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해정원으로 돌아온 신경주는 바닷물에 빠진 것처럼 온몸이 흠뻑 젖었다.오씨 아줌마가 급히 그를 닦아주려 했지만 그는 그녀가 들고 있던 수건을 잡아채곤 살기를 뿜으며 위층으로 올라갔다.“도, 도련님 왜 다 졌어서 오신 거예요? 누가 도련님 심기라도 건드렸어요?”오씨 아줌마가 걱정하는 어투로 한준희에게 물었다.“조금 있다 시간이 나면 신 사장님을 잘 위로해주세요. 어떤 사람한테 속아서 그래요.”“네? 그 영리한 도련님을 속이다니, 귀신보다 더 영리한 사람 인가봐요? 신고는 했어요? 빨리 신고해야죠!”오씨 아줌마는 깜짝 놀랐다.그러자 한준희가 고개를 저었다.“너무 복잡한 일이라 경찰이 신고해도 소용없어요.”“제가 도련님한테 계속 사기 방지 앱을 설치하라고 했는데 그렇게 말을 안 듣더니.”한준희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신 사장님은 이번에 제대로 된 적수를 만났다.돈을 사기당한 거라면 해결하기 쉽지만 신경주의 자존심을 건드린 일이다!……신경주는 창백한 얼굴로 위층으로 올라갔는데 언뜻 보기에는 잘생긴 남자 귀신같았다.“둘째 도련님, 김은주 씨가 오셨어요. 회장님이 서재로 가서 만나라고 합니다.”신경주는 얇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신광구의 서재로 향했다.“경주 오빠! 드디어 왔네요!”김은주는 신경주를 보더니 벼랑 끝에서 희망을 본 것처럼 곧바로 그에게 달려가 안겼다.신경주는 예전처럼 그녀의 포옹에도 아주 덤덤했다.심지어 오늘 밤 김은주를 마주하자 알 수 없는 우울함이 밀려왔다.“경주야, 일은 어떻게 됐어? 오늘 구 사장을 만났어?”신광구가 엄숙하게 물었다.신씨 그룹의 회장이 이런 작은 일을 물어볼 필요도 없지만 진주가 매일 그를 닦달하여 신경주에게 압박을 줄 수밖에 없다.“경주가 반드시 은주 일가를 잘 지킬 거예요. 경주가 은주를 제일 아끼잖아요? 경주가 나서서 구가네 아가씨와 얘기를 나눈다면 구가네가 어떻게 경주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어요? 신씨 그룹이 작은 구멍가게도 아니고 우리의 미움을 사면 구가네 라고 해도 성주에서
“심지어 오늘 아가씨께서 이 방에 들어오실때도 제가 특별히 당부 드렸어요. 침대에 놓인 저 상자는 도련님이 특별히 아끼시는거라 건드리지 말라고."오씨 아줌마는 잔뜩 화가 난 김은주의 눈치를 힐긋 보며 조심스레 말했다.사실 그녀는 일부러 김은주의 화를 자극시키기 위해 백소아를 작은 사모님이라 부른 것이다. “솔직하게 얘기할게, 그 상자 내가 잃어버렸어." 결국 김은주는 참지 못하고 자백했다.“어디다 버린거야?" 심경주는 잔뜩 화난 기색으로 물었다.“경주 오빠, 대체 왜 그렇게 그깟 물건에 신경 쓰는거야? 이미 이혼까지 한 상황이고, 이젠 오빠의 약혼녀는 나란 말이야! 이미 헤어진 여자가 준 물건을 아직까지도 곁에 두면서, 내 심정이 어떨지는 생각해봤어?” 김은주는 눈물을 글썽이며 불쌍한 모습을 보였다.“다시 한 번 물을게. 어디에 버렸어?”놀랍게도 심경주는 김은주의 눈물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아까보다도 더욱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뒷마당에 있는 쓰레기통에 있어...”곧이어 비를 맞으며 뒤뜰로 달려간 심경주는, 곧바로 흰 소매를 걷어붙이고는 쓰레기통에서 버려진 상자를 찾기 시작했다.“오빠! 찾지 마. 더럽게 뭐하는거야!" 김은주는 복도에 서서 그를 불렀다.더럽다고?심씨 집안들은 아마 모를테지만, 그는 첩 자식으로서 어머니와 함께 외로이 밖에서 떠돌아다니면서 다섯 살의 나이에도 오로지 생존을 위해 수많은 쓰레기통을 뒤지며 돈이 될만한 폐지와 빈 병만 주웠었다. 그렇게 온갖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자라온 심경주한테는 이 정도 더러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침내 심경주는 그 상자를 찾아냈고,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바로 이때 오씨 아줌마가 달려와 그에게 우산을 받쳐주었고, 그는 지체없이 상자를 열었다.그 순간, 그는 눈시울이 붉어졌고 얼굴까지 어두워졌다.멀끔하고 먼지 하나 없던 양복은 어느새 심하게 찢어져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그는 멍한 표정으로 김은주를 바라보았다.얼음장같이 차가운 그의 눈빛에 잔뜩 겁이 난 김
