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카드를 꺼내 문을 열려고 하던 조은혁의 눈빛이 굳어졌다.진시아가 그의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검은 긴 생머리와 코트가 흠뻑 젖어 있었고, 그녀의 의족은 너덜너덜하게 땅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그녀의 치마는 반쪽이 휑뎅그렁했다.조은혁은 그녀를 보며 가슴이 뜨끔했다.그는 천천히 앞으로 다가오더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말투는 답지않게 온화했다.“벨린에 남아서 돌아오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어?”진시아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목이 잠긴 모습이 한없이 가여웠다.“곧 설날이잖아요. 저 혼자서는 그곳에서 너무 쓸쓸해요. 도우미들도 절 잘 대하지 않고 항상 제 말을 못 들은 척하고 절 따돌리고 있어요... 은혁 씨, 제발 저 국내에서 지내게 해줘요, 네? 당신의 가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저는 단지 편히 쉴 곳이 필요한 뿐이에요. 그리고 당신에게 절 보러 오라고 부탁하지도 않을게요.”“벨린에서 저 혼자 정말 외로워요.”그녀가 울며불며 말했지만 조은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가 진시아의에게 말했다.“너는 떠나야 해. 김 비서에게 가장 빠른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라고 할게.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마.”그는 모진 태도에 진시아는 얼굴을 가리고 울었다.조은혁은 그녀가 떠나기 전에 호텔방을 예약해주고 의사를 불러주고 저녁까지 시켜주었다.진시아가 그더러 하룻밤 묵고 가라고 했지만 그는 거절했다.그가 떠날 때 진시아가 그의 등 뒤에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은혁 씨 지금 행복해요? 만약 당신 결혼생활이 행복하다면 왜 호텔에서 지내겠어요?한 남자의 곁에 돌봐줄 여자가 없는데, 그 모습이 어떻게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어요?”그 말은 마침 조은혁의 아픈 곳을 찌르는 말이었다.그는 잠시 멈칫했지만 결국 밖에 나갔다....그는 몸을 함부로 놀리지 않으려 했다.하지만 그날 밤, 그의 가십에 대한 기사가 났는데 이번에는 여자 스타나 유흥업소의 여자가 아니라 바로 진시아였다.그가 진
조은혁은 취했지만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그는 고개를 숙여 품안의 여인을 바라보았다.깊은 밤, 그녀는 섹시한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고 발끝까지 닿는 치마로 그녀의 결점을 가렸다. 그녀는 예전처럼 화사해 보였지만 조은혁은 더 이상 어떠한 충동도 없었다.그가 진시아를 밀어냈다. “다시는 다른 여자를 두지 않겠다고 연희랑 약속했어.”진시아는 상처받은 얼굴로 말했다.“당신도 나한테 보상을 해주겠다고 했잖아요.”조은혁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그녀를 지나쳐 호텔 스위트룸으로 들어간 그는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시아야, 우리 얘기 좀 해보자.”어쨌든 한 때 좋게 지냈던 사이였기에 그는 그녀에게 보상을 제대로 해주고 싶었다.진시아가 따라 들어가며 문을 닫았다.스위트룸은 조용했다.벨린에 있을 때 두 사람은 좋지 않게 헤어졌지만, 다시 만난 그녀는 다정다감했다. 조은혁이 소파에 기대자 그녀는 슬리퍼를 가져와 반쯤 주저앉아 그에게 신겨줬다.조은혁은 고개를 숙이고 검은 눈으로 그녀를 주시했다.진시아는 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말했다.“숙취해소제 갖다 줄게요.”조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소파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고는 턱을 높이 쳐들고 있었다. 잘생긴 얼굴에 야한 느낌이 배어 있어 사람을 매료시켰다.진시아가 숙취해소제를 가지고 오는 길에 그의 이런 모습을 봤다.과거에 그들은 많은 사랑을 나누었다.지금 장애가 있다고는 하지만 여자의 생리적 욕구는 여전했기에 그는 당장 그에게 안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조은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진시아는 물건을 내려놓고 허리를 굽혀 부드럽게 말했다. “은혁 씨, 숙취해소제 가져왔어요.”조은혁이 눈을 떴다.그는 잠에 취해 반몽사몽했다.정신이 없는 가운데 그는 집에 돌아온 줄 알았고, 앞에 있는 여인이 박연희인 줄 알았다.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연희야.”진시아가 굳었다.그녀가 입을 열려 할 때 조은혁은 이미 정
