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14화 나쁜 짓은 진짜 빨리 배워

신은지는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인파 속에 박태준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아까 그 홀에 있어.”

그들은 자세히 보기 때문에 30분 만에 겨우 세 개 전시품을 봤고, 그가 방금 떠나간 곳에서 20m도 되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그들은 사람 수가 몇 안 되는 데다 모두 동양인 얼굴이라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 속에서 쉽게 눈에 띄었다.

박태준은 호흡이 가빠졌지만 목소리는 더 낮아졌다.

“위치를 보내줘. 방금 전화를 받으면서 좀 멀리 와서 길을 찾지 못하겠어.”

그의 목소리는 원래 중저음인데, 살랑살랑 말하니 더 살가운 느낌이 들었다.

신은지는 그에게 위치를 보내며 놀려댔다.

“박 대표님이 길치인 줄은 몰랐네요.”

“서양 건축에 무감각해서 그래. 유학 시절에도 강의실을 찾지 못하는 일이 많았어.”

“그럼 아까 우리가 어느 홀에 있었는지는 기억나?”

신은지는 웃음기 가득한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손가락은 ‘위치 발송’ 버튼 위에 멈춘 채 누르지 않고 있었다.

“눈여겨보지 않았어. 그냥 네 뒤를 따라다녔어.”

“내가 팔아먹을까 봐 두렵지도 않아?”

신은지는 코웃음을 쳤지만, 화난 말투가 아니라 연인 사이에 장난치면서 앙탈 부리는 것에 더 가까웠다.

“참, 네가 지난번 이탈리아에 출장 왔을 때 나에게 사다 준 팔찌 있잖아. 그거 어느 가게에서 샀어? 유라가 계속 예쁘다고 하는데, 마침 여기 출장 온 김에 하나 기념품으로 사 가려고.”

“어떤 팔찌? 이쪽에 분점이 있는지 확인해서 직접 점원한테 가져다 달라고 할게.”

박태준은 주머니에서 손바닥만 한 노트를 꺼냈다. 그는 신은지와 관련된 모든 일을 분류해 적고, 날짜도 표시해 놓았다. 어느 날 정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까 봐 걱정돼서다.

신은지가 말하는 팔찌에 관해 기억이 없지만 자신의 기억을 믿지 못하는 그는 노트를 꺼내 다시 확인했다.

예전에는 자기 전에 다음 날 일정을 봤지만 지금은 자기 전에 노트를 펼쳐본다.

“은방울꽃 진주 팔찌 말이야. 연두색...”

박태준은 팔찌가 적힌 페이지까지 넘겼지만, 기록에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