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건희의 식사 자리에 참석했는데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숨어 있는 데다 주건희마저도 그자를 숨겨주려 하고 있더군요.”천도준이 웃으며 말하자 이수용이 허허 웃음을 흘렸다.“돌려님, 이 세상엔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 영원한 친구 같은 건 없습니다. 주건희 같은 호걸도 권세에 빌붙어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지요.”“저도 알아요.”천도준은 잠시 망설였다.“어르신, 실례지만 가문 내의 천태성의 동향을 조사해 주세요.”“알겠습니다.”이수용은 고개를 끄덕였다.“천태성은 천태영보다 훨씬 인내심이 깊고 진중합니다. 만약 동향을 숨기고 조용히 이곳으로 왔다면 도련님에게 확실히 불리할 겁니다!”“지금 저에게 필요한 건 시간입니다.”천도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향했다.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는 지금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그의 정태에도 재개발 프로젝트의 힘을 빌려 빠르게 나아가야 했다.도중에 어떠한 문제도 있어선 안 됐다!정태 건설이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를 완전히 완료한 뒤면 이 도시에서 그를 누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설령 주건희와 주준용이 손을 잡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이튿날 이른 아침.천도준은 일찍부터 정태 건설로 출근했다.아침 일찍부터 마영석을 비롯한 책임자들을 사무실로 불러 중대한 소식을 발표했다.그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전부 화들짝 놀랐다.“대표님, 확실히 하셔야 해요. 매물 3개를 동시에 예약 판매를 한다니, 너무 모험적이에요!”마영석은 조금 걱정스레 물었다.“저희 서천구 프로젝트가 비록 온 도시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동시에 매물 3개의 예약 판매를 시작하게 된다면 구매자의 시선을 분산시켜 판매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맞아요, 대표님. 저희 서천구 프로젝트는 지금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어요. 이대로 안정적으로 가기만 한다면 모든 파이를 다 먹을 수 있을 테니 이렇게 조급해할 필요 없어요.”“대표님, 마 대리 말이 맞아요. 예약 판매 효과가 떨어졌다는 걸 업계에 퍼지게 된다면 서
오전 무렵.정태 그룹 빌딩 아래에는 오가는 인파가 가득했다.별안간 검은색 벤츠 다섯 대가 빠르게 질주하더니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동시에 멈추며 일제히 정태 그룹 빌딩 정문 앞을 가로막았다.그 기세는 순식간에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끌었고 모두 호기심에 몰려들었다.“무슨 일이라도 난 건가?”“엄청난 기세네, 어느 거물이라도 오는 건가?”“그런 얘기는 못 들었는데? 빌딩에서 누가 마중 나오는 사람도 없잖아. 내가 보기엔 깽판 치러 온 것 같은데?”……수군거림 속에서 검은색의 벤츠 다섯 대의 문이 동시에 열렸다.하나같이 정장 차림에 선글라스를 쓴 젊은 남자들이 차에서 내리더니 일렬 서 빌딩 앞에 늘어섰다.그 중 두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더니 현수막을 펼쳤다.순식간에 구경꾼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모든 사람의 안색이 돌변했다.현수막에는 커다랗게 이렇게 적혀 있었다.‘천도준! 상복을 입고 예를 차려라!’한 장의 현수막은 마치 물에 던져진 폭탄이 되어 순식간에 모든 사람을 들썩이게 만들었다.“깽판이야, 분명 깽판 치러 온 걸 거야.”“정태 그룹의 천 대표는 또 누구에게 잘못 본인 거야?”“세상에, 이런 대낮에 천 대표에게 상복을 입으라고 하다니, 누구 짓이야?”……아래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끓고 있을 때.정태 건설 안.울프가 황급히 천도준의 사무실로 달려들었다.“천도준 씨, 아래에 누군가가 소란을 피우고 있습니다!”울프의 안색이 몹시 어두웠고 두 눈에는 흉흉한 빛이 번뜩이고 있었다.정태 건설 빌딩 아래에서 현수막을 들고 있다는 것만 해도 이미 정태 건설의 체면을 바닥으로 짓누르고 있는 것이었다.게다가 그 내용이 천도준에게 상복을 입고 예를 취하라니!“누가 소란을 피우고 있는데?”천도준이 물었다.울프의 두 눈에 흉흉함이 드러났다.“주준용의 사람이 상복을 입고 예를 취하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습니다.”뚝!천도준이 들고 있던 펜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음울한 기운이 솟아오르며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자신에게
