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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진통제!

그래! 지금 박연희에게 필요한 것은 진통제이다.

...

깊은 밤, 하와이의 밤거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박연희는 외투를 두르고도 온몸이 으슬으슬 추웠는데 이 또한 병이 났기 때문임을 알고 있다. 이전에는 그녀도 이렇게 추위를 타지는 않았다.

거리마다 각양각색의 약국이 가득 차 있었는데 박연희는 마침내 24시간 영업하는 약국을 찾아냈다.

박연희는 불빛이 환한 약국 안으로 들어가 직원에게 직접 진통제 두 상자를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직원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그녀를 거절해버렸다.

“의사의 처방전이 없다면 저는 약을 가져다줄 수 없어요.”

그러자 박연희는 두툼한 지폐 두 묶음을 카운터에 놓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현금 400만 원이었다.

직원은 깜짝 놀라서 좌우를 슬쩍 둘러보더니 즉시 현금을 들어 위폐 감별기에 넣어 검사하였다... 한바탕의 와글와글 소리 속에서 박연희가 건넨 것은 놀랍게도 모두 진짜 지페였다.

박연희가 다시 창백한 입술을 열어 말을 꺼냈다.

“처방전을 400만 원에 살 수 있나요?”

“할 수 있죠! 당연히 할 수 있죠.”

직원은 돈을 잘 쌓아두고 CCTV를 피해서 자신의 가방에 넣고는 몸을 돌려 박연희에게 약 다섯 상자를 건네주었다.

“세 상자는 제가 더 준 셈 치죠. 하지만 이 약은 하루에 두 알만 먹을 수 있고 그래도 참을 수 없다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어쨌든 병은 치료해야 하지 통증만 멈춘다고 나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제가 보기에 손님도 돈이 모자라지 않는 것 같은데.”

박연희는 그저 싱긋 웃어 보이고는 약 다섯 상자의 포장을 뜯고는 조심스럽게 핸드백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그녀의 모습에 직원이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약 하나 사러 오는데 뭘 그렇게 간첩 같이 굴어요. 맞다, 제가 보기에 당신은 하와이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남쪽 지역 사람이죠? 여기에서는 남쪽 사람이 제일 인기가 많아요. 밖에 나갈 때 카드도 안 쓰고 이렇게 현금을 쓰니까요.”

“아니요. 그냥 핸드폰을 잃어버렸어요.”

박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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