곧이어 김은주는 훌쩍거리며 자리를 떠났다.이를 본 하인들은 하나같이 험담을 하기 시작했다. 매번 올 때마다 이렇게 울기만 하고, 누가 보면 심씨 집안이 장례식이라도 하는 줄 알겠다고. 한편 놀란 심경주는 소파에 털썩 앉아 너덜너덜해진 양복을 보면서 오랫동안 멍해있었다.“도련님, 이젠 늦었으니 얼른 우유 마시고 주무세요.”따뜻한 우유와 함께 방으로 들어온 오씨 아줌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옷이 낡아진걸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아이고, 이걸 어떡해.”그 순간,“다음에 은주가 또 찾아오면 잘 감시하고 있어. 다시는 내 방이랑 서재에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해. 아, 그리고 백소아의 방도 못 들어가게 해.”심경주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안심하세요. 본부대로 할게요.” 그러면서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오늘 제가 눈치가 좀 빨라서 인차 사모님의 방 문을 닫아서 다행이지, 아니면 그 아가씨 또 들어와소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아줌마, 그래도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마. 은주도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니야. 어쨌든 내가 걔한테 3년이나 신세를 졌으니까.”“그럼 사모님은요, 사모님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사모님이랑 이혼하고 나서 도련님 조금이라도 창피하지 않으세요?”갑자기 격분한 오씨 아줌마는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때 할아버지께서 강요한건 나였지, 그 여자가 아니었어. 그 여자는 분명 나와의 결혼을 피할 수도 있었어.” “그럼 도련님 말은, 사모님이 스스로 이 일들을 자처한거라고요?”“........."심경주는 입을 꾹 다물기만 했다.“그럼 이젠 일찍 쉬세요, 방해하지 않을게요.”오 씨 아줌마는 겨우 화를 가라앉히고 원한을 품고 따뜻한 우유를 들고 다시 방을 나갔다. 깜짝 놀란 심경주는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기분 나쁘다는거야? 나 그래도 우유 마시고 싶은데.백소아 그 여자, 대체 언제 이렇게 아줌마의 마음을 산거야? 정말 독한 여자네…한편 김은주는 초라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갑작스레 몰아친 비바람 탓에 김씨 집안의 평판은 아예 곤두박질쳤다. 더욱 비참한것은 심경주도 아예 손을 뗐다는것이다. 만약 그들이 더이상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심씨 집안이 마지막으로 준 그 돈을 다 쓰고 나면 모든게 끝장이라는 것이다.한편 이씨 집안은 김씨 집안의 위조품에 대한 정체를 전부 폭로해 대중의 호감을 사게 되면서, KS WORLD는 한동안 잠잠하다가 다시 관심을 받게 되었다.“분부하신대로 고명이 사직한 후 사람을 파견시켜서 몰래 미행해봤는데요. 역시나 김인후랑 사석에서 여러번 만났더라고요.” 그러자 임수해는 구아람의 하얗고 부드러운 작은 손을 만지면서 가볍게 네일아트를 발라주었다."역시나 대단하시네요. 그 녀석의 생각을 정말 똑똑히 보아내셨네요.”“여태 호텔을 이용해서 몰래몰래 김인후와 교류가 오고간걸 봐서는, 둘의 관계가 꽤나 깊어보여요.” 구아람은 빙그레 웃으며 임 비서의 적극적인 서비스에 만족을 보였다.“곧 주말에 김씨 집안이 공개적으로 기자 회견을 하게 될거야. 때가 되면 내가 너한테 제대로 한 수 보여줄게.” 곧이어 마침 새 매트리스를 받은 구아람은 잔뜩 기뻐하며 임수해와 함께 직접 뒷문으로 가서 물건을 확인했다.“아가씨, 이런 일은 직접 이렇게 오실 필요가 없어요. 저랑 객실부 매니저만 가면 돼여." 임수해는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나 그렇게 여리고 여린 아가씨가 아니야. 나 이래봬도 전쟁터에서 총도 쏜 적 있어. 전쟁에서 내가 치료해준 부상자만 십여 명이고, 백 여명을 부축도 해줬는데, 고작 몇 개의 매트리스가 뭐가 그리 피곤하다고.” 그 순간, 구아람은 뭔가 떠올랐는지 슬프고 쓸쓸한 눈빛을 보이며 스쳐 지나갔다.사실 L국 전쟁에서 그녀가 필사적으로 구조한 부상자는 오직 심경주 뿐이었다. 당시 총알이 빗발치면서 심경주는 다리와 어깨에 모두 총알을 맞고는 피를 뚝뚝 흘리면서 쓰러져 몇 차례나 그녀더러 대피하라 했지만 그녀는 죽어도 그와 함께 하겠다고 맹세했다.“나 내버려두고 얼른 가!”“꺼지라고!