하지만 그가 말리기도 전에 천도준은 이미 사람들의 시야 속으로 걸어들어갔다.“저기 봐, 천 대표다!”탄성과 함께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천도준에게로 집중됐다.모든 이가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 정태 건설의 대표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상복을 입고 예를 취하하는 현수막이 걸리게 된 걸까!“여러분, 이렇게 저희 정태 건설을 모욕하는 건 무슨 의도입니까?”천도준이 냉소를 흘리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정장 차림의 젊은 남자들을 쳐다봤다.“천도진 씨, 저희와 함께 가주시요!”선두에 있던 젊은 남자가 차갑게 대꾸했다.“저희 주 대표님께서 빈소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안 가겠다면요?”천도준이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그러면 정태 건설 앞에는 날마다 이 현수막이 걸릴 것입니다.”젊은 남자의 말에 천도준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조롱하며 말했다.“그럼 내가 간다면,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습니까?”“어디 한 번 가보시지요.”“울프, 차 대기시켜!”천도준이 큰 소리로 외쳤다.순간, 구경꾼들 사이에 소란이 일었다.“정말로 간다고? 천 대표도 너무 방심하는 거 아니야?”“상복을 입고 예를 취하라니, 체면을 바닥까지 깎아내렸는데 진짜로 간다고?”“세상에, 이건 특종이야, 분명 대박 뉴스가 될 거야!”……구경꾼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울프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울프는 그 말들에 분노가 치솟아 얼굴이 다 시뻘게졌다.하지만 천도준의 명령을 감히 어길 수는 없어 곧바로 등을 돌려 차를 가지러 갔다.이내, 정태 건설 앞에 울프가 운전하는 BMW 한 대가 도착했다.천도준은 등을 돌려 경악에 찬 구경꾼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여러분, 이만 해산하시죠. 사소한 일로 여러분들을 놀라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차에 올라탔다.천도준이 차에 타는 것을 본 주준용의 부하들도 분분히 차로 돌아갔다.벤츠 다섯 대, BMW 한 대는 그렇게 위풍당당하게 길을 나섰다.BMW 안의 분위기는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울프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
천도준이 저택 안으로 들어갔을 때 공기 중에 탄내가 가득했다.길가에는 온통 순찰하는 주준용의 부하들이 정장 차림에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온주씨 가면 저택의 분위기는 얼어붙을 듯 차가웠다.“뭘 봐? 얼른 가!”옆에서 주준용의 부하가 엄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울프의 두 눈에 흉흉한 빛이 번뜩이며 막 손을 들려는데 천도준이 그의 팔을 잡으며 눈짓했다.울프는 분노를 꾹 눌러 참았지만, 속으로는으로는 의아해했다.천도준은 이곳에 정말로 주환의 빈소를 지켜주려고 온 걸까?그럴 리가!천도준의 지위와 백여을 봤을 때 자신을 진흙밭으로 밀어 넣는 짓을 용납할 리가 없었다.저택의 대문에는 이미 빈소가 세워져 있었고 주변에는 온통 소복 차림의 사람들이 가득했다.은연중에 빈소 내에서는 훌쩍이는 울음소리도 들려오고 있었다.마침 그때, 빈소 내정에서 한 무리의 부하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선두에 있는 중년의 손에는 흰 천이 들려 있었다.“주 대표님의 명이시다. 천도준에게 상복을 입혀라!”중년의 부하는 오만하고 냉담하게 말하며 들고 있던 흰 천을 천도준의 앞으로 던졌다.펄럭….두 장의 흰 천이 바닥에 떨어졌다.천도준은 그것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으며 차갑게 말했다.“누가 그래, 내가 상복 입으러 왔다고?”“허… 어디 한번 해보든지!”중년의 남자는 코웃음을 쳤다.“주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다. 환이 형님의 빈소를 지키지 않으면 환이 형님처럼 누워서 나가게 해줄 것이라고!”그 말이 끝나자, 주변에 있던 부하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공기 중에는 화약 냄새가 가득한 것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곧바로 무력을 펼칠 기세였다.울프의 안색이 굳더니 조용히 힘을 모으며 경계했다.동시에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경우는 그 역시도 처음이었다.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들어 천도준을 본 울프는 그만 넋을 놓고 말았다.지금의 천도준은 여전히 아무런 동요도 없는 얼굴로 양손은 뒷짐을 쥔 채 태연자약했다.“주환이 무슨 자격으로 나의 예를 받을 수 있단
