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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내가 바보였어

신은지는 스웨터를 아래로 당기더니 자신의 쇄골 아래에 있는 키스마크를 가리켰다. 어젯밤에 박태준이 남긴 자국이었다.

"맞잖아, 머릿속에 온통 야한 생각만 하는 거."

박태준은 좀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자기의 아내에게 키스를 한 것뿐인데 왜 머릿속에 온통 야한 생각만 하는 사람 취급을 당해야 하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난 남자야. 게다가 정상인 남자. 좋아하는 여자를 보면 당연히 절제가 잘 안되고 욕구가 생기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그를 향해 눈을 희번덕거리던 신은지의 귓불이 빨갛게 물들여졌다.

"그래도 참아."

"이건 참는다고 참아지는 게 아니야. 오죽했으면 남자는 다 하반신 동물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누가 그래? 못 참는다고."

그녀가 치켜올린 눈매와 야릇한 눈빛을 보며 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직감했다. 절대 자기가 좋아하지 않을 화제라고 생각해 다른 말을 꺼내려고 하던 중 그녀가 입을 열었다.

"10대 때부터 나를 짝사랑했고 중간에 3년 동안 결혼생활도 했지만 너 그때는 잘 참지 않았어?"

신은지뿐만 아니라 진유라도 자기가 그녀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고 결혼은 압박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여겼었다.

“……"

과거 이야기를 꺼내면 그는 떳떳하지 못해서 목소리까지 낮아졌다.

"내가 짝사랑할 때 넌 너무 어려서 좋아해도 티를 낼 수 없었어. 결혼하고 당신한테 손을 대지 않은 건... 내가 바보였어."

"푸하하."

신은지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이 바보라고 이렇게 당당하게 인정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의 애틋한 눈빛에 그녀는 마음이 약해져서 손을 뻗어 그를 안았다.

"의사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어. 잘 치료하지 않으면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 그러니 지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돼, 있더라도 참아. 만약 이제 다리가 고쳐지지 않아서 절뚝거리면 그때 가서는 아무런 방법도 없어."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볼을 만졌다.

"지금은 안 되고 다 나은 다음에는 돼?"

"근육이랑 뼈를 다 다쳐서 100일 동안 조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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