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피를 흘리는 것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눈으로 구하영을 노려보았다. 구하영은 겁에 질려 소름이 돋았다. 숨을 헐떡이며 당황한 채 설명했다.“신 사장님, 다른 뜻이 아니라, 그저 걱정한 거예요!”경주는 두 손으로 소파를 누르고 부축을 받으며 일어섰다. 일어서자마자 하늘이 돌아가는 듯 어지러웠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온몸에 퍼졌다. 경주는 헐떡이며 땀을 뻘뻘 흘렸다. 섹시하고 허약한 모습은 구하영을 멍하게 했다. 경주는 홀로 벽을 붙잡고 연회장을 비틀거리며 나갔다. 하지만 구하영은 포기하지 않고 바로 따라갔다. 오늘 밤은 흔치 않은 기회이다. 그래서 무조건 잡아야 했다. ‘신경주의 아이를 임신하면 구아람이든 이소희든, 날 말릴 수 없어!’빈 복도에서 구하영이은 점점 더 대담했다. 바로 경주의 품에 안기며 구해진의 말대로 예의염치를 버렸다.“신 사장님, 서 있지도 못하는데 방으로 들어가서 쉴까요, 네?”“꺼져, 건들지 말라고 했잖아, 사람 말을 못 알아들어?”경주는 온 힘을 다해 구하영을 다시 밀어냈다. 눈에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혐오감은 너무 날카로웠다. 마치 구하영에게 전염병이 있는 것 같았다. 구하영은 불안하고 화가 나서 이를 악물고 경주를 세게 잡아당기려 했다.“뭐 하는 거야?”갑자기 차갑고 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하영은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고 급히 경주의 팔을 놓았다. 이유희의 눈에는 강렬한 분노로 가득 찼다. 성큼성큼 경주 곁으로 다가오더니 경주의 어깨를 감싸며 재빨리 구하영에게서 멀어졌다.“구하영 씨, 도대체 뭐 하려는 겁니까?”“저, 저...”구하영은 억지로 진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유희의 카리스마에 머리가 터질 뻔했다.“신 사장님이 기분이 좋지 않아 술을 많이 마셨어요. 취해서 위층에서 쉬도록 도와주고 싶었어요.”“취해요? 경주의 주량을 제가 누구보다 잘 알아요. 당신과 술을 마시기 전에는 멀쩡했는데, 같이 마시고는 취했다고요?”이유희는 의심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 도련님, 그게 무
“누구요? 구아람?”구하영의 강한 승부욕이 시작됐다. 급한 마음에 땀을 잔뜩 흘리며 집착하며 물었다.“이미 이혼했잖아요. 감정이 있으면 왜 이혼하겠어요!”“쯧, 당신이 뭘 알겠어요?”이유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차가운 시선을 거두었다.“이혼했지만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경주가 아람에 대한 감정은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이에요. 이혼한다 해도, 아람이 결혼한다고 해도 그 누구도 구아람을 대신할 수 없어요.”두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구하영은 힘이 빠져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 한참 지나자 구하영은 짜증 난 듯 발을 구르며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안 믿어, 거짓말쟁이. 네 말을 안 믿어!”...이유희는 제일 빠른 속도로 경주를 차에 태웠다. 사실 눈치챘다. 경주는 취한 것이 아니라 투약을 당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몰랐다.‘약을 언제 넣었지? 웨이터가 샴페인을 가져올 때 구하영은 마음대로 두 잔을 골랐어. 어떻게 신경주가 마신 술에 약이 있다고 확신해? 설마, 모든 술에 약이 있어? 수작이 더럽네.’“경주야, 네 별장으로 데려다줄게. 이대로 돌아갈 수 없어.”경주는 숨이 점점 가빠로워지며 옷을 잠아 당겼다. 셔츠의 단추가 떨어져 노출된 가슴은 매우 유혹적이었다.“젠장, 정말 매혹적이네. 그러니 여자들이 널 덮치고 싶어 하지!”이유희는 스포츠카의 시동을 걸고 경주에게 안전벨트를 매 주려는 순간 경주는 눈이 흐릿해지며 익숙한 이름을 중얼거렸다.“아람아, 아람아.”이유희는 깜짝 놀라더니 웃음을 참지 못했다.‘이 자식은 고집만 세네. 아직도 잊지 못했구나.’이유희는 안전벨트를 매 주었다. 경주의 만만한 모습을 보니 웃겼고 어이가 없었다.“알았어, 경주야. 네 유일한 친구로서 끝까지 도와줄게!”...아람은 원하는 정보를 확인한 후 유지운과 호텔을 떠나려고 했다. 차에 앉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 이유희의 이름을 보자 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핸드폰은 이유희처럼 집착했다.“무슨 일이야.”아람은 전화를 받고 차