“미친, 누가 한 짓이야?”주준용은 분노에 차 두 눈을 부릅 떴다. 저택 밖의 화원 대문이 빠르게 달려온 자동차에 무너진 것이 보였다.그리고 그 자동차는 아예 막무가내로 빈소를 향해 질주했다.끼익!귀를 찌르는 브레이크 소리가 울렸다.자동차는 그렇게 저택 입구에 온전히 멈췄다.그와 동시에 당황해하던 부하들도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는 일제히 자동차 앞을 가로막앗다.달칵!자동차 문이 열리고, 철탑 같은 체구의 존이 엄숙한 얼굴로 운전석에 내렸다.우람한 체구에 엄숙한 표정은 은연중에 거대한 압박감을 주어 주변에 몰려들었던 부하들은 연신 뒤로 물러섰다.“도련님….”존은 인파 밖에 서 있는 천도준을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이내, 그는 등을 돌려 자동차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개량 한복 차림의 이수용이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천도준을 본 그는 온화하게 미소지었다.“도련님….”왜 이수용도 온 거지?천도준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존의 일처리가 너무 못 미더운데?“도련님?”주준용의 안색이 굳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천도준을 쳐다봤다.“너, 도대체 누구야?”그는 멍청하지 않았다. 되레 똑똑한 편이었다.이전까지 천도준의 배경은 그저 한때 주건희가 소유하고 있던 작은 회사의 부대표였을 뿐이었다.그런데 정태 건설을 인수하고 주건희의 도움을 받더니 이제는 아예 그의 집을 쳐들언 두 사람이 도련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그런건 부대표의 신분으로 얻을 수 있을 게 아니었다!천도준은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며 미소를 지었다.“난 네가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야!”그 강력한 말은 마치 폭탄처럼 울렸다.주준용은 심장이 철렁했다. 천도준의 담담함과 자신감에 그는 두려움이 생겨났다.하지만 지금은 그의 구역에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다.게다가 방금 전에는 주환의 가족들에게 직접 약속까지 했었다.그런데 만약 이대로 그만둔다면 앞으로 그는 이 도시에서 더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내가 건드릴 수 없는 사람?”주준용은 비웃음을 흘리며 기세등등하게
조롱 섞인 미소에는 주준용을 향한 이수용의 무시가 가득 담겨 있었다.마치 산꼭대기에 우뚝 서서 산 아래의 개미들을 내려다보는 듯한 표정이라 주준용은 흠칫하더니 이내 얼굴이 서슬 퍼레졌다.엄숙하고 진중한 빈소에 순식간에 혼전이 일었다.더욱이 피를 토하게 하는 것은 휘하의 부하들이 우르르 몰려들었지만 한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혼전이라고 하기보다는 사실은 존이 인파 속에서 압살하고 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했다.이러한 전투력에 주준용마저도 등골이 서늘해졌다.더욱 중요한 것은 그의 머릿속에 더욱 어마어마한 생각이 떠올랐다.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는 온몸이 얼음장이라도 된 듯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그는 이수용의 말은 신경 쓰지 않은 채 경악에 찬 눈으로 인파 속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존을 쳐다봤다.그는 부하들을 키우고 있어 강대한 실력의 정예 부하를 키우는 데에 얼마나 큰 힘이 들어가는 지를 알고 있었다.하지만 존은 정예 수준이 아니었다!그는 맹수였고 미친 용이었다!이러한 존재를 키울 수 있는 사람은 이 도시에 없었다.저런 사람이 기꺼이 고개를 숙이게 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사람 역시도 없었다.저런 맹수를 길들일 수 있는 사람은 본인도 분명 맹수일 게 분명했다.“응?”이수용의 짧은 침음성이 주준용의 귀에는 우레처럼 거세게 울렸다.그는 몸을 흠칫 떨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은 그는 두려움에 찬 눈으로 이수용과 천도준을 쳐다봤다.“너, 아니, 당신, 당신들, 도대체 정체가 뭐야?”그는 자신이 이 말을 뱉을 때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있다는 것을 자신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만약 오랫동안 상위에 자리 잡고 있으며 키워낸 정력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그는 온몸을 덜덜 떨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그는 이 도시에 언제 이런 진짜 용이 강림한 건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그리고 천도준은 이전의 정보에 따르면 주건희 회사의 작은 부대표일 뿐이잖아?“네가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지!”