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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전화를 받던 장씨 아주머니는 결국 목이 메었다.

그녀는 정말 박연희를 아끼고 있다.

조은혁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요즘은 바빠서 못 갈 것 같네요. 아주머니가 연희를 잘 보살펴줘요... 그리고 저는 절대 마음 약하지 않을 거니까 철 좀 들라고 전해줘요.”

장숙자는 정말 마음이 반쯤 식는 기분이었다.

평소에 박연희를 돌보며 그녀가 꾀병을 부리는 것쯤은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기에 며칠 전 그녀를 위해 사정한 것인데 조은혁이 이리도 냉정할 줄은 몰랐다.

사모님은 이제 겨우 스물네 살인데 어찌하면 좋겠냔 말이다.

장씨 아주머니는 몇 마디 더 하고 싶었지만 조은혁은 이미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는 마음이 약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조은혁이 그녀를 버렸으니 요즘 그녀는 분명 계속 울고 있을 거다. 하지만 울고불고하며 생떼를 쓰다 보면 결국 배가 너무 고파서 음식을 먹으려 할 것이다.

설날에 그는 조진범을 데리고 그녀를 보러 갈 계획이다.

아들을 보면 그래도 좀 기뻐할 것이다.

...

저녁 무렵이 되고 그는 거주하던 별장으로 돌아갔다.

차에서 내릴 때 주차장에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서 있는 것을 보고 조은서의 차임을 단번에 알아봤다.

과연, 홀에 들어서니 조은서가 조진범을 안고 아이를 달래주고 있었다.

조진범은 고모의 품에 안겨 앙증맞고 새까만 눈동자로 조은서를 신기한 듯 쳐다보며 손가락을 쪽쪽 빨아 먹었다...

한편, 아주머니도 조진범을 놀아주며 연신 칭찬을 해댔다.

“우리 진범 도련님 정말 귀엽네요.”

이 얼마나 평화로운 한 가정의 모습인가.

하지만 조은혁은 이를 보며 오히려 허탈함을 느꼈고 와인셀러로 다가가 양주 한 병을 꺼내 자신에게 따라주며 천천히 반 컵을 비웠다.

그러자 조은서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오빠, 진범이는 엄마가 데리고 가야 해.”

“나 이혼했어.”

조은혁은 머그잔을 내려놓고 다가와 진범이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리고 걔 몸으로는 애를 봐줄 수 없어. 애초에 박연희도 다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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