곧이어 이유희는 자신의 여자 친구와 함께 호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요리가 다 오르자마자 여자 친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요리를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이유희는 세상 물정 모르는 이 여자의 모습을 보고는 어이가 없었다."뭔 사진을 그렇게나 많이 찍어, 이런 요리 처음 봐?”그러자 여자 친구는 성이 나서 핸드폰을 내리고는 조용히 밥을 먹었다.그렇게 한참을 배불리 먹은 시점, 갑자기 레스토랑 책임자가 그들에게 다가와 예의 바르게 웃으며 물었다."이 선생님, 저희 요리가 어떠신가요?” “맛있어. 육질이 아주 쫄깃쫄깃해서 나는 만족해.”이유희의 사생활은 비록 깨끗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귀공자 출신이기에 언행을 항상 조심해왔다.“뭔 소리야. 씹지도 못하겠고, 하나도 맛없어." 하지만 여자친구는 유난히도 예의 없이 굴면서 식기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러자 이유희는 삽시간에 얼굴이 어두워졌다. “고객님의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다음에는 반드시 고치도록 할게요! 일단 너무 죄송합니다!"책임자는 정중한 태도로 깊이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됐어, 이 말 신경 쓰지 마. 이 여자 오늘 외출할 때 틀니를 끼지 않고 나와서 두부 한 모도 못 씹어.”그러자 여자 친구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지만, 이유희의 기세에 눌려 감히 뭐라 하지도 못했다.이때 이유희는 품에서 불룩한 지갑을 꺼내 지폐 한 뭉치를 책임자에게 건넸다. 다들 모바일 페이를 애용하는 현대화 시대에, 그는 여전히도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이건 팁이야, 그리고 겸사겸사 너한테 물어볼게 있어.”이유희는 한 손으로는 턱을 받치고는 의미심장하게 물었다.“여기 이 호텔에 백소아라는 직원이 있어?”“이 선생님, 저희 KS WORLD는 항상 최고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고, 결코 손님의 팁을 받지를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 호텔에는 백소아라는 직원은 없습니다."“없다고? 그럴 리가!”이유희는 다소 당황했다.“내가 전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그 여자가 뒷문에서 짐을 내리는 것을 봤
이유희는 사악한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에는 내가 너를 데리러 올 테니까 같이 저녁이라도 먹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내가 미리 예약할게.”“나 이미 남자친구 있어. " 구아람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하찮게 말했다. “네가 전남편이랑 있을 때도 개의치 않았던 나인데 네가 지금 남자친구가 있든 말든 나랑 뭔 상관이야?” 이유희는 여전히 파렴치했다. 그는 자신이 좋고 싫고만 고려했으며 종래로 이렇게 저지른 일이 누군가한테 피해가 될거라는건 고려하지를 않았다.“만약 남자친구가 무서운거면 그럼 우리 몰래 내 개인 별장에 가는건 어때? 우리 집 요리사들은 하나같이 미슐랭 셰프라서 내가 미리 일찍 준비해두라고 했어.”하지만 구아람은 여전히 불편했고, 한편 마음속으로는 아까 시킨 커피가 왜 아직도 오지 않는건지 원망스러웠다. 커피라도 오면 이유희한테 제대로 뿌릴 수 있는데.이때 이유희의 휴대전화가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그는 뜻밖에도 깜짝 놀랐다.“전화 좀 받고 올게. 잠시만 기다려.”뭐라는거야, 누가 널 기다려준대?그렇게 이유희는 잠시 떠났고 마침 커피도 올라왔다.구아람이 한 모금 마시기도 전에 갑자기 놈의 여자 친구가 거들먹거리며 그녀 앞으로 걸어왔다.사실 방금 그녀는 두 사람의 대화를 잘 듣지 못했다. 다만 이 여자가 바로 방금 놈이 식당 책임자에게 물어본 그 여 직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하찮은 아르바이트 주제에 감히 내가 겨우 낚아 올린 다이아몬드 수저를 뺏아가? 내가 제대로 한 수 보여주겠어.“이봐, 내가 경고하는데 내 남자친구 엿볼 생각 하지도 마. 아니면 더이상 이 곳에서 일 못하게 할테니까.”여자 친구는 잔뜩 화난 채로 구아람을 노려보았다.그러자 구아람도 눈썹을 찌푸리며 갑자기 손으로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 여자친구한테 뿜어나오는 코 찌르는 향수 냄새가 너무나도 싫었다. 이유희는 이런게 좋다는건가?“그럼 제가 당신이 말한 대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건데요?" 구아람은 담담하게 도발했다.“그럼 내가 너
