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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아빠, 지금 장난해? 이게 오래된 담금주라고?”

이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래, 여보! 누렇고 혼탁한데 가짜 술이 아니야?”

장경화도 경악한 얼굴로 물었다.

“다들 몰라서 그래. 오래된 담금주는 다 이런 색이야. 그리고 오래될수록 그 색이 점점 진해져. 술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상식이야.”

이적의 설명에 뭇사람들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가짜 술이라고 떠들어댔는데 바로 망신당하게 생겼다. 만약 다른 사람이 얘기했더라면 믿지 않았겠지만 술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이적이 잘못 판단할 리가 없었다.

“전에 임원들이랑 오래된 담금주를 마신 적이 있어서 똑똑히 기억해. 심지어 내가 전에 마셨던 것보다 훨씬 더 진하고 부드러워. 적어도 50년은 넘었을 거야.”

이적은 아직 여운이 남았는지 입맛을 다셨다.

“50년 넘은 술이라고? 그럼 값이 얼마야?”

이현이 저도 모르게 물었다.

“이런 술은 가격을 매길 수 없어.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단 말이지. 하지만 몇 년 전 경매 가격에 따라 판단하면 아마 적어도 4억은 할 거야!”

이적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4억?!”

그 소리에 뭇사람들은 순간 넋이 나갔다. 4억짜리 담금주라니, 마셔보기는커녕 들어보지도 못했다. 이젠 2천만 원짜리 와인도 별거 아닌 술이 돼버렸다.

“말... 말도 안 돼!”

장경화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

“여보, 당신이 뭐 잘못 안 거 아니야? 이 술은 유진우가 가져온 거라고. 쟤가 무슨 재주로 오래된 담금주를 구했겠어?”

“그러니까 말이야. 4억짜리 술이라니! 쟤를 팔아서라도 못 사!”

이현의 말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그래, 별 볼 것 없는 유진우가 저렇게 비싼 술을 어디서 구해?’

“진우야, 이 술 어디서 샀어?”

이적이 떠보듯 물었다.

“친구가 줬어요.”

유진우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줬다고? 공짜로?”

그러자 장경화가 코웃음을 쳤다.

“너 같은 애한테 재벌 친구가 있다고? 일단 있다고 쳐. 왜 아무 이유 없이 너한테 이런 비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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