이유희가 경주에게 무슨 일이 있다고 말하자 아람은 후유증이라고 생각했다.“주소를 보내줘. 바로 갈게.”전화를 끊으면서 아람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유지운은 담배를 다 피우고 차 문을 열고 타려는 순간 스포츠카의 엔진이 굉음을 내며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저기, 문 열어요. 저도 타야죠.”유지운은 문을 잡아당겼다.“일이 있어요. 혼자 가세요.”아람은 앞을 보면서 핸들을 꽉 잡았다.“저기요, 구아람 씨. 여긴 성주예요, 해문이 아니라! 어디 가라는 거예요?”유지운은 어이가 없었다.“빨리 데려다줘요!”“큰형에게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해요.”말을 마치자 검은 스포츠카가 회오리바람처럼 유지운을 지나쳤다....아람은 이유희가 보내준 주소에 따라 경주의 개인 별장에 도착했다. 별장 문 앞에 섰을 때 기분이 이상했다. 우울하고, 억울하고 마음이 아팠다. 이 별장은 경주의 사유지 중 하나였지만 경주가 가장 자주 살던 곳이다. 이것도 오정숙한테서 들었다.오정숙은 경주가 기분이 좋지 않거나 관해 정원에 돌아가기 싫을 때 이곳에 온다고 했다. 다른 여자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방에서 혼자 지내던 아람을 위로하기 위해 온 것이다.그 당시 오정숙은 아람에게 이곳으로 와서 경주를 찾으라고 했지만 거절을 당했다. 아람은 경주가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없어서 기분이 좋지 않고, 관해 정원으로 돌아왔을 때 보고 싶지 않은 여자들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욕을 당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그저 경주 곁에서 투명 인간처럼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하지만 그날까지만이었다.아람과 신남준이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사고로 아람과 경주의 아이도 잃었다. 어느 날 밤 병원 침대에 누워 요양하고 있을 때 해외에서 온 김은주의 전화를 받았다.“구아람, 네가 경주 오빠에게 시집가서 경주 오빠를 가진 것 같아? 넌 영원히 가질 수 없어. 지난 며칠 나와 동안 매일 같이 있었어.”“경주 오빠가 세상에 하나뿐인 목걸이까지 줬어. 그렇게 오래 사귀었는데
아람은 눈썹을 찌푸리고 짜증을 내며 문을 밀었다. 뜻밖에도 문이 열려 있었다. 아람은 항상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어 곧바로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마음속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이 별장은 큰 편은 아니었다. 성주에 있는 아람의 별장만큼 크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하고 아늑하고 집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화려하지만 인정이 없는 관해 정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렇게 있는 생각하자 아람은 눈썹을 떨며 마음이 아팠다.“이유희, 안에 있어? 이유희.”별정은 조용하고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아람은 점점 더 걱정을 하며 재빨리 계단을 올라가 모든 방을 찾아보았다. 결국 복도 마지막 방의 문을 열었다. 내부 공기의 온도는 다른 방보다 분명 높았으며 여전히 남성 호르몬이 느껴졌다. 아마 경주의 방일 것이다. 적어도 3년 이상 부부였지만 뼛속 깊이 자리 잡은 서로에 대한 친근감은 여전히 외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방의 숨겨진 문을 통해 아람은 남자의 점점 굵어지고 점점 다급해지는 숨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다. 형언할 수없이 고통스러워 보였다.“신경주?”아람은 목을 조이며 부르자 안에서 대답이 들려왔다.“아람아, 아람아.”아람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서둘러 문을 밀고 들어갔다. 방의 빛은 부드럽고 어두웠다. 경주는 침대에 누워 긴 다리를 평평하게 했다. 구부러진 슈트는 바닥에 던져졌고 흰 셔츠는 넓게 열려 있었다. 아람의 시선에 나타난 건 튼튼하고 섹시하게 빨개진 근육이었다.“아람아, 너무 불편해, 아람아.”경주는 입을 살짝 열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아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혼란스러웠다. 꿈인 줄 알았다. ‘아람은 날 그렇게 싫어하는데, 왜 나한테 오겠어. 하지만 꿈이라도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사람은 항상 가장 나약할 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마음을 알 수 있다. 아람은 숨을 죽이고 재빨리 침대 옆으로 걸어가 몸을 기울여 경주의 상태를 확인했다. 갑자기 경주가 알마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아당겼다. 아람은 눈앞이 돌더
