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도 미간을 찌푸리더니 의아한 얼굴을 하며 그를 쳐다봤다.“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있지, 돈이!”천도준이 진지하게 말했다.“돈도 존나게도 많네!”울프는 어리둥절해졌다.손을 들어 병풍을 가리킨 천도준은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말했다.“재료가 강향단인 데다 최소 몇백 년은 된 것 같아. 재료만 해도 골동인데 저 위에 그려진 그림은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다면 화성인 오도자의 일 거야. 그건 값을 매길 수 없는 엄청난 보물이라고!”흥분을 참지 못한 천도준은 입맛만 다시며 말했다.“그런데, 여기에 병풍으로 두다니!”깜짝 놀란 울프는 두 눈이 다 휘둥그레졌다.“너무 사치 아닙니까?”천도준은 그 말에 부정하지 않은 채 심호흡을 하며 놀란 마음을 다스린 뒤 병풍 위의 을 주시했다.그는 골동품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동산 업계에서 일하면 주고받을 인정이 많아 절대로 대충 넘길 수는 없었다.병풍의 은 모조품이거나 가짜 따위가 아니라 진정한 화성의 진짜 필적이 남아있는 진짜였다!하지만 그는 이 옥천 산장이 화성의 그림을 뒷배경으로 둘 수 있을 정도로 호화로울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와 동시에, 룸 밖.서둘러 찾아온 주건희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때마침 방안에서 들려오는 천도준의 말을 들었다.순간 놀란 그는 접대하던 여자 둘에게 조용히 하라고 한 뒤 웃으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짝! 짝! 짝!별안간 박수 소리가 울려 천도준과 울프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다.그러자 주건희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계속해서 박수를 치며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대단하군요. 천도준 씨, 이 그림이 이라는 것을 알아보다니 안목이 정말 뛰어나시군요.”주건희는 거리낌 없이 칭찬을 했다.“이 그림을 여기에 걸어놓은 지도 벌써 몇 년이나 지났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손님들이 왔다 갔지만 오늘날의 국화의 대가인 조청룡 외에는 이 그림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죠
술자리는 이상할 정도로 순조로웠다.서로 잔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는 뜨거웠다.그건 천도준과 울프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주준용의 유명한 악명을 봤을 때 그날 밤에 생긴 원한은 쉽게 내려놓을 리가 없었다.그러나 하필, 오늘, 이 술자리에서는 미소를 지은 채 연신 천도준에게 술을 건네고 있었다.그렇게 그 식사는 한 시간이 넘게 이어졌다.천도준은 울프를 데리고 옥천 산장을 나설 때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형님….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울프는 잔뜩 취한 탓에 혀가 다 꼬여버렸다. 천도준의 대부분 술을 사실 그가 다 대신 마셨다.천도준은 마른 세수하며 취기에서 정신을 차리려했다.그는 가라앉은 눈빛으로 사색에 잠겼다.“나도 모르겠어. 주준용의 명성을 생각하면 분명 뒤끝이 아주 길 텐데. 절대로 내 신분과 화해시키려는 주건희의 체면을 봐서 이대로 그만둘 사람이 아니야.”“그럼 참 이상하네요….”그렇게 중얼거리던 울프는 휘청거리더니 그대로 천도준의 품에 쓰러졌다.쓴웃음을 지은 천도준은 고개를 돌려 옥천 산장의 경비를 쳐다봤다.“저기요, 저희 조금만 바래다줄 수 있겠습니까? 여기 택시가 안 잡혀서요.”차를 사는 일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될 것 같았다.천도준과 울프가 옥천 산장의 차를 타고 떠났을 때, 검은색 마이바흐가 천천히 옥천 산장을 나왔다.차 안, 주준용은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음산하게 창밖을 쳐다봤다.그리고 그의 옆에는 주환이 앉아있었다.주준용이 그를 부른 건 화해하라는 주건희의 말을 따르기 위해서가 당연히 아니었다.이 지역에서는 오직 주준용만이 화해를 하라고 주도할 수 있지, 그에게 화해하라고 강요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하지만 산장에 도착하고 난 뒤, 전화 한 통을 받은 주준용은 주환에게 차에서 대기하라고 한 뒤 주준용은 홀로 천궁으로 들어갔었다.“형,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주환은 다리에 아직도 깁스하고 있었다. 오래 앉아있었더니 아까부터 다리가 아팠지만 그래도 그는 호기
