 을 주시했다.그는 골동품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동산 업계에서 일하면 주고받을 인정이 많아 절대로 대충 넘길 수는 없었다.병풍의 은 모조품이거나 가짜 따위가 아니라 진정한 화성의 진짜 필적이 남아있는 진짜였다!하지만 그는 이 옥천 산장이 화성의 그림을 뒷배경으로 둘 수 있을 정도로 호화로울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와 동시에, 룸 밖.서둘러 찾아온 주건희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때마침 방안에서 들려오는 천도준의 말을 들었다.순간 놀란 그는 접대하던 여자 둘에게 조용히 하라고 한 뒤 웃으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짝! 짝! 짝!별안간 박수 소리가 울려 천도준과 울프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다.그러자 주건희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계속해서 박수를 치며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대단하군요. 천도준 씨, 이 그림이 이라는 것을 알아보다니 안목이 정말 뛰어나시군요.”주건희는 거리낌 없이 칭찬을 했다.“이 그림을 여기에 걸어놓은 지도 벌써 몇 년이나 지났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손님들이 왔다 갔지만 오늘날의 국화의 대가인 조청룡 외에는 이 그림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죠
술자리는 이상할 정도로 순조로웠다.서로 잔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는 뜨거웠다.그건 천도준과 울프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주준용의 유명한 악명을 봤을 때 그날 밤에 생긴 원한은 쉽게 내려놓을 리가 없었다.그러나 하필, 오늘, 이 술자리에서는 미소를 지은 채 연신 천도준에게 술을 건네고 있었다.그렇게 그 식사는 한 시간이 넘게 이어졌다.천도준은 울프를 데리고 옥천 산장을 나설 때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형님….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울프는 잔뜩 취한 탓에 혀가 다 꼬여버렸다. 천도준의 대부분 술을 사실 그가 다 대신 마셨다.천도준은 마른 세수하며 취기에서 정신을 차리려했다.그는 가라앉은 눈빛으로 사색에 잠겼다.“나도 모르겠어. 주준용의 명성을 생각하면 분명 뒤끝이 아주 길 텐데. 절대로 내 신분과 화해시키려는 주건희의 체면을 봐서 이대로 그만둘 사람이 아니야.”“그럼 참 이상하네요….”그렇게 중얼거리던 울프는 휘청거리더니 그대로 천도준의 품에 쓰러졌다.쓴웃음을 지은 천도준은 고개를 돌려 옥천 산장의 경비를 쳐다봤다.“저기요, 저희 조금만 바래다줄 수 있겠습니까? 여기 택시가 안 잡혀서요.”차를 사는 일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될 것 같았다.천도준과 울프가 옥천 산장의 차를 타고 떠났을 때, 검은색 마이바흐가 천천히 옥천 산장을 나왔다.차 안, 주준용은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음산하게 창밖을 쳐다봤다.그리고 그의 옆에는 주환이 앉아있었다.주준용이 그를 부른 건 화해하라는 주건희의 말을 따르기 위해서가 당연히 아니었다.이 지역에서는 오직 주준용만이 화해를 하라고 주도할 수 있지, 그에게 화해하라고 강요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하지만 산장에 도착하고 난 뒤, 전화 한 통을 받은 주준용은 주환에게 차에서 대기하라고 한 뒤 주준용은 홀로 천궁으로 들어갔었다.“형,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주환은 다리에 아직도 깁스하고 있었다. 오래 앉아있었더니 아까부터 다리가 아팠지만 그래도 그는 호기
