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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심지어 오늘 아가씨께서 이 방에 들어오실때도 제가 특별히 당부 드렸어요. 침대에 놓인 저 상자는 도련님이 특별히 아끼시는거라 건드리지 말라고."

오씨 아줌마는 잔뜩 화가 난 김은주의 눈치를 힐긋 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사실 그녀는 일부러 김은주의 화를 자극시키기 위해 백소아를 작은 사모님이라 부른 것이다.

“솔직하게 얘기할게, 그 상자 내가 잃어버렸어."

결국 김은주는 참지 못하고 자백했다.

“어디다 버린거야?"

심경주는 잔뜩 화난 기색으로 물었다.

“경주 오빠, 대체 왜 그렇게 그깟 물건에 신경 쓰는거야? 이미 이혼까지 한 상황이고, 이젠 오빠의 약혼녀는 나란 말이야! 이미 헤어진 여자가 준 물건을 아직까지도 곁에 두면서, 내 심정이 어떨지는 생각해봤어?”

김은주는 눈물을 글썽이며 불쌍한 모습을 보였다.

“다시 한 번 물을게. 어디에 버렸어?”

놀랍게도 심경주는 김은주의 눈물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아까보다도 더욱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뒷마당에 있는 쓰레기통에 있어...”

곧이어 비를 맞으며 뒤뜰로 달려간 심경주는, 곧바로 흰 소매를 걷어붙이고는 쓰레기통에서 버려진 상자를 찾기 시작했다.

“오빠! 찾지 마. 더럽게 뭐하는거야!"

김은주는 복도에 서서 그를 불렀다.

더럽다고?

심씨 집안들은 아마 모를테지만, 그는 첩 자식으로서 어머니와 함께 외로이 밖에서 떠돌아다니면서 다섯 살의 나이에도 오로지 생존을 위해 수많은 쓰레기통을 뒤지며 돈이 될만한 폐지와 빈 병만 주웠었다.

그렇게 온갖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자라온 심경주한테는 이 정도 더러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침내 심경주는 그 상자를 찾아냈고,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이때 오씨 아줌마가 달려와 그에게 우산을 받쳐주었고, 그는 지체없이 상자를 열었다.

그 순간, 그는 눈시울이 붉어졌고 얼굴까지 어두워졌다.

멀끔하고 먼지 하나 없던 양복은 어느새 심하게 찢어져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멍한 표정으로 김은주를 바라보았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그의 눈빛에 잔뜩 겁이 난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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