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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1화

그러자 박연희는 벗어둔 선글라스를 다시 쓰며 빙긋 웃고는 별장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오후, 햇볕은 따스하고 좋았지만 김 비서는 왠지 등 뒤가 서늘한 기분이었다. 박연희의 꼿꼿하고 가녀린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 비서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대표님을 향한 사랑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나요?”

박연희가 걸음을 잠시 멈추었다.

그녀는 등을 돌리지 않은 채 고민하는 듯 잠깐의 침묵을 지키더니 이내 김 비서에게 답했다.

“아니요.”

말을 마치고 그녀는 별장 문을 나섰다.

별장 입구에는 번쩍번쩍한 검은색 캠핑카가 멈춰서 있었고 박연희가 별장을 나서자 덩치 큰 독일 운전사가 일찌감치 문을 열어줬다.

박연희는 차 안으로 들어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자리에 앉았다.

검정색 캠핑카가 베를린대로 위를 달리고 있는데 이따금 차창으로 빛이 스며들어 차 안을 알록달록 비춰주었다. 이렇게 조용하고 넘쳐흐르는 분위기는 마치 그들이 처음 데이트를 하던 그 시절의 모습과 흡사했다.

그녀는 조은혁과 함께 차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조은혁이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 박연희의 심장은 두근거리다 못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기세였다.

불과 몇 년 전의 일이었지만 현재 그들의 관계에는 수없이 많은 원한만이 남았을 뿐이다.

한때 조은혁을 얼마나 사랑했다면 지금은 그만큼 그를 원망하고 있다...

...

아파트로 돌아온 박연희에게 고용인 한 명이 다가와 말을 전했다.

“대표님께서 서재에 잠깐 들르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박연희는 핸드백을 다른 한편에 버려두고는 곧바로 서재로 향했다.

완전히 닫히지 않은 서재 문을 넘어 갈색과 짙은 녹색을 위주로 차분하고 분위기 있게 연출한 조은혁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새하얀 셔츠를 입고 검은 머리를 올백으로 빗어 넘긴 데다 얼굴까지 반듯하여 짙은 색의 가구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다.

그는 소파에 기대어 서류를 보고 있다.

티테이블 위에 시가 한 상자를 놓았지만 한 개도 건드리지 않은 모양이다.

이윽고 박연희의 발걸음 소리를 들은 조은혁이 입구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는 여전히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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