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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거짓말

혜경은 한번도 우진에게 이렇게 큰소리로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다. 갑자기 난처한 얼굴로 불쌍하게 입술을 꾹 다물었지만 자세는 여전히 뻣뻣했다.

다른 사람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싶지 않은데, 하물며 그 상대는 하연이었다.

지금 F국에 머물러 B시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아직 이 여자의 하사를 받은 것이 아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혜경은 서준을 발견하고 서준 쪽으로 다가왔다.

혜경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라 하연을 향해 걸어갔다가 아주 가까이 가서 멈춰 섰다.

하연은 혜경을 위아래로 한 번 보고 경계했다.

“또 뭘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반짝이는 눈동자를 한 혜경이 마치 배수진을 친 듯 모질고 차가운 소리로 웃었다.

“최하연, 이건 다 네가 나를 괴롭히려고...”

“아...”

혜경이 비명을 지르며 갑자기 뒤로 넘어져 옆에 있는 꽃병에 부딪혔다.

사람 키 절반 정도 높이의 거대한 꽃병이 쓰러지면서 혜경과 함께 넘어졌다. 그 틈을 타 혜경은 기둥에 부딪힌 뒤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하연은 눈앞의 이 장면을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여전하네, 민혜경...’

서준은 앞으로 나아가서 혜경을 일으켜 세우고 차가운 목소리로 우진을 책망했다.

“왜 혜경이 옆에서 혜경이를 보호하지 않으신 겁니까?”

우진은 안색이 어두워서 혜경을 보았다.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일단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부딪히면 단지 이런 식으로 속이는 가식적인 행동은 식구들끼리는 잘 알고 있지만, 밖에서 직접 거짓말이라고 폭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서준은 차가운 눈으로 하연을 흘겨보았다.

“어떻게 지금 임산부에게 손을 댈 수 있지?”

서준은 하연을 대할 때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분노와 복잡한 마음이 뒤섞여 있었다.

하연과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하연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비록 한걸음 물러 서서 자기 가족을 대신해 사과한다 하더라도 하연은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을 기세였다.

조진숙은 서준을 알아보고, 서준이 혜경을 보호하려는 것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목소리 톤도 점차 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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