그가 가까이 가서 보았다.그녀는 눈을 감고 숨을 고르게 쉬었는데 아마도 잠이 든듯 싶었다.조은혁은 화가 났다. 관계가 얼마나 지루하게 느껴졌으면 하다가 잠이 드는거지...예전이었다면 그는 분명히 그녀를 흔들어 깨워서 세게 몇번 더 할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그는 몸을 뒤척이며 그녀 곁에 누웠다. 가슴이 호흡을 따라 위아래로 움직였다.잠시 후, 그는 일어나서 욕실로 가서 뜨거운 물을 켰다.자욱한 열기 속에서 그는 머리를 쳐들고 자위하며 오랫동안 쌓인 남자의 욕구를 모두 방출해 버렸다....박연희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겨울이었기에 마당에는 매화가 피어있었고 박연희는 가위를 들고 조심스럽게 가지를다듬었다. 장숙자가 옆에서 중얼거렸다.“대표님이 어쩌다 집에 오셨는데 좀 더 같이 계시지 않고요. 부부싸움이라는 건 원래 다 칼로 물베기죠. 이런 나무나 다듬으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나무에도 생명이 있어요.”박연희가 웃으며 말했다.“아주머니, 자꾸 부부싸움이라고 하시는데 저랑 조은혁 씨가 무슨 부부예요. 그냥 원수나 다름없는 사이죠.”장숙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2층, 조은혁은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며 대화를 들었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기다란 손가락 사이로 담배를 바라보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조은혁, 언제 이렇게 유치하게 됐지? 박연희가 정말 너랑 금슬 좋은 부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말도 안되는 일이지.이성은 그에게 박연희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고, 그녀는 이제 평생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그는 이대로 끝내기 아까웠다.그는 박연희가 있는 집을 원했고 사랑하지 않더라도 그녀가 그의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녀는 그의 아내였고, 그들은 남들이 보기에 여전히 금슬 좋은 부부였다.그 뒤로도 그들은 별것없이 보내고 있었고 서로 상대방을 냉담하게 대했다.집에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남자는 밖에서 얻으려 하기 마련이다. 유흥업소의 젊
그가 이렇게 말하자 진시아는 매우 놀랐다.비록 그녀 또한 남기를 바랐지만 그녀는 조은혁이 쉽게 동의할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기쁜 나머지 그에게 약속했다.“은혁 씨, 걱정 마요. 저 다시는 당신과 그녀의 결혼을 파괴하지 않을 거예요. 전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아요... 단지 당신과 가까이 있고 싶을 뿐이예요.”이 말은 비위를 맞추기 위함도 있지만 진실도 있었다.조은혁을 위해서 그녀의 곁에는 가족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그 뿐이었다.진시아의 두 눈이 촉촉해졌다.조은혁은 조용히 그녀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도 그는 그저 잠시 앉아 있다가 떠났다...이틀 뒤 그는 그녀에게 비싼 지역의 아파트 한 채를 선물했다.220평 되는 면적에 인테리어가 화려했다.이 일은 김비서의 손을 거치지 않고 조은혁이 직접 했고 아파트 위치는 JH그룹 근처였다.그리고 그녀에게 아주머니를 한 명 붙여줬다.조은혁은 가끔 와서 밥을 먹고 앉아서 담배 한 대를 피웠다.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밤을 보내지 않았고, 진시아와 신체적인 접촉도 하지 않았다. 그는 박연희가 그에게 주려고 하지 않는 것을 쫓고 있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온정이라던가.그와 진시아의 스캔들 기사 또한 모두 내리게 했다.그는 접대를 줄이고 더 이상 유흥업소에 가지 않았다.외부에서 볼 때, 조은혁은 사생활이 깨끗해 보였고 비즈니스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그와 박연희의 결혼 생활이 행복하다고 부러워했다.하지만 같이 지내는 사람을 속일 수는 없었다.조은혁은 매일 집에 가서 그녀를 침대에 누르고 관계를 했다. 그의 성격은 더욱 좋아졌다. 그는 두 아이를 부드럽게 대하고 가끔은 하민희를 안아서 그녀에게 우유를 먹이기도 했다.여자는 예민한 생물이었기에 박연희는 그의 옆에 여자가 있다는 걸 알아챘다.그 여자가 누구인지는 그녀도 훤히 알고 있다.저녁 무렵, 황혼이 드리웠다.별장 2층의 창에는 서리가 끼었다.박연희는 휴대전화를 쥐고 밖을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
