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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분양 센터에 무서운 정적이 감돌았다.

모두가 머릿속이 하얘지고 무슨 말을 꺼내면 좋을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

250억을 무슨 시장에서 장을 보듯이 아무렇지 않게 일시불로 결제하는 구매자가 나타나다니!

“네. 절차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이대광이 환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평사원으로 강등된 뒤에 첫 실적이 단지의 최고가 별장이었다.

천문동 별장단지는 분양이 시작된 뒤로 가격이 떨어진 적 없었다.

산기슭에 위치한 최고급 별장은 신분과 지위의 상징으로 평가 받았지만 가격대가 너무 비싸 아무도 건들지 못했던 매물이었다.

장유민은 당장이라도 혀를 깨물고 죽어버리고 싶었다.

온몸에서 힘이 쫙 빠지고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가 진상 손님이라고 비웃던 손님이 250억을 일시불로 구매할 실력을 가진 자였다니!

그녀의 판단 착오로 실적은 이대광에게 돌아가게 생겼다.

장유민은 원망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스스로 귀뺨이라도 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저 정도 실적이면 마케팅 직원이 가져가는 보너스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부족한 실적을 채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만 놓쳐버린 것이다.

천문동 분양 센터의 연봉은 업계 최고를 자랑하지만 사실 그만큼 경쟁도 심했다.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직원은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리고 이번 달 그녀의 실적은 꼴찌였다. 그게 아니라면 이대광에게 빌붙을 생각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며칠만 있으면 이번 달이 다 지나가는데 남은 시간 안에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그녀는 해고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장유민은 바닥에 주저앉아 서럽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마케팅 팀장과 동료들은 그녀에게 연민의 시선을 보냈지만 다가와서 위로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별장의 구매 절차는 아주 복잡했지만 이대광의 도움이 있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계약서에 사인한 뒤, 천도준은 집 키를 받았다. 이제 그 집은 그의 소유가 된 것이다.

분양 센터를 떠날 때, 천도준은 팀장에게 혼나고 있는 장유민을 힐끗 보았다. 어렴풋이 해고라는 단어를 들은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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