주준용은 민머리를 매만지며 섬뜩한 웃음소리를 냈다.“이 마이바흐, 사고 난 지 오래됐군!”말을 마친 그는 운전석 시트 등받이를 발길질했다.“속도 높여, 사고내라고!”“알겠습니다, 형님.”주환이 두 눈을 빛내더니 감격에 찬 눈으로 주준용을 쳐다봤다.“형님, 이건, 이건 절 위해 복수를 해주려는 겁니까?”주준용은 짝하고 머리 위로 손뼉을 치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복수는 무슨 복수? 이건 아주 단순하고 갑작스러운 교통 사고일뿐이야.”“예, 예, 예, 맞습니다. 교통사고지요. 사고란 원래 거센 법이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습니까?”주환이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리며 기분 좋게 맞장구를 쳤다.검은색 마이바흐가 짐승 같은 엔진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거칠게 가기 시작했다.그와 동시에.옥천 산장, 천궁 내.주건희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었고 손에는 뜨끈한 차를 들고 있었다.조금 전에 분위기를 위해 그 역시도 술을 적잖이 마셨다.다만 그의 주량에 비해 방금 마신 양은 고작 조금 알딸딸할 정도뿐이었다.차를 마시자, 상태가 많이 회복되었다.금테 안경을 벗은 그는 손을 들어 콧대를 어루만졌다.그러고 나서야 주건희는 웃으며 물었다.“어떤가?”거대한 천궁 안, 가야금 소리는 진작에 멈춰 있었고 오직 가짜 산수 속에서 흐르는 물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분명 주건희 혼자뿐이었지만 그는 질문을 하고 있었다.“그래.”평온, 심지어는 더없이 차갑게까지 느껴지는 목소리가 병풍 뒤에서 들려왔다.이내, 캐쥬얼한 복장에 키가 약 170cm 정도 되는 청년이 병풍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청년은 대략 30세 정도에 평범한 외모, 검은 뿔테 안경 차림을 하고 있어 보고 있으면 점잖은… 얌전하다고 느끼게 하였다.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이면 금방 찾아내지 못할 그런 느낌이었다.다만 그의 두 눈만은 불테 안경 아래서 놀라울 정도로 반짝거렸고 눈빛도 더없이 날카로웠다.청년은 천천히 테이블 앞으로 다가오더니 자리에 앉아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을 쳐
주건희의 안색이 돌변하며 동공이 확 수축했다.청년의 뚫어지게 쳐다보는 시선에 그의 정력으로도 저도 모르게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상을 재촉하다니?!말도 안 되는 소리!주건희는 이 지역의 호걸로 재계에서 적수가 없다시피 한 존재인데 그에게 상을 바랄 필요가 없었다.“응?”청년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소리를 냈다.주건희는 미간을 꾹꾹 누르며 고개를 숙여 웃었다.“맞네.”“급한 것 없네.”청년은 고개를 돌려 저택 밖을 쳐다봤다.청년의 시선이 이동한 것을 느낀 주건희는 순간 압박감에서 벗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호걸이라 한들 살아생전 이토록 날카로운 눈빛은 또 처음이었다.다른 한쪽.넓은 도로 위.검은색 벤츠가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운전하는 건 옥천 산장의 한 매니저였다.조건희에게 초대받아 천궁에 들어갈 수 있는 손님이 어떤 사람인지 매니저로서 그는 등 뒤에 있는 두 사람의 무게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중년의 매니저는 혹시라도 운전 기술로 인해 두 귀빈의 휴식에 방해가 될까? 처음부터 끝까지 몹시 조심스럽게 운전했다.뒷좌석에 앉은 천도준은 창밖의 거꾸로 가는 노란빛의 가로등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울프는 잔뜩 취해서는 시트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별안간, 울프의 몸이 떨리더니 가슴이 들썩이기 시작했다.그는 황급히 차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우욱~”울프는 순간 술 냄새가 가득한 토사물을 토해냈다.갑작스러운 광경에 천도준과 운전하던 매니저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천도준은 울프가 조금 편해지게 얼른 울프의 등을 두드렸다.오늘 밤에 울프가 대부분 술을 막아준 탓에 울프는 확실히 많이 마시긴 했다.“천도준 씨, 저, 저 괜찮습니다….”울프는 시퍼레진 얼굴로 막 입을 열자마자 목구멍에서 다시 한번 욱하고 많은 양의 토사물을 토해냈다.“괜찮아, 토해내고 나면 좀 나을 거야.”천도준은 자신이 울프를 돌보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그는 원래 어둠에서 걸어 나
