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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윤혜인은 넋이 나갔다. 이런 건 계약서에 쓰지 않아도 되는 상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때는 괜히 이런 얘기를 꺼내 봤자 비웃음만 살 것 같았다. 자의식 과잉이라면서 말이다.

그녀의 얼굴에 붙은 잔머리를 넘겨준 이준혁은 입꼬리를 위로 올리면서 말했다.

“결혼까지 해놓고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나?”

욕조의 물이 넘쳐났다. 안으로 들어온 이준혁은 눈살을 찌푸린 채 차갑게 물었다.

“앞으로 할래? 뒤로 할래?”

흠칫 놀란 윤혜인은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준혁이 그녀의 발목을 확 낚아챘다.

“꺄악!”

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욕조를 붙잡았다. 눈부시도록 하얀 등은 자꾸만 남자를 자극했다.

이런 자세에 흥분하지 않을 남자는 없을 것이다. 압도적인 덩치 차이에 이준혁은 손쉽게 그녀의 허리를 잡을 수 있었다.

“고생하고 싶지 않으면 허리 들어.”

윤혜인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그녀는 몸을 돌리고 싶었지만, 이준혁에게 잡힌 탓에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는 몸을 파르르 떨면서 물었다.

“준혁 씨, 이러지 마요. 무섭다고요...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그녀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하면서도 눈물만은 끝까지 흘리지 않았다.

“왜 그 새끼를 따라갔어?”

남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윤혜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흐트러진 호흡으로 눈물을 흘렸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뚝뚝 욕조 안에 떨어졌다.

“따라간 거 아니에요...”

그녀는 잘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겨우 설명했다. 그러나 이준혁은 믿지 않는 듯 어두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CCTV에서 한구운이 그녀를 안을 때, 그녀는 추호의 반항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

후에 이준혁은 GPS로 두 사람의 위치를 추적했다. 뒤따라가는 그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굳이 가까이에서 속삭이는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만약 막지 않았다면 금방이라도 차가 흔들릴 것 같았다.

아이가 생긴 것을 보면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한구운이 치료받으러 가기 전에 생긴 일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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