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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집안을 풍비박산 낼 건 아니지

반승제의 뒤에 서 있던 심인우는 자신의 대표가 회의 시간을 잊어버린 건 아닌지 알려 주려고 하려다 성혜인의 얼굴을 마주치고는 도로 삼켰다.

‘이분이 바로 어제 그 여성분인가? 도대체 우리 대표님과는 무슨 관계일까?’

곧이어 엘리베이터가 그들 앞에 멈춰 섰고 성혜인은 손으로 ‘들어가세요’ 하는 자세를 취하였다.

반승제는 사양하지 않았고 이어서 몸을 돌려 심인우에게 먼저 회사에 가 있으라 하였다. 그리고 자신은 발을 내디뎌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호텔의 조식은 아래층 로비에 있었는데 그들이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반승제와 성혜인은 창가 쪽 자리로 가서 앉았고 곧이어 웨이터가 레몬물을 따라주었다.

그녀는 레몬물을 마셨고 레몬의 산미 때문인지 몽롱하던 정신이 많이 맑아진 것만 같았다.

식사 후 병원에 가도 늦지 않겠다고 생각한 그녀였다. 어쩌면 가는 길에 저혈당으로 먼저 쓰러질 불상사를 피할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녀가 물잔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대표님, 평소에 무슨 책 좋아하세요? 임 사장님한테 듣기로는 예술 관련된 수업도 들으시는것 같던데요.”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과 평소의 취미 생활은 그녀의 일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또한 이런 간단 대화는 디자인의 모티브를 결정짓는 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반승제는 아마 아메리칸 스타일은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무겁고 색채도 화려하기에.

그렇다고 코리안 스타일도 그에게는 딱딱하고 재미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술에 관심이 있다고 하였으니 어쩌면 과감한 스타일을 선호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간단한 대화로 그의 선호도를 많이 알고 싶었지만 반승제는 한마디만 할 뿐이었다.

“당신이 좋을 때로.”

성혜인이 제일 난감한 고객이 바로 이런 유형이다. 마치 학창 시절에 내준 과제와 같이 자신의 상상을 바탕으로 하는 문장 짓기 같은 거 말이다. 왜냐하면 그만큼 선택지가 많다는 뜻이고 선택지가 많을수록 고민은 깊어지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명제는 범위를 좁혀준다. 비록 발휘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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