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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분위기 있네

박태준은 신은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 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어머니를 부탁할게.”

그는 말하고 나서 돌아서더니 옆에 있는 왕준서에게 말했다.

“가자.”

왕 비서는 신은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모님.”

“...”

신은지는 그가 원래 하려던 말이 이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박태준이 말참견하는 바람에 갑자기 말을 바꾼 것 같았다. 그녀는 불만스럽게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눈을 흘겼지만 이미 떠난 사람은 이를 보지 못했다.

박용선은 피곤한 얼굴로 병상 옆 의자에 앉아 강혜정의 손을 잡고 있었다. 신은지는 돌아가서 좀 쉬라고 말하려다가 눈에 아내밖에 없는 그를 보고 눈치 있게 입을 다물었다.

“아버님, 집에 가서 어머니가 갈아입을 옷을 가져올게요.”

“그래, 겉옷을 입고 자는 걸 싫어하니까 가는 김에 잠옷도...”

말이 끝나기 전에 병실 문이 열렸다. 간다던 박태준이 문을 잡고 서서 약간 헐떡거리면서 의아한 눈빛을 하고 있는 두 사람 앞에서 주머니를 만졌다.

“휴대폰이 없어졌어. 여기 두고 가지 않았나 해서.”

신은지가 말하기도 전에 익숙한 벨소리가 박태준의 외투 주머니에서 흘러나왔다. 이따금 윙윙 진동까지 수반해 실버폰 소리와 매우 흡사했다.

“...”

이게 무슨 난처한 상황인가.

박태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휴대폰을 꺼냈다.

“무슨 일이야?”

“대표님, 어디 계셔요?”

그가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니 대표님이 보이지 않았다.

“병실에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 가지러 왔어. 차를 몰고 나와 문 앞에서 대기해.”

그는 전화를 끊고 신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가자. 데려다줄게.”

“...”

‘그러니까 지금 말하는 병실에 두고 온 물건이 나였어?’

돌아설 때 다리에 힘이 풀린 박태준은 무의식적으로 문틀을 붙잡았다.

방금 아래층에 있을 때 꽃을 든 사람이 그를 스쳐 지나갔는데,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 상반부만 보였고 전혀 인상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평범한 사람을 보고 그는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은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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