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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정미리가 지유를 재촉하며 단둘이 있을 시간을 주려고 했다. 지유는 그렇게 주방으로 밀려들어 갔다.

이현은 하던 일에 열중했고 모든 식자재를 깔끔하게 다듬었다.

지유는 이현이 이런 일에 손을 댈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여기는 어쩐 일로 왔어요?”

이현이 이렇게 말했다.

“네가 내 전화를 안 받으니까, 장모님한테 어디 갔는지 물어보러 왔지.”

지유는 이현과 함께 야채를 다듬었다.

“전에 이런 데는 손도 안 댔잖아요.”

이현이 그런 지유를 힐끔 돌아보며 장난쳤다.

“장모님한테 잘 보이려고 그랬지.”

“그만해요.”

“전화는 왜 안 받은 거야?”

이현이 다시 물었다. 지유가 멈칫하더니 대답했다.

“혹시 승아 씨랑 있는 거 방해할까 봐 그랬죠.”

이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지유가 물었다.

“왜 웃어요?”

“질투하는 거야?”

지유가 부인했다.

“아니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때마다 질투하면 내가 속 터져 죽지.”

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유의 얼굴에 물이 튄 걸 보고 지유가 소매로 닦으려 하자 지유의 손을 막고는 손을 말끔하게 닦고 휴지를 가져와 지유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지유는 이현이 자기를 살뜰하게 보살피자 그런 이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집중해서 닦아주는 보습이 참으로 부드러워 보였다. 지유는 마치 10대로 돌아간 것 같았고 이현에게서 어렴풋이 그 소년의 그림자가 보이는 것 같았다.

“조심해.”

이현의 목소리는 매혹적이었다.

“그냥 가만히 있어. 그러다 또 뭐 묻을라.”

이현은 지유가 다듬던 야채를 가져갔다.

정미리는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에 고개를 돌려 온경준에게 말했다.

“여보, 빨리 와봐요. 딸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죠? 이현이 얼마나 잘해주나 봐봐요.”

온경준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보여주기 위해 쇼하는 걸 수도 있잖아. 뒤에서 우리 딸 괴롭히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너무 멀리 갔어요.”

정미리가 말했다.

“이현이가 우리 딸 좋아하지 않는다면 왜 결혼했겠어요?”

온경준이 입술을 앙다물더니 차갑게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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