조은혁은 소파에 기대어 담담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그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결코 진시아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가 그녀에게 온 것은 단지 약간의 정신적 위로가 필요했을 뿐, 사랑하지는 않는다.그는 그녀를 난감하게 만들지 않고 재킷을 집어들며 말했다. “나 가볼게.”“좀 더 쉬다 가지 그래요? 밖에 비가 저렇게 많이 오는데.”진시아가 일어나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조금만 더 있다 가요. 비가 그친 후에 가요.”그녀의 말에 동의라도 하는 듯 밖에 천둥소리가 요란했다.조은혁은 다시 자리에 앉았고 딱히 그녀를 쓰지 않고 계속 뉴스를 보았다.하지만 진시아는 얌전하게 굴지 않았다.그녀는 그의 어깨에 기대고는 손으로 그의 가슴을 만지며 남자의 민감한 곳을 건드렸다. 동시에 붉은 입술로 그의 귀 뒤끝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그가 여기에 가장 민감하다는 것을 안다. 건드리면 짐승과 다름없이 변한다.조은혁은 검은 눈동자를 살짝 내려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는 잠시 그녀를 제지했다.“시아야, 이러지마.”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진시아는 매력적인 눈매로 그를 보며 남자의 욕구를 대담하게 부추겼다. 이러한 자극을 막아낼 수 있는 남자는 거의 없다. 게다가 그는 술을 마시기까지 했으니 생리적 욕구가 더욱 왕성했다.그는 박연희와 계속 부부생활을 했다.그러나 남자는 단순한 욕구 분출로는 만족하지 못했고, 마음과 몸이 하나가 되는 것을 갈망했다.진시아가 그에게 말했다.“한번만. 은혁 씨 우리 한 번만 해요.”더 이상 참으면 남자가 아니다.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여자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그의 몸 전체가 끌어오르며 미치도록 관계를 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그의 손이 진시아의 왼쪽 다리에 닿았을 때 뻣뻣한 의족이 만져졌고, 그에 그의 정욕은 한순간 산산조각 났다.순간 그는 재미가 없어졌다."미안해."그는 여자의 몸을 놓고는 자신의 반쯤 열린 셔츠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소파에 기대어 담배 한 개비를 피웠다.그는 담배를 천천히 피우며
박연희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그는 찔리는 게 있던 터라 들어와서 침실문을 닫고 그녀에게 부드럽게 물었다.“깼어?”박연희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잠시 후, 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처럼, 나도 아직 안 잤어요.”더 이상 시치미 떼는 건 의미가 없었다.조은혁은 소파에 다가가 앉았고 그 귀한 보석함을 꺼내 박연희에게 주었다.“이리 와서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봐봐. 맘에 안들면 다음에는 네가 직접 가서 골라.”박연희가 아침 햇살 속에 서 있었다.그녀가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조은혁 씨, 이제 와서 무슨 애틋한 척 해요. 그때 제가 아주머니와 두 아이를 데리고 제네르바에 가서 당신과 진시아가 잘 지내게 비켜줬잖아요. 근데 당신이 제네르바까지 쫓아와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했고요. 당신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게 진시아를 제가 보는 곳에서 케어해주는 거였어요?”“정말이에요. 전 당신이 다른 여자 만나는 거 신경 안 써요.”“하지만 진시아는 안돼요.”...박연희가 직접적으로 말하자 조은혁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팔꿈치를 무릎에 대고 손바닥을 모아 턱을 괬다. 그 모습이 매우 근사하고 늠름했다. 그가 눈을 들어 자신의 아내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그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진시아와 자지 않았어.”사진 한 묶음이 그의 앞에 던져졌다.가정적이고, 따뜻하고, 열정적인 것도 있었다.그리고 몇 장은 어젯밤에 찍은 것이었다.아파트의 통창 앞 주방, 그는 진시아와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마치 평범한 부부 같았다.격정적인 사진도 몇개 있었다.진시아가 그의 몸에 앉아 그에게 매달려 키스를 하고, 그는 여자의 몸을 계속 어루만지는 모습.그가 여자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뜨거웠다. 박연희는 더할 나위 없이 잘 알았다. 매번 조은혁은 여자와 자려고 할 때마다 이런 노골적인 눈빛을 보였다.조은혁은 사진을 한 장 한 장 다 보고 그 사진들을 탁자 위에 던지며 고개를 들었다.“진시아가 사람을 시켜서