마이바흐 안.엔진소리를 들으며 빨라진 속도를 느낀 주환은 온몸의 피가 들끓는 것만 같았다.그는 다리의 통증은 완전히 잊은 채 중간에 앉아 점점 더 가까워지는 벤츠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눈을 붉혔다.“박아, 세게 박아버려, 죽일 정도로 세게 박아!”옆에 있는 시트에 기대앉은 주준용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들어 민머리를 쓰다듬었다.“이 지역에서 주건희 말고 그 누구도 이 주준용에게 맞설 자격은 없어!”말을 마친 그는 흥분한 주환을 툭 쳤다.“진정 좀 해. 똑바로 앉아, 괜히 이따가 박고 나서 다른 한쪽 다리도 부러트리지 말고.”“아, 맞아, 맞아. 형님 말씀이 옳습니다.”주환은 번뜩 정신을 차리고 다시 시트에 앉아 안전띠까지 했다.주준용은 웃으며 말했다.“휴대폰을 꺼내서 구급차 부를 준비 해. 이따가 사고 나면 다친 사람들을 무시할 수는 없지.”“그래요, 그래요, 박으면 곧바로 전화하겠습니다.”주환은 한껏 흥분해서는 얼굴을 붉혔다. 조금 있다가 차가 부딪쳐 날아가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벤츠 안.“천도준 씨, 이제 5m도 안 남았습니다!”울프는 차 안으로 몸을 움츠러트렸다. 그는 뜨거운 가마 속의 개미처럼 참지 못하고 운전석 시트를 탁 내리쳤다.“더 속도 올리지 않고 뭐 해요!”“이미, 이미 이게 최선입니다.”매니저는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오늘밤 귀빈을 배웅하다 이렇게 목숨이 위협받을 줄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지금 속도로 부딪히게 된다면 뒤쪽의 마이바흐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들이 운전하고 있는 이 벤츠는 절대로 날아오를 게 분명했다.울프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막 호통을 치려는데 천도준의 손이 울프의 어깨로 향했다.“저분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야. 하나는 벤츠, 하나는 마이바흐잖아. 가격 차이가 얼만데, 우린 도망칠 수 없어.”그대로 얼어붙은 울프는 멍한 눈빛으로 천도준을 쳐다봤다.지금의 천도준은 여전히 태연자약했고 표정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천도준 씨….”
옥천 산장에서 도시로 돌아가는 길목은 원래도 차량이 아주 적었다.저녁쯤, 차가 적은 도로 위.지금 두 대의 차량은 잇따라 길가에 차를 박은 뒤 멈춰 섰다.벤츠는 차 옆쪽과 차 머리가 변형되었고 전방의 마이바흐는 차 머리에서 짙은 연기가 뿜어지고 있었다!쿵!이내 커다란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벤츠의 차 문을 발로 박찼다.울프가 먼저 차에서 기어 나왔다. 유리에 긁혀 피가 새어 나오는 이마는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황급히 등을 돌린 그는 차 안의 천도준을 도왔다.“천도준 씨, 저희, 저희 살아났어요.”차에서 빠져나온 천도준은 숨을 고르기도 전에 울프와 함께 운전석에 있던 매니저를 꺼냈다.매니저는 이미 충격을 받아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 눈에는 초점이 나가 있었다.차에서 끌려 나온 뒤에는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매니저의 몸을 살핀 천도준은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나서야 한시름을 놓았다.벤츠가 비록 부딪혔지만 세 사람 모두 찰과상만 입었을 뿐 큰 문제는 없었다.조금 전, 일촉즉발의 순간에 아주 조금의 실수라도 했다간 지금처럼 무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마이바흐는 옆에서 부딪히려 했었다. 설령 부딪힐 수 없었다고 해도 매니저의 운전 기술이 좋지 않다면 이런 고속도로에서도 충분히 벤츠를 뒤집을 수 있었다.그는 도박을 걸고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가만히 죽음을 기다린다는 말은 천도준의 인생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었다.그는 홀로 뛰어들어 킹을 끌어내릴 패기가 있는 사람이었다.아무리 절망 속에서도 그는 목숨을 건 내기를 해야 했다!타닥….전방에서 타는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천도준이 시선을 들어 쳐다보자, 마이바흐의 앞머리는 전부 망가진 채 짙은 연기만 피어나고 있었다.그리고 차 안에서는 돼지 멱 따는 듯한 처량한 비명이 들려왔다.보아하니 마이바흐의 차량 손상 정도는 그들 벤츠보다 훨씬 심각한 듯 보였다.그렇다면 그 안에 탄 사람의 부상 정도는… 설명할 수 없었다.하지만 마이바흐 차 안에서 주환의 비명도 들려와 천도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