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분들, 서둘러 주세요! 저는 다시 한번 상황을 확인해 보겠습니다.”의사가 상혁을 향해 말했다. 서준을 힐끗 쳐다본 상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최대한 서준을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전 남편일 뿐이야.’ 서준의 눈동자가 상혁을 향했다. ‘저 남자, 혈액형 같은 개인적인 정보까지 다 알고 있잖아?’서준은 속이 쓰리는 듯했다.“두 사람, 도대체 무슨 사이입니까?”“그쪽은 알 필요 없습니다.” 상혁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이제 그만 돌아가 주시죠.”“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서준은 술이 조금 깬 듯했다. 상혁이 긴 손가락으로 미간을 누르며 피곤함을 내비쳤다.“깨어난다고 해도 그쪽을 보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제가 아무리 전 남편이라지만, 설마 당신보다 못하겠습니까?” “알면 됐습니다.”“그쪽, 확실히 저보다는 못하니까요.”두 사람의 강렬한 시선이 서로를 향했다. 하지만 상혁의 기세는 조금도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욱 기세등등해지는 듯했다. 상혁의 기세에 움츠려든 서준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하연 씨만 괜찮다면 그만입니다.”“제가 여기 있으니, 별일 없을 겁니다.” 상혁이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으며 말했다. ...이틀 후.하연이 눈을 뜨자, 목에 깁스를 한 채 서 있는 하성의 모습이 보였다. “정말 다행이다! 드디어 깨어났구나!”하연이 괜찮다는 것을 확인한 하성은 드디어 졸이던 마음을 가라앉혔다. “오빠, 우리를 구해줬던 그 사람, 누구예요?” 하연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직은 어지러움을 느끼는 듯했다. 하연의 머릿속은 위험을 무릅쓰고 곧 폭발할 차량에서 자신을 안아 구출해 준 그 남자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주 익숙한 얼굴이었는데... 분명 처음 본 사람이었어.’ “상혁이잖아!”“진숙이 이모의 큰 아들, 기억 안 나?” 하연이 급히 일어나며 하성에게 물었다. “지금 어디 있어요?”“아침 일찍 갔어, 회사에 일이 좀 있다더
하연이 미소를 지으며 하성을 흘겨보았다.“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아무 말도 안 했어.”“내 험담을 하는 거라면, 나한테 들키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가흔이 경고했다.수다쟁이 하성이 입을 꾹 다물었다.“바람을 좀 쐬고 올게.”하성은 가흔 앞에서 다시 시크해졌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병실의 문을 연 하성이 문밖에 서있던 서준과 마주쳤다.웃음기가 사라진 하성의 얼굴에는 차가운 긴장만이 맴돌았다. 하성이 병실의 입구를 막아선 채 목소리를 높였다.“여기가 어디라고 와?” 서준의 비서가 하성에게 과일 바구니를 건네자, 하성이 입을 열었다.“하연 씨한테 전해주세요.”“당장 꺼지지 못해?!”하성이 손을 내저었다.“우리 하연이는 네 까짓 게 주는 하찮은 물건 따윈 필요하지 않아.”“하연 씨, 깨어났습니까?”서준은 하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이런 겉치레뿐인 남자는 우리 하연이와 어울리지 않아.’ ‘반대로 상혁이는...’서준이 위기의 낌새를 알아차렸다. “깨어났어요. 아주 잘된 일이죠. 충분한 대답이 된 것 같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 주세요.” 하성의 뒤에 있던 가흔이 말했다. 가흔은 하성과 함께 병실의 입구를 막고 섰다.“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이 말을 마친 서준이 발길을 돌렸다.화가 난 하성이 서준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하연이를 돌보는 건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야! 네 까짓 게 감히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고! 찌질한 새X 같으니라고!” 가흔이 하성을 잡아당겼다.“소리 낮추세요. 하연이, 안정이 필요해요.” 하성이 나지막이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래, 네 말이 맞아.” 눈이 마주친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가지 않았다. 저녁 무렵.하연을 만나기 위해 병실을 방문한 조진숙이 하연에게 종이봉투를 건넸다. “상혁이가 너에게 전하라고 하더구나.”하연이 조진숙이 건넨 봉투를 열어보았다. 봉투의 안에는 민혜경이 누군가에게 검은 돈을 건네는 사진이 들어 있었