아람은 경주의 붉어진 눈과 마주치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경주의 눈에서 나약함과 억제하기 어려운 광기가 보였다. 2년 전 그날 밤, 경주가 아람을 누르고 몸을 구르며 쾌락을 구걸하던 그 눈빛과 같았다. 밤새도록 사랑을 하던 때도 아람을 빠져나오게 하지 못했다.“신경주, 먼저 진정해, 음!”아람의 나머지 말은 경주의 사나운 입맞춤에 묻혀버렸다. 뜨겁고 젖은 입술은 아람의 떨리는 입술 위로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입안의 따뜻한 향기를 약탈했고, 숨결을 모두 빼앗고 싶었다.‘너무 하고 싶어, 아람아. 미친 듯이 원해.’아람을 만나지 못하는 매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하느님밖에 알 것이다. 그저 의미 없이 걸어 다니는 시체와 같았다. 아람은 목구멍 깊숙이 부드러운 탄식을 내뱉었고 숨이 가빠로워지며 몸이 뜨거워졌다. 또다시 경주의 몸 아래에서 떨며 드러난 가슴 근육을 힘없이 밀어 반항을 하고 싶었다. 가볍게 밀치는 행동이 경주의 눈에는 유혹이었다. 아람이 경주의 시야에 나타나는 한, 심지어 꿈속, 뒷모습이라고 해도 치명적인 유혹이었다.아람은 경주의 교활하고 위압적인 입술에 정항 할 수 없었다. 곧 두 사람은 깊이 얽혀 있었다. 너무 세게 키스하자 부끄러운 소리까지 났다. 경주는 거칠고 팽팽한 큰 손으로 아람의 아름다운 다리를 만지며 건방지게 확인했다.“안 돼.”아람은 땀을 벌벌 흘리며 경주를 막았다.“아람아, 살려줘.”경주는 숨을 헐떡이며 아람의 촉촉한 입술을 떠났다. 그 사이에 수정 같은 흔적을 남겼다.“너 말고는 아무도 안 돼. 너만이 나를 구할 수 있어.”‘너만이 날 구할 수 있어.’2년 전, 아람은 경주의 해독제가 되어주었었다. 아람이 경주를 구했다. 예기치 않게 2년 후, 이혼했지만 여전히 경주와의 운명적인 끈을 놓지 못했다. 경주는 점점 미친 듯이 키스를 했다. 아람의 입술로부터 작은 턱, 목, 쇄골까지 거칠게 키스했다. 아람은 눈물을 머금고 하얀 목을 뒤로 젖혀 아름다운 선을 보였다. 손은 저도 모르게 경주의 머리를 잡고 열 손가락으로
부부였을 때 아람은 경주가 집에 없을 때 몰래 셔츠를 입으며 경주의 특유의 향기와 체온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 아람의 마음 상태는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람은 경주가 금방 깨어나지 않을 것 같아 물을 찾았다. 쉬면서 물을 마시고 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떠나려 했다.아람은 조심스럽게 방에서 나와 2층 부엌에서 찬물을 마시며 방금 전까지 심하게 욱신거렸던 심장 박동을 진정시켰다.‘이 나쁜 자식, 너무 오래되어서 그러나. 이게 자는 거야? 나랑 찢어 먹으려는 거지.’이렇게 생각하면서 키스를 당하던 입술을 삐쭉거렸다. 목에 부은 얼음 물까지 따뜻해진 것 같았다. 이곳은 아람이 항상 궁금해하던 곳이다. 이곳에 올 기회가 생겨 조금 돌아다녔다. 부엌, 정원, 거실. 모든 곳이 심플하고 따뜻하게 꾸며져 있었다. 한눈에 봐도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자 이 별장은 경주가 선물로 준 거라는 김은주의 말이 떠올랐다.‘정말? 정말이야? 김은주와 있었던 집에서 그 짓을 했어?’아람은 마치 커다란 손이 잔인하게 움켜주는 것처럼 아파서 숨을 쉴 수 없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경주의 방에 와서 옷을 입고 떠나려 했다. 작은 거실은 조용했고 침실 맞은편에는 서재가 있었다.아람은 멍하니 서재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자 책장 한 쪽을 가득 채운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아람은 입을 다물고 사진 앞으로 다가가더니 무심코 액자 하나를 집어 들었다. 사진 속 소년은 우울한 표정과 섬세한 이목구비로 어린 시적의 경주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복고풍 소파에 앉아 소년을 안고 있는 여자의 얼굴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그분도 신이 내린 복숭아꽃 같은 눈동자를 가졌다. 아람은 눈이 번쩍 뜨였다. 이 여자가 경주의 친어머니이자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전 시어머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너무 아름다워.”아람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구만복의 세 부인이 각자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합쳐도 경주의 어머니만큼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
