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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흥분하지 마

박태준은 휠체어에 앉아 신은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불빛이 그의 동공으로 비춰들어와 압박감을 낮춰주었다. 박태준은 머리에 붕대를 감고, 목에는 핏자국이 남아있고 다리에는 깁스한 아름답고도 불쌍한 모양새였다.

신은지는 애초에 화가 나지 않았지만, 화나 났다고 하더라도 이 모습을 본다면 가라앉을 것이었다.

“나 화 안 났어.”

박태준이 눈썹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정말? 근데 너 한 시간이나 나 상대 안 해줬잖아.”

신은지의 말은 들은 박태준은 처음에는 신났고, 그다음에는 억울한 감정이 몰려왔다. 밖으로 내보이는 표정으로 인해서, 신은지는 그의 기분이 너무 잘 보였다.

가면을 쓴 사람들이 판치는 업계에서도 손쉽게 사람들을 주무르는 박태준인데, 이렇게 쉽게 감정을 드러낼 리는 만무했다. 어떤 사람을 마주하건, 뼛속 깊이 새겨진 습관일 텐데 지금의 박태준은 고의로 본인의 기분을 내보이는 것이었다.

신은지는 대답하지 않고 수도꼭지를 뜨거운 쪽으로 돌려 물이 뜨거워 지기를 기다렸다. 서태준의 시선은 그녀에게 꽂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온몸으로 얼른 대답하라고 재촉하고 있어, 그냥 무시하기에도 힘들었다.

“정말이야.”

박태준이 말을 이으려고 할 때, 뜨거운 김을 내는 수건이 그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신은지의 심통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닥치고 얼른 닦고 나가!”

시간을 더 지체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안에서 뭘 하고 있는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 터였다.

그녀는 세심하고도 부드럽게 박태준을 닦아주었다. 힘이 조금이라도 들어가 중등의 뇌진탕이 심각한 뇌진탕으로 바뀔까 봐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다리 빼고 불편한 곳은 없어?”

신은지는 후유증이 남을 거라는 의사의 말이 걱정되었다. 하지만 박태준이 깨어나서부터 지금까지의 반응을 보면 특별한 구석은 없는 것 같았다.

‘너와 신은지는 행복할 수 없을 거야.’

기민욱이 저주처럼 내뱉은 말이 불현듯 뇌리를 스쳤다. 박태준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고, 입가도 내려앉았지만, 신은지에게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는 침착하게 미간을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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