하연이 기자들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여러분께서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덕분에, 저는 이미 회복되었습니다.”“그리고, 이번 교통사고에 관해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우리나라의 법이 아무런 죄가 없는 선량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는 나쁜 사람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걸 믿는다는 겁니다.”기자들이 하성에게 물었다. “인터넷에 이번 교통사고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자, 사이먼 씨가 특별히 모든 일을 제쳐둔 채, 최하연 씨의 곁을 지켰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최하연 씨와 무슨 관계인지 말씀 좀 해주시겠습니까?” “두 분, 가까운 사이입니까?” 하연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사이먼 씨와 저의 관계에 대해서는 당분간 어떠한 말씀도 드릴 수 없습니다.”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한 기자들이 하나둘씩 철수할 준비를 했다.한쪽에 서서 하연의 말을 듣고 있던 서준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서준은 하연에게 직접 상혁, 그리고 사이먼과 무슨 사이인지 묻고 싶었다.서준의 호기심 역시 언론 기자들에게 뒤지지 않았으나, 하연이 차갑게 돌아서 자리를 떠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같은 날 저녁.서준이 HT그룹으로 들어섰다.서준은 경찰서에서 하루 종일 혜경의 일을 처리한 탓에 대단히 피곤한 듯했다. 혜경은 보석금을 지불한 후, 조사를 기다리면서도 심하게 울기만 했다. 때문에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찰관들은 혜경을 민씨 가문으로 돌려보냈다.‘분명, 지금쯤 집안이 난리가 났을 거야.’서준은 이수애와 한서영이 자신의 귓가에 대고 떠들어대는 것을 듣고 싶지 않았기에, 한동안 자신의 사무실에서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무실의 문을 열고, 불을 켠 서준이 민씨 가문의 어르신인 민진현이 자신의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서준은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혜경의 일을 떠올리고는 왜 민진현이 자신을 찾아온 것인지 납득하게 되었다. “민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민진현
저녁 아홉 시.하연과 여은이 파티 장소에 나타났다. 이 파티는 문화계 회사의 거물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물론, 친한 친구를 데리고 참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연은 매끄러운 짙은 녹색 원단에 주름이 하나 없는 우아한 리본 롱드레스를 입어, 출중한 몸매 라인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비록 아무런 보석도 착용하지 않았으나, 정교하고 아름다운 쇄골만으로도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뽐내기 충분했다.하연은 대단히 빼어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기에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었다.파티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위클리 뉴스의 편집장인 여은의 기세에 경탄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하연을 사이먼의 스캔들 상대로 만들고 싶어 하였으나, 위클리 뉴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탓에 감히 나서지는 못하는 듯했다.여은은 시종일관 냉랭한 태도를 유지했다. 다른 사람이 술을 권해올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연이 그런 여은을 도와 그 사람들을 상대했다. “네가 있으니까 조금 더 오래 있을 수 있겠어. 평소 같았으면 사진만 찍고 돌아갔을 거야.”하연의 붉은 입술에 웃음이 번졌다.“편집장님의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바로 이때, SN미디어의 사장, 송승헌이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송승헌의 배는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비록 양복을 차려입은 채 가죽 구두를 신고 있었지만, 키가 너무도 작았던 탓인지 어린아이가 어른의 옷을 입은 듯했다. “오, 이분은... 요 며칠 실시간 검색어를 뜨겁게 달궜던 최하연 씨 아니십니까?”송승헌이 손에 들고 있던 잔을 가볍게 들어 올려 두 사람에게 인사를 표한 후, 단숨에 잔에 있던 샴페인을 모두 마셔버렸다. 여은은 실눈을 뜬 채 송승헌을 향한 불쾌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눈이 멀어버리기라도 하신 겁니까?”최근 위클리 뉴스는 몇 차례 정보를 유출 당한 바 있었는데, 이는 모두 라이벌 회사인 SN 미디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위클리 뉴스의 직원을 스카우트한 탓이었다. 여은은 이 일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던 참이었기