우르르-아람의 손이 떨리자 액자는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튀어 오른 유리 파편이 아람의 부드러운 발목을 베었고, 얇은 상처에서 피가 몇 방울 스며 나왔다.“네가 왜 여기에 있어?”경주의 매력적인 소리가 뒤에서 가느다란 등을 뚫고 들어왔다. 아람은 뒤돌아보지 않고 그저 냉정하게 말했다.“방해해서 미안해, 금방 갈게.”경주는 자신의 셔츠를 입은 아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빛은 넓은 셔츠 안의 아람의 몸을 희미하게 비추었다. 몽롱한 매력을 발산하여 품에 안고 부드럽게 감싸고 싶었다. 경주는 마른침을 삼키며 입이 말랐다. 방금 잠에서 깨어난 경주는 식은땀을 흘렸다. 무의식적으로 옆을 더듬어 보았지만 아람은 사라졌다. 그러나 옷은 여전히 바닥에 있고 하이힐도 신지 않아 아마 별장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제야 마음이 진정되며 일어나 서둘러 아람을 찾았다. 어젯밤의 키스와 격렬한 충돌이 경주의 피와 가슴에 깊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왜 이렇게 됐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내가 아람을 괴롭혔나? 너무 아파서 반항하지 못했나?’복잡한 죄책감으로 가득 찬 경주는 눈시울이 불어지며 아람을 향해 다가갔다. 바로 이때 아람은 갑자기 돌아서서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경주를 지나쳤다. 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아람을 잡았다.“가지 마.”“날 상관할 자격이 없어.”“우리 잤어.”경주는 아람을 덥석 품에 안았다. 날카로운 눈빛은 아람의 차가운 눈빛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구아람, 우리가 잤다고. 나한테 할 말 없어?”“없어.”아람은 경주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피하며 말했다.“놔.”“구아람, 비록 우리가 이혼했지만 어젯밤에 일어난 모든 일은, 내가 반드시 책임질게.”경주의 눈빛은 진지하고 아람의 팔을 잡은 손은 계속 조여졌다.“원나잇일 뿐인데, 책임을 따질 필요는 없어. 우린 성인이야. 자기의 선택에 대가를 치러야 해.”아람은 차갑게 웃으며 경주의 손을 힘껏 뿌리치며 비아냥거렸다.“앞으로 신 사장님이 조심스럽게 사회생활을 해, 당하지
“내가 책임질게. 반드시 책임질게.”“책임질 필요 없어. 그냥 날 보내주기만 하면 돼.”아람의 수정 같은 눈물이 경주의 어깨에 떨어지며 가슴을 아프게 했다.“신경주, 네가 싫어. 네가 너무 싫어. 날 건드리지 마!”“널 건드리지 않으면 누굴 건드리겠어?”경주의 쉰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신경주, 책임지고 싶으면 애초에 왜 나와 이혼했어? 그때 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뭐?”경주는 깜짝 놀랐다.“책임을 져야 할 때가 되자 넌 날 멀리 밀어냈어. 지금 네 책임이 필요 없는데, 왜 멀리 꺼지지 않아?”아람은 경주가 한 눈판 사이에 경주의 팔을 악랄하게 물어뜯었고 살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경주는 아파서 힘을 풀었다. 그러자 아람은 토끼처럼 경주의 품에서 빠져나갔고 눈 깜빡할 사이에 서재에서 사라졌다.경주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아람의 말을 반복해서 떠올렸다. 갑자기 침실의 깨끗한 시트가 떠올라 가슴이 조여 왔다. 아람은 결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여자가 아니다. 결혼한 3년 동안 경주는 그들이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혼할 때 여전히 처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젯밤은 서로의 처음이었지만 침대 시트에 빨간색이 보이지 않았다.“그때 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경주는 갑자기 번개를 맞은 듯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설마, 결혼 생활 중에 이미 잤었나? 하지만 왜, 전혀 생각이 나지 않지? 왜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경주는 온몸이 얼어붙고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충격을 받아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정신 차릴 때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몰랐고, 손을 뻗어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제야 경주는 불빛 아래 반짝이는 파편을 발견했다. 경주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다가가 몸을 웅크렸다. 고등학교 시절에 찍은 자신과 김은주의 액자가 부서진 것을 보자 눈앞이 깜깜하며 모든 것을 깨달았다....아람은 방으로 돌아와 재빨리 옷을 입고 최대한 빨리 별장을 떠났다. 가는 길에 얼굴은 눈물 범벅이 되었고 차는 빠르게 달렸으며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