천도준은 냉담하게 말했다.주준용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한발 다가간 존은 커다란 손으로 그의 목을 잡더니 그를 들어 올렸다.순간 강렬한 질식감에 엄습했다.얼굴이 시뻘게진 주준용의 두 눈에 두려움이 가득했다.본능적인 생존 욕구에 그는 있는 힘껏 발버둥을 치며 양손으로 존의 큰 손을 떼어내려 했다.하지만 존의 손은 마치 집게같이 도무지 벗어날 수가 없었다!“당신 같은 버러지는 한 손으로도 죽일 수 있어!”존의 말투는 뼈를 에일 듯 시리고, 차가웠다.“고작 네까짓 게 우리 도련님에게 상복을 입으라고 해? 주제도 모르고!”퍽!존은 오른손을 휘저어 곧바로 주준용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목에서 느껴지던 속박 감이 사라지자 주준용은 붉어진 얼굴로 입술을 최대로 벌 리며 있는 힘껏 숨을 쉬려고 했다.극한까지 압축된 폐에 다시 공기가 들어차자 그제야 조금 편해졌다.죽음의 위협에 그는 체면 같은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황급히 몸을 일으킨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바닥에 세게 머리를 박았다.“죄송합니다! 제가 뵈는 눈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이 도시에서 천도진 도련님이 계시는 곳이라면 다시는 나타나지 않겠습니다!”“하!”천도준은 냉소를 흘렸다.옆에 있는 이수용도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버러지를 상대할 땐 참고 넘어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단박에 때려죽여 버리면 간단하죠. 도련님의 신분으로는 이런 미천한 버러지는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천도준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가르침에 감사합니다, 어르신.”이전까지만 해도 그는 사실 주준용이 꺼려져 참고 넘기려고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오늘, 이수용은 그에게 생생한 가르침을 주었다.그리고 마찬가지로 천씨 가문의 정예들이 왜 사람 목숨을 우습게 여기는지를 깨닫게 되었다.그들에게 있어 그들은 사람 목숨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저… 버러지의 목숨을 무시한 것뿐일 지도 몰랐다!이수용은 흐뭇하게 웃더니 이내 천천히 주준용의 앞으로 다가갔다.“살고 싶으냐?”평온한 말투였지만 바닥에 엎드린 주준용은 심장이 철렁거렸다.아무런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달리고 있었다.차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천도준은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수용은 그에게 생생한 가르침을 주었다.그는 성격도 능력도 빠지지 않았지만, 일 처리에는 지나치게 고려하는 게 많아 조금 소극적이었다.마치 주준용을 상대할 때도 처음부터 이수용이 상대했다면 분명 태산같이 압도적인 기세로 주준용을 철저히 눌러 죽였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거대한 천씨 가문보다 주준용은 보잘것없는 버러지에 불과했다.그리고 그는 주준용에게 거듭 기회를 주었었다.“도련님, 배우셨습니까?”귓가에 이수용의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신을 차린 천도준은 이수용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이제 알겠습니다.”이수용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도련님의 자질, 성격, 능력은 가문의 그 엘리트들에 비해 조금도 밀리지 않습니다. 다만 어렸을 때의 경험과 환경이 도련님을 속박하고 있지요. 저는 그저 도련님에게 이 속박에서 벗어나면 대부분의 곤경은 간단해진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그렇게 말하며 그는 옆에 있는 존을 가리켰다.“예를 들면 존도, 용병왕으로 있을 당시만 해도 절대로 용병과 도리를 따지지 않았고 이익에 따라 행동하지도 않았죠.”“그들은 그런 게 어울리지 않습니다.”존의 표정은 평온했지만, 두 눈에는 오만함이 드러났다.그건 용병왕 특유의 그만의 오만함이었다.마치 초원 위의 맹수의 왕 같은 눈빛이었다.천도준은 조용히 과거를 되새겼다. 이전까지 그는 일을 행함에 있어 확실히 계략도 있고 단호함도 있었지만, 이수용과 존 같은 패기는 없었다.천씨 가문을 등에 지고 있는 그에게는 그런 패기를 지닐 자격이 있었다.“후~”길게 한숨을 내쉰 천도준이 미소를 지었다.“어르신, 폐를 끼쳤군요.”이수용은 흡족한 미소를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와 동시에.주씨 가문의 빈소는 처참한 꼴이 되어 있었다.장엄하고 비통한 분위기는 진작에 사라지고 남은 게 없었다.구준용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있었고 온몸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