“레이디 퍼스트.”송승헌이 자리에 앉은 채 손을 뻗어 의사를 표했다. 하연이 주사위 상자를 들고는 책상 위에서 무심히 한번 흔들었다. 가느다란 손을 주사위 상자 위에 올려 두고는 가볍게 주사위 하나를 손에 쥐었다.“됐습니다.”송승헌이 음침하게 웃으며 하연을 바라보았다. 하연은 진지하지 않은 것이 어쩐지 질 작정인 듯했다.구경꾼들은 이런 하연의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그게 다입니까?”“확실하게 결판을 내려야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도 떳떳할 수 있는 법이지요!”“주사위가 몇 개인지도 모르시는 건 아니겠지요?”‘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날 이기시겠다?’‘어림없지!’송승헌은 상대가 여자임에도 봐 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송승헌은 사이먼의 특종에 대한 정보를 반드시 얻고 싶었다. 몇 초 동안 뜸을 들이던 송승헌은 몸을 일으켜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주사위 상자를 몇 분간 흔들었다. 자리에 있던 모두가 지칠 때쯤, 송승헌이 매섭게 탁자 위에 주사위를 내려놓았다.4개의 5!‘됐다.’‘역시, 나 같은 프로가 저런 아마추어에게 질 리 없지.’ 송승헌은 아주 득의양양했다.‘송승헌, 아직 여전하네.’ 구경꾼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송 사장님, 대단하십니다. 최 사장님께서 판을 뒤집기는 힘들겠어요!”하연의 곁에 선 여은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 “송 사장님이 대단하신지 아닌지는, 우리 최 사장님의 주사위도 열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뻐하시긴 이릅니다.” 하연이 여은을 향해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은아, 네가 열어봐.”하연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말 그대로 오락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여은이 주사위를 들고 있던 손바닥을 펴 보였다.많은 사람들의 눈에 비친 숫자는... 4개의 6!하연이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웃을 가치도 없다는 듯 말했다.“제가 이겼군요.”송승헌의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말도 안 돼, 나를 이기다니.’하연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주사
구경꾼들이 분분히 놀랐다.민진현은 B시의 도박계에서 타짜라고 불리우던 사람이었다. 비록 최근 몇 년간 도박에 손을 대지는 않았으나, 반쪽짜리 타짜인 송승헌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위협적인 인물이었다.명망 높은 노인이 젊은이를 이토록 압박하다니, 민진현은 자신의 권세를 믿고 남을 업신여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연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만약 민 회장님께서 패하신다면...”하연이 민진현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허!’‘나더러 한서준의 세컨드라는 걸 인정하라고? 웃기시네!“절대 안 져!”민진현이 목소리를 높였다.“나와 내기를 할 것인지 아닌지만 말하게!” 이는 분명, 민진현이 막강한 세력으로 하연을 압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구경꾼들 중에서 이에 대해 입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민 회장님께서 패하신다면, 민혜경이 제 앞에 무릎을 꿇고 스스로의 뺨을 때리며 제 결혼에 끼어든 것에 대한 용서를 빌어야 할 겁니다!” 곧이어 하연의 눈동자가 민진현의 엄지손가락에 끼워진 백옥반지로 향했다. “그리고... 그 백옥 반지도 저에게 넘기시죠!” 하연의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이 크게 놀랐다.“어머, 저 백옥 반지, 국보에 버금가는 거 아니야?” “일 년 내내 민 회장님의 곁을 따라다닌 사람도 저 반지의 가치를 알 수 없었다며?”“민 회장님께서 가장 아끼시는 물건이라던데... 최 사장님 정말 대담하다!” 모두가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하연을 바라보았다. “왜요? 못하시겠어요? 저에게 벌거벗은 것과 같은 창피를 주고 싶으신 모양인데, 민 회장님께서도 그 정도 큰 물건은 거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연이 침착하게 말했다.민진현이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돌리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혔다. ‘감히 이 반지를 내기에 걸려고 하다니!’최근 언론으로 인해 요동치는 ST그룹의 주가를 생각하자, 민진현의 눈동자가 싸늘해졌다.