심경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렸다.이유희는 자신이 데려온 그 여자가 틀림없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또 사고를 친거라 예상했다. “뒷마당에 불이 난거 같아. 어차피 오늘은 안될거 같은데 내일에나 보자고!”곧이어 이유희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심경주의 무서운 목소리가 울렸다.“이유희, 너 어디야?”바로 이때, 또 어디선가 소름 끼치는 비명이 들려왔다.“KS WORLD 호텔이에요! 호텔 레스토랑이요!”이유희는 놀란 나머지 부랴부랴 식당으로 돌아왔다.문을 열자 그 안의 현장은 아주 끔찍했다. 그가 목격한 장면은, 전 형수가 자신의 여자 친구의 머리카락을 꽉 잡고는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 친구의 머리를 책상 위에 누르고, 오른손으로는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아 옴짝달싹 못하게 했다.세상에나! 누가 보면 범인 체포라도 하는 줄 알겠어. 도리여 형수가 괴롭힘을 당할가봐 걱정됐던 이유희는 이제와보니 내심 안심됐다. 곧이어 아예 팔짱까지 끼고는 강 건너 불구경하였다.“내가 널 고소할 거야..... 너 더이상 성주에서는 못 살게 할 거야!"여자 친구는 얼굴이 탁자 위에 붙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악물고 화를 냈다.“그럼 얼른 도망이라도 가봐. 도망 못 가면 곧 이 멍도 점차 나아지겠어. 그러면 내가 널 때렸다는 증명조차도 할 수가 없잖아.” 구아람은 내내 무표정이었다. 이유희의 여자 친구가 먼저 시비를 걸지만 않았더라도 구아람은 이렇게 굳이 손을 더럽히고 싶지가 않았다.한편 이유희가 돌아온 것을 확인한 여자 친구는 울부짖으며 도움을 요청했다."유희야......나 좀 살려줘!”“그만해, 이 정도면 됐어......"이유희는 혼내기는 커녕 달래는 말투로 구아람을 말렸다. 그는 이런 일이 놀랍지도 않았다. 자신을 위해서 여자들이 싸우는 일은 흔히도 봐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백소아는 자신의 형제와도 같은 사람의 전처였기에 심경주의 체면을 남겨주고 싶었다.“이유희! 너 대체 그게 뭔 소리야? 이 여자가 날 때렸다고
”기다리지 마세요.”구아람은 단호하게 직접 거절하였다. "전 당신이랑 밥 먹고 싶지가 않아요.”그러자 이유희는 쯧쯧 소리를 냈다."왜 이렇게까지 무정한거야? 지난번에 ACE에서 내가 너를 도와서 김인후를 혼내 준거에 대한 감사의 인사로 나랑 밥 먹는다고 생각하면 안돼?”구아람은 조롱하며 웃었다.“내 기억대로라면 날 구해준건 심경주였어. 남의 공을 이렇게 낚아채는건 좀 별로네.”“이봐, 내가 대체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러는거야? 나한테 기회를 줄 수는 없어?”이유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가 구윤이랑 친하면 다인줄 알아? 구윤이 널 여자 친구로 인정해주긴 한대? 걘 못해도 난 할 수 있다고.” “이유희, 사랑에는 순서가 있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염치는 있어야 돼.”단 한 마디로 그녀는 이유희에게 제대로 치욕을 안겨주었다. “나는 누구만큼 그렇게 고귀한 출신은 아니야. 하지만 나도 체면이란건 있어. 난 심경주랑 결혼할 때만큼은 진심으로 그 사람만을 사랑해왔. 하지만 지금 내 남자친구는 KS그룹 총재인 구윤이고, 그러면 내 마음속에는 이젠 그 남자밖에 안 보이는거야. 그러니까 너 더이상 말 조심해. 앞으로는 내 앞에 나타나지도 마.”구아람은 거친 말을 내뱉긴 했지만, 마음속에는 깊은 상처가 생겨버렸다.이유희조차도 그녀의 눈동자에서 울분과 속상함을 보아냈다. 구아람은 다시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턱을 살짝 들어 다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그런데 갑자기 그녀는 걸음을 멈추더니 동공이 흔들렸다. “심경주?!" 이유희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왜 이렇게도 빨리 온거지, 헬기라도 타고 온거야?!한편 심경주는 아무 말 않고 꼿꼿하게 서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가뜩이나 에어컨을 틀어놔 싸늘했던 호텔은 더더욱 한기가 돌았다. 구아람도 놀라운 눈빛으로 심경주를 맞이했다.한때까지만 해도 구아람을 바라보던 심경주의 눈빛은 사랑으로 가득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 보이는 눈빛은 냉담하기 그지 없고, 전혀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