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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냉정함도, 대화도 다 필요 없어

3일 후, 가정법원.

양측의 변호사가 미리 약속을 정해둔 시간에 하연과 서준이 각각 나타났다.

이혼서류를 가져갔을 때 하연은 자기 부분을 기입하는 데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반면 서준은 시간을 질질 끌면서 좀처럼 빈칸을 잘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하연은 서준의 이런 모습을 곁눈질로 흘겨보고,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대표님, 제가 시간이 빠듯해서요.”

하연의 재촉에 서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가, 곧장 서류의 빈 칸을 채워 가기 시작했다.

양식을 작성한 후 두 사람은 창구의 직원에게 서류를 건네주었다.

“잠깐만요.”

서준은 이혼서류가 곧 접수될 것을 보고 갑자기 한마디 내뱉었다.

서류를 다루던 법원 직원이 즉시 손을 멈추었다. 오늘 아침 첫 번째 고객이 뜻밖에도 HT그룹의 대표와 그의 비서일 줄은 몰랐다!

‘한서준과 그 아내가 사실혼 관계에서 발전해 혼인신고를 하러 온 줄 알았는데 이혼이라니, 상상초월이군!’

서준은 하연을 바라보면서 지난 날 두 사람이 부부 사이였을 때의 고압적이고 거들먹거리는 차갑고 딱딱한 말투로 물었다.

“정말 잘 생각한 거 맞지?”

‘만약 이 여자가 지금처럼 입단속도 하지 않고 제멋대로 이혼을 제기하고 가버리면, D국에서 혜경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더 쓰게 하고 곤란하게 만든다면…….’

그는 이런 일들을 모두 잠시 내려놓고 싶었다.

‘하연이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싶은데.’

“나 지금 어느 때보다 정신이 멀쩡하고 이미 충분히 고려했어.”

하연은 눈썹 끝을 구부리며 붉은 입술은 제멋대로인 산만함을 잔뜩 풍기고 있었다.

“왜? 내가 아직도 당신이랑 장난치고 있는 거 같아?”

하연의 태도가 이렇게 단호한 것을 보고 서준은 가슴이 답답할 뿐이었다. 딱히 뭐라고 이름 붙이기 어려운, 끝없이 추락하는 감정의 끝에 하연이 있었다.

하연이 떠난 이후 최근 며칠 사이, 서준은 두 사람 사이에 허심탄회하게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서준의 말투가 분명히 좀 더 부드러워졌다.

“너에게 좀 더 차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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