주준용은 민머리를 매만지며 섬뜩한 웃음소리를 냈다.“이 마이바흐, 사고 난 지 오래됐군!”말을 마친 그는 운전석 시트 등받이를 발길질했다.“속도 높여, 사고내라고!”“알겠습니다, 형님.”주환이 두 눈을 빛내더니 감격에 찬 눈으로 주준용을 쳐다봤다.“형님, 이건, 이건 절 위해 복수를 해주려는 겁니까?”주준용은 짝하고 머리 위로 손뼉을 치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복수는 무슨 복수? 이건 아주 단순하고 갑작스러운 교통 사고일뿐이야.”“예, 예, 예, 맞습니다. 교통사고지요. 사고란 원래 거센 법이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습니까?”주환이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리며 기분 좋게 맞장구를 쳤다.검은색 마이바흐가 짐승 같은 엔진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거칠게 가기 시작했다.그와 동시에.옥천 산장, 천궁 내.주건희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었고 손에는 뜨끈한 차를 들고 있었다.조금 전에 분위기를 위해 그 역시도 술을 적잖이 마셨다.다만 그의 주량에 비해 방금 마신 양은 고작 조금 알딸딸할 정도뿐이었다.차를 마시자, 상태가 많이 회복되었다.금테 안경을 벗은 그는 손을 들어 콧대를 어루만졌다.그러고 나서야 주건희는 웃으며 물었다.“어떤가?”거대한 천궁 안, 가야금 소리는 진작에 멈춰 있었고 오직 가짜 산수 속에서 흐르는 물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분명 주건희 혼자뿐이었지만 그는 질문을 하고 있었다.“그래.”평온, 심지어는 더없이 차갑게까지 느껴지는 목소리가 병풍 뒤에서 들려왔다.이내, 캐쥬얼한 복장에 키가 약 170cm 정도 되는 청년이 병풍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청년은 대략 30세 정도에 평범한 외모, 검은 뿔테 안경 차림을 하고 있어 보고 있으면 점잖은… 얌전하다고 느끼게 하였다.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이면 금방 찾아내지 못할 그런 느낌이었다.다만 그의 두 눈만은 불테 안경 아래서 놀라울 정도로 반짝거렸고 눈빛도 더없이 날카로웠다.청년은 천천히 테이블 앞으로 다가오더니 자리에 앉아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을 쳐
주건희의 안색이 돌변하며 동공이 확 수축했다.청년의 뚫어지게 쳐다보는 시선에 그의 정력으로도 저도 모르게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상을 재촉하다니?!말도 안 되는 소리!주건희는 이 지역의 호걸로 재계에서 적수가 없다시피 한 존재인데 그에게 상을 바랄 필요가 없었다.“응?”청년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소리를 냈다.주건희는 미간을 꾹꾹 누르며 고개를 숙여 웃었다.“맞네.”“급한 것 없네.”청년은 고개를 돌려 저택 밖을 쳐다봤다.청년의 시선이 이동한 것을 느낀 주건희는 순간 압박감에서 벗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호걸이라 한들 살아생전 이토록 날카로운 눈빛은 또 처음이었다.다른 한쪽.넓은 도로 위.검은색 벤츠가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운전하는 건 옥천 산장의 한 매니저였다.조건희에게 초대받아 천궁에 들어갈 수 있는 손님이 어떤 사람인지 매니저로서 그는 등 뒤에 있는 두 사람의 무게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중년의 매니저는 혹시라도 운전 기술로 인해 두 귀빈의 휴식에 방해가 될까? 처음부터 끝까지 몹시 조심스럽게 운전했다.뒷좌석에 앉은 천도준은 창밖의 거꾸로 가는 노란빛의 가로등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울프는 잔뜩 취해서는 시트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별안간, 울프의 몸이 떨리더니 가슴이 들썩이기 시작했다.그는 황급히 차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우욱~”울프는 순간 술 냄새가 가득한 토사물을 토해냈다.갑작스러운 광경에 천도준과 운전하던 매니저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천도준은 울프가 조금 편해지게 얼른 울프의 등을 두드렸다.오늘 밤에 울프가 대부분 술을 막아준 탓에 울프는 확실히 많이 마시긴 했다.“천도준 씨, 저, 저 괜찮습니다….”울프는 시퍼레진 얼굴로 막 입을 열자마자 목구멍에서 다시 한번 욱하고 많은 양의 토사물을 토해냈다.“괜찮아, 토해내고 나면 좀 나을 거야.”천도준은 자신이 울프를 돌보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그는 원래 어둠에서 걸어 나