박연희는 몸을 뒤척이며 도망치려 했지만 조은혁은 그녀의 가는 다리를 붙잡고 쉽게 끌고 왔고, 이어 그의 넥타이를 그녀의 가는 손목에 묶은 채 굴욕적인 자세를 취하게 했다.박연희가 흐느끼며 싫다고 했다.그는 침대 옆에 서서 그녀의 못난 모습을 차가운 눈으로 흘겨보며 손을 들어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그녀의 몸은 희고 보들보들했고 그는 키가 컸다. 그 대비되는 화면이 매우 임팩트가 있었다.그는 그녀의 몸을 끌어당겨 턱을 조이고 허리를 굽혀 키스하면서 말로 그녀를 모욕했다.“박연희, 네가 신경쓰는 거 그거 맞잖아. 너 정말 겉과 속이 다르구나.”하얀 침대 시트 위에 박연희가 가로놓여 있다.검은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고 능욕당하는 연약한 미를 자아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보기만 해도 남자들을 견딜 수 없게 만든다.그녀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박연희는 웃을 때 송곳니를 드러냈다. 예전엔 그 모습니 사랑스러웠지만 어느새 눈매와 몸에서 여인의 정취가 묻어나 그가 모르는 사이에 성숙한 여인이 됐다.박연희는 몸을 옆으로 돌렸다.그녀는 가는 흰 손가락을 뻗어 그의 오똑한 이목구비를 쓰다듬으며 그가 한 말을 일부러 되풀이했다.“신경쓰여요?”“겉과 속이 달라요?”“조은혁 씨, 설마 내가 평생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그래요, 여자들은 모두 젊고 사랑에 미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정신이 돌아오면 다 알게 되죠. 무슨 정이니 사랑이니 모두 개뿔이죠. 한동안 나도 당신을 떠나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느꼈어요. 난 다시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당신이 내 진심과 감정을 매번 짓밟은 후에 전 깨달았어요. 다리 세개짜리 개구리는 찾기 쉽지 않아도 다리 두개 있는 남자는 거리에 가득해요. 당신과 진시아의 뜻이 맞는... 미안해요, 내가 잘못 말했죠. 당신과 진시아는 서로 사랑하잖아요.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제가 당신들을 만족시켜 준다니까요!”“그래서 난 당신을 그 여자에게 양보할 거예요.”“당신이 자랑하는 그
박연희가 소파 앞으로 걸어갔다.그녀는 몸을 기울여 그 보석함을 열었는데 안에는 진귀한 루비 보석 세트가 등불 아래에서 눈부시게 빛났다. 그녀는 이걸 싫어할 여자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박연희는 한참을 보고 있었다.조은혁은 그녀가 원한다고 생각해서 시원하게 말했다. “원한다면 가져가. 원래 너한테 주려던 거야.”박연희는 조롱 섞인 웃음을 자아냈다.그녀는 손을 들어 그 진귀한 보석들을 전부 땅에 엎어 흩어지게 했다.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아하며 약지에 끼어있는 핑크 다이아몬드도 벗어 한꺼번에 던졌다.그녀는 이 보석들을 마치 쓰레기를 대하듯 했다.조은혁의 눈꺼풀이 떨렸다.그는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연희야, 네 마음속에서 내가 그 정도 가치도 없어? 내가 주는 건 다 싫다고 하고! 우리의 과거도, 넌 전부 신경 쓰지 않는거야?”박연희가 싱겁게 웃다.“우리에게 무슨 과거가 있겠어요.”“상처와 기만 말고 또 뭐가 있죠?”“조은혁 씨, 당신이 나를 어떻게 대하면 내가 당신을 어떻게 대해요. 뭐 문제 있어요?”...그녀는 단호하게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조은혁은 소파에 앉았다. 아침 햇살이 방 창문으로 들어와 그의 얼굴을 비스듬히 비췄다. 얼굴의 한쪽은 밝고 한쪽은 어두웠다. 그는 그녀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박연희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작은 트렁크를 들고 거실 문을 나섰다.뒤에서 조은혁이 손을 내젓자 진귀한 도자기 항아리 하나가 쨍그랑 소리와 함께 깨졌다.도자기는 정교하고 아름다웠지만 지금은 그저 땅에 널부러진 파편에 불과했다. 마치 그들 사이의 관계처럼.조은혁은 가슴이 심하게 요동쳤다.“연희야, 넌 날 벗어날 수 없어.”박연희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그녀는 점점 더 빨리 걸어서 조은혁에서 벗어나고, 사랑이라는 이름의 거짓말에서 벗어나려고 했다.1층 정원에는 번쩍이는 검은색 캠핑카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고 짐은 이미 다 놓여 있었다. 장숙자와 두 아이도 모두 차에 탔고 박연희가 아래층으로 내려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