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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윤혜인은 이런 말을 듣고도 표정 변화가 없었다. 지금의 이준혁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던 것이다.

밖에서 구급차와 소방차의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윤혜인도 이제야 시름을 조금 놓을 수 있었다.

그녀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준혁을 바라보더니 조금 전의 질문에 대답을 해줬다.

“그렇다면 계약 해지해요.”

서로 싫어하는 사람끼리 얼굴을 마주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해지...?”

이준혁의 목소리는 아주 싸늘했다.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한구운이 윤혜인을 끌어안고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난폭하게 윤혜인의 턱을 잡더니 매정한 칼같이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런 말을 하지?”

그의 표정과 말투에는 경멸이 담겨 있었다. 호흡마저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윤혜인은 옷자락을 꽉 잡았다.

가슴도 아프고, 폐도 아프고... 그저 한마디 들었을 뿐인데 안 아픈 곳이 없는 것 같았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었다. 문현미에게서 모진 말을 들었을 때도 이렇게 아프지 않았는데 말이다.

윤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도 없었다. 입만 열지 않으면 눈물 참을 자신이 있었다. 이준혁 앞에서는 더 이상 눈물 한 방울 흘리기 싫었다.

이준혁은 시선을 거뒀다. 창밖에서 한구운이 구급차에 실리는 것을 확인하고는 무표정하게 시동을 걸었다.

어둠을 가르며 운전하다가 차는 스카이 별장 앞에 세워졌다. 낯설고도 익숙한 곳을 보고 윤혜인은 주먹을 꽉 쥐었다.

“나 집에 돌아갈래요.”

이준혁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가 네 집이야.”

그의 목소리는 아주 담담했다. 무서울 정도로 담담했다. 그래서 윤혜인은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저 혼자 걸어가게 해줘요.”

이준혁의 시선에는 냉기가 맴돌았다. 그는 그녀를 확 들어 올리더니 침실에 가자마자 욕조에 내려놓았다.

물을 채우는 사이 그는 또다시 그녀의 옷을 벗겼다. 그리고 아플 정도로 살을 팍팍 문질렀다.

윤혜인은 공허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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