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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화 박태준과 공여우

강혜정이 깨어났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주변은 정적에 휩싸여 있었고 병실의 불은 꺼져 있었으며 구석에 있는 무드등만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어두웠기 때문에 그녀는 애를 써서야 자신이 처한 환경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입을 벌려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자고 있는 사람을 불렀다.

"용선아."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잤는지 몰랐다. 물을 마시지 않아서 목이 탈 정도였다. 소리를 내려고 하자 모기 소리처럼 작은 소리가 났다. 소파에서 자고 있는 그는 깨지 않았지만 그녀 옆에서 인기척이 났다. 뼈마디가 긴 큰 손이 빨대를 쥐고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그녀는 목이 너무 말라 무의식적으로 두 모금 빨았다.

따뜻한 물이 목구멍을 따라 흘러내려 목은 마침내 그 건조하고 떫었던 상태에서 벗어났다. 전보다 좀 나아진 것 같았다.

"왜 은지더러 여기에서 자게 했어? 집에 가서 자게 하지 않고. 소파에서 자는 게 얼마나 불편한데. 내일 또 출근해야 하는데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어떡해."

무드등 불빛이 비치는 곳은 한정돼 있어서 소파에 있는 사람은 희미하게 그림자만 보일 뿐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아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구분 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물을 먹인 사람이 덩치가 큰 남자였기 때문에 그녀는 당연히 소파 위에 있는 사람이 신은지라고 생각했다.

"가서 은지를 깨워. 근처 호텔에 방을 잡아서 재우고 와."

강혜정이 손을 뻗어 그를 재촉하려는데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옆에 서 있는 남자가 낸 소리였다.

그녀의 손이 허공에서 뻣뻣해졌다. 박용선의 목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기계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목에서 뼈 소리가 들릴 정도로 경직된 동작으로 말이다. 남자의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져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와 눈을 마주쳤지만 강혜정은 여전히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당황했다.

‘왜 잘 안 보이지? 용선이는? 소파에 있는 사람은 또 누구야? 깨어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저 사람은 왜 아직도 움직이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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