마이바흐 안.엔진소리를 들으며 빨라진 속도를 느낀 주환은 온몸의 피가 들끓는 것만 같았다.그는 다리의 통증은 완전히 잊은 채 중간에 앉아 점점 더 가까워지는 벤츠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눈을 붉혔다.“박아, 세게 박아버려, 죽일 정도로 세게 박아!”옆에 있는 시트에 기대앉은 주준용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들어 민머리를 쓰다듬었다.“이 지역에서 주건희 말고 그 누구도 이 주준용에게 맞설 자격은 없어!”말을 마친 그는 흥분한 주환을 툭 쳤다.“진정 좀 해. 똑바로 앉아, 괜히 이따가 박고 나서 다른 한쪽 다리도 부러트리지 말고.”“아, 맞아, 맞아. 형님 말씀이 옳습니다.”주환은 번뜩 정신을 차리고 다시 시트에 앉아 안전띠까지 했다.주준용은 웃으며 말했다.“휴대폰을 꺼내서 구급차 부를 준비 해. 이따가 사고 나면 다친 사람들을 무시할 수는 없지.”“그래요, 그래요, 박으면 곧바로 전화하겠습니다.”주환은 한껏 흥분해서는 얼굴을 붉혔다. 조금 있다가 차가 부딪쳐 날아가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벤츠 안.“천도준 씨, 이제 5m도 안 남았습니다!”울프는 차 안으로 몸을 움츠러트렸다. 그는 뜨거운 가마 속의 개미처럼 참지 못하고 운전석 시트를 탁 내리쳤다.“더 속도 올리지 않고 뭐 해요!”“이미, 이미 이게 최선입니다.”매니저는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오늘밤 귀빈을 배웅하다 이렇게 목숨이 위협받을 줄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지금 속도로 부딪히게 된다면 뒤쪽의 마이바흐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들이 운전하고 있는 이 벤츠는 절대로 날아오를 게 분명했다.울프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막 호통을 치려는데 천도준의 손이 울프의 어깨로 향했다.“저분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야. 하나는 벤츠, 하나는 마이바흐잖아. 가격 차이가 얼만데, 우린 도망칠 수 없어.”그대로 얼어붙은 울프는 멍한 눈빛으로 천도준을 쳐다봤다.지금의 천도준은 여전히 태연자약했고 표정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천도준 씨….”
옥천 산장에서 도시로 돌아가는 길목은 원래도 차량이 아주 적었다.저녁쯤, 차가 적은 도로 위.지금 두 대의 차량은 잇따라 길가에 차를 박은 뒤 멈춰 섰다.벤츠는 차 옆쪽과 차 머리가 변형되었고 전방의 마이바흐는 차 머리에서 짙은 연기가 뿜어지고 있었다!쿵!이내 커다란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벤츠의 차 문을 발로 박찼다.울프가 먼저 차에서 기어 나왔다. 유리에 긁혀 피가 새어 나오는 이마는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황급히 등을 돌린 그는 차 안의 천도준을 도왔다.“천도준 씨, 저희, 저희 살아났어요.”차에서 빠져나온 천도준은 숨을 고르기도 전에 울프와 함께 운전석에 있던 매니저를 꺼냈다.매니저는 이미 충격을 받아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 눈에는 초점이 나가 있었다.차에서 끌려 나온 뒤에는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매니저의 몸을 살핀 천도준은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나서야 한시름을 놓았다.벤츠가 비록 부딪혔지만 세 사람 모두 찰과상만 입었을 뿐 큰 문제는 없었다.조금 전, 일촉즉발의 순간에 아주 조금의 실수라도 했다간 지금처럼 무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마이바흐는 옆에서 부딪히려 했었다. 설령 부딪힐 수 없었다고 해도 매니저의 운전 기술이 좋지 않다면 이런 고속도로에서도 충분히 벤츠를 뒤집을 수 있었다.그는 도박을 걸고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가만히 죽음을 기다린다는 말은 천도준의 인생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었다.그는 홀로 뛰어들어 킹을 끌어내릴 패기가 있는 사람이었다.아무리 절망 속에서도 그는 목숨을 건 내기를 해야 했다!타닥….전방에서 타는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천도준이 시선을 들어 쳐다보자, 마이바흐의 앞머리는 전부 망가진 채 짙은 연기만 피어나고 있었다.그리고 차 안에서는 돼지 멱 따는 듯한 처량한 비명이 들려왔다.보아하니 마이바흐의 차량 손상 정도는 그들 벤츠보다 훨씬 심각한 듯 보였다.그렇다면 그 안에 탄 사람의 부상 정도는… 설명할 수 없었다.하지만 마이바흐 차 안에서 주환의 비명도 들려와 천도준은