“좋아, 그렇게 하지!”“자신 있는 거야?”여은이 걱정스럽다는 듯 하연에게 물었다. “당연하지.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민 회장님 말이에요, 정직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요.”“어머, 최 사장님을 속이려다 들키니까 했던 말을 번복하시려는 거예요? 만약 최 사장님께서 속임수인 줄 모르셨다면 그건 정말 억울한 일이잖아요!”“최 사장님더러 한 대표님의 세컨드라는 걸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건 너무도 부도덕한 일이에요.”“우리가 연예계 전문 기자이기는 하지만, 없는 사실을 지어내서 기사를 쓰는 건 아니잖아요? 민 회장님, 노망이라도 나신 거 아니에요?” “마음껏 떠들어보라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쓸 데 없는 말들일 뿐이니까!”화가 난 민진현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불거졌다. 민진현은 주위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말들이 거북한 듯했다. “여기 있네!”민진현이 백옥 반지를 손가락에서 힘껏 책상 위에 내려놓으려다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하연의 손가락에 살짝 끼워 넣었다.민진현의 말투는 위협으로 가득 차 있었다.“잘 보관해두게, 곧 다시 찾으러 갈 테니.” “그때 다시 이야기하시죠.”하연이 돌아가자는 의미로 여은을 향해 고개를 까닥였다. “최 사장님,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제가 그 백옥 반지를 보관할 수 있는 안전한 상자를 구해드리겠습니다.” 옆에서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웨이터가 하연의 타짜다운 면모에 탄복하며 말했다. “아닙니다. 혹시, 비닐봉지를 좀 얻을 수 있을까요? 거기 담아 가면 될 것 같은데.” 하연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아무렇게나 놓아 둘 물건입니다. 소중히 다뤄주실 필요 없어요.” 다시 한번 모두가 깜짝 놀랐다.백옥 반지는 감히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국보급 문물과도 같은 것으로, 민진현의 목숨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소중한 반지를 비닐봉지 따위에 담아 가려 하다니! 하연의 말을 들은 민진현은 분노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이미 하연의 손에 들어간 백옥 반지를 돌려받을 방법은 없었다. 민진현이 온 힘을 다해 의자를 걷어찬 후, 자리를 떠났다. “민 회장님
이때, 어디선가 최고급 스포츠카 엔진의 굉음이 들려왔다. 선이 유려한 보라색 스포츠카 한 대가 수많은 최고급 차량의 사이를 지나 하연과 여은의 앞에 멈춰 섰다.오른손에 깁스를 한 하성이 차량의 조수석에서 내렸다. “하연아, 오빠 왔다!”하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성의 오른손에 있는 깁스를 바라보았다.“다 낫지도 않았으면서 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거예요?” 사실, 하연은 하성이 F국에서 잘 휴양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몰래 귀국한 것이었다. 하성이 자신을 따라 귀국할 것이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보고 싶었어!”“그리고, 다 낫지 않아도 당연히 널 데리러 와야지.”하성이 서준을 힐끗 쳐다본 후, 주권을 선포하기라도 하는 듯 운전기사를 향해 하연에게 차 키를 건네주라고 지시했다.“오늘은 네가 운전해.”“날 믿을 수 있겠어요?”차 키를 받아든 하연의 눈동자에 한 가닥의 불안감이 스쳤다. 사고를 당한 후, 하연은 며칠간 악몽에 시달렸다. 하연은 꿈에서 하성이 죽는 것을 보았고, 다시는 가족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공포에 질려 잠에서 깨곤 했다. 이 모든 것은 혜경이 벌인 교통사고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한 것이었다.“그럼, 당연하지.”하성이 하연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다 지나간 일이잖아.”“그럼, 오빠의 새 차 좀 운전해 볼까요?” 하연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오빠 말이 맞아. 다 지나간 일이야. 민혜경도 또 그런 짓을 벌이지는 않을 거야.’‘내 운명은 내가 정해. 트라우마 따위에 질 수 없어.’파티장을 떠나기 전, 하성이 대단히 매섭고 차가운 눈초리로 서준을 쏘아보며 말했다.“당신의 세컨드, 잘 관리하는 게 좋을 거야. 교통사고 건도, 우리 하연이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결심하지 않았으면, 우리 쪽은 민혜경을 사적으로 처리했을 텐데! 우리 쪽은 두려울 게 하나도 없었어!”울적함이 파도가 되어 서준의 가슴을 덮쳤다. 서준이 하연을 향해 소리쳤다.“나, 아이가 태어나기만 하면... 혜경이랑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