하지만 주준용이든 그 부하든 차 안에 갇힌 주환을 구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울프, 따라와.”천도준은 울프를 데리고 주준용의 앞으로 다가갔다.그 순간, 당황해 정신을 차리지 못한 주준용은 눈앞의 두 그림자를 보더니 당황해서 고개를 들었다.“천도준, 뭐, 뭐 하려는 거야?”그렇게 큰소리로 따져 물으면서 주준용은 양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짝!몸을 숙인 천도준은 그대로 주준용의 뺨을 내려쳤다.어두운 밤 속에서 넋이 나간 주준용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천도준을 쳐다봤다.천도준은 음산하게 웃었다.“못된 짓을 많이 하면 벌을 받기 마련이야. 이번이 두 번째야. 다음에는 너와 우리 중에 누가 왕인지 제대로 가르쳐주도록 하지.”“울프, 가자!”등을 돌린 천도준은 울프를 데리고 멀어졌다.어두운 노란색 가로등 불빛은 두 사람의 그림자를 아주 길게 늘였다.주준용은 완전히 넋이 나가서는 천도준과 울프의 모습을 따라 시선이 천천히 움직였다.고작 이 정도로… 넘어간다고?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았다. 죽고 죽이는 원한을 가진 사이에 천도준은 고작 뺨 한 대로 넘어가다니.만약 두 사람의 상황이 뒤바뀌었다면 그는 분명 이 기회를 틈타 죽여버렸을 것이다!그건 주준용이 몇 년간 재계에서 위세를 떨칠 수 있었던 비결이었고 그의 행동 철칙이었다!“계집애같이 마음이 약하긴! 결국은 네 손에 피를 묻히기에 싫다는 것이냐?”주준용이 두 눈을 빛내더니 이내 업신여기듯 냉소를 흘렸다.그는 멀어지는 천도준과 울프를 보며 억지로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냉소를 흘리며 중얼거렸다.“천도준, 나약한 녀석일 줄 알고 있었다. 연루될까 봐 무서워서 손에 피를 못 믿게는 거겠지. 사내대장부에게 이 정도 독기도 없어서야. 사내대장부는 수단 방법 같은 건 가리지 않는 것이다!”“너같이 찌질한 녀석은 뭣도 될 수 없을 것이야!”“두 번쨰가 있으면 세 번째가 있는 법이야. 이 주준용과 네 원한은 절대로 이대로 끝낼 수 없어. 이 도시에는 너와 나 둘
갑작스러운 폭발에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천도준과 울프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등을 돌린 그들은 하늘로 치솟은 버섯 형 화염을 쳐다봤다.멀지 않은 곳에서 놀란 주준용의 고함이 들렸다.천도준은 코를 쓱 문지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방금 말했는데, 말 안 듣더니. 쯧, 못된 짓을 하면 벌 받는다니까.”울프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마이바흐 주변으로 매캐한 연기와 코를 찌르는 휘발유 냄새가 가득했다.주준용이 조금만 진정했다면 냄새를 맡을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늘 오만했던 주준용은 조금도 진정할 생각이 없었다.“천도준 씨, 이제 주준용과의 원한은 절대로 해결할 수 없게 되었군요.”울프는 걱정스레 말했다. 주환이라는 목숨이 연루된 이상, 그게 설령 주준용이 직접 폭발을 일으킨 거라고 해도 주준용의 성격 상 천도준의 탓으로 밀게 분명했다.천도준은 코를 문지르며 말했다.“이전의 원한은 뭐, 해결할 수 있었나?”순간 멈칫했던 울프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럼 됐지, 뭐.”등을 돌린 천도준은 냉랭한 얼굴로 한기 서린 차가운 말을 뱉었다.“난 죽이진 않겠지만 그렇게 죽고 싶다면 원하는 대로 해줘야지.”……밤바람은 조금 차가웠다.천도준이 천문동 별장단지에 도착했을 때 존이 공손하게 조용한 거실 안에 서 있었다.“도련님, 여사님과 박유리 씨는 이미 잠드셨습니다.”천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어르신은요?”“베란다에 계십니다.”존이 말했다.“가서 쉬어요, 옷만 갈아입고 어르신 뵈러 갈게요.”천도준은 곧장 등을 돌렸다. 존은 옷차림이 흐트러진 천도준을 보며 잠시 망설이다 결국은 더 묻지 않았다.옷을 갈아입고 간단하게 씻은 천도준은 이내 베란다로 향했다.어르신은 찻주전자를 든 채 그네 의자에 누워 조용히 저 멀리 도시의 야경을 구경하고 있었다.“어르신….”천도준이 그를 부르자 정신을 차린 이수용은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밤에 무슨 일이 생긴 것입니까?”“네, 여기 주준용과 원한을 맺게 되어 오늘 밤 한번 겨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