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이어 하율이 정리를 다 한 박스를 들고 일어난 순간 눈앞에 까매지며 뒤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손에 들고 있던 박스도 ‘쾅’하고 땅으로 떨어졌다…“하율아!”조연아가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 이준국도 이 소리에 달려왔다.“하율 아가씨!”하율은 이준국의 품속에 기대 눈을 뜨고 대답했다.“나, 나 괜찮아…”그녀는 바닥에 널브러진 물건들을 보고 손을 뻗어 주으려고 했다.“엄마 유품…”연아는 그녀가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고 대신 줍기 시작하다 한 CD케이스를 볼 때 위에 적힌 날짜에 눈이 갔다.연아는 그 날짜를 보고 순간 당황했다.“언니?”정신을 차린 하율이 뒤에 서서 연아를 불렀다.“이 CD 뭐야?”하율은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나도 잘은 모르겠고 아빠한테서 한번 들은 적밖에 없어. 매년 내 생일마다 엄마가 CD로 생일 축하 영상을 녹화해서 나한테 준다고.”연아는 하율의 말을 듣고 다른 CD 케이스를 보았다. 햇수가 다를 뿐, 모두 9월 12일이라고 적혀 있었다.“9월 12일이 네 생일이야?”하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응.”3년 전 9월12일은 조연아 엄마가 돌아가신 날이다. 한켠에 서있는 이준국도 생각이 났는지 말했다.“9월 12 일이면 추 회장님이…”연아는 CD를 집어 들고 컴퓨터 쪽으로 다가가 안에 넣었다.곧이어 동영상이 시작되고 예쁜 메이크업을 하는 백장미가 화면에 나타났다.“율아, 오늘 우리 율이 18세 생일 축하해! 그리고 좋은 뉴스 하나 있어. 방금 추현이 빌딩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거든. 그 사람 친척들한테는 슬픈 소식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한테는 좋은 소식이야. 내일부터 이 코딱지만 한 아파트에서 살 필요도 없게 될 거야. 네 아빠도 우리를 큰집에 데려가서 돈 걱정 없이 같이 살 수 있을 거야. 우리 딸이 혼외 딸이라는 지적을 받게 되지도 않을 거야. 왜냐면 네 아빠랑 엄마가 결혼할 거거든. 우리 하율이, 엄마가 다른 사람의 내연녀가 되는 게 쪽팔리고 화나겠지만 엄마도 어쩔 수 없어서 그런 거
“엄마…”하율은 울며 백장미를 부르고 있었다.“하율아!”이준국은 휘청거리는 하율을 부추겨 세웠다.연아는 시계를 보고 혼자 중얼거렸다.“걔가 아니야…걔가 아니야…”하지석의 추측이 맞았다. 영상에 찍힌 여인은 백장미가 아니고 범인을 도와준 사람일 리도 없다. 백장미는 범인이 아니야!하율이 멈칫하더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언니, 뭐, 뭐라고?”“범인이 아니라고.”조연아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백장미는 범인이 아니야, 백장미는 우리 엄마를 살해한 범인이 아니야!”하율은 완전히 멍해 있었다.“살해할 시간이 없었어.’연아는 손을 뻗어 동영상 위쪽에 찍힌 시간을 집으며 말했다.“사건 발생 시간이 저녁 10시고 난 10시 20분에 소식을 들었어. 그런데 영상의 시간은 10시 40분이거든. 내 기억이 맞다면 당시에 너희가 교외에 살아서 사건발생지를 오가려면 적어도 50분은 걸리잖아.”조연아는 다시 한번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시간이 맞지 않아… 카메라에 찍힌 뒷모습이 비슷한 것일 뿐이지, 절대 백장미는 아닐 거야.”연아의 말에 하율과 이준국은 제자리에서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하율은 3년 전의 생일날이 떠올랐다.“그날은 내 생일인데 나 혼자 해외에서 연기를 배우고 있어서 엄마가 문자로 아빠랑 온종일 붙어 있었고 매장이 문을 닫을 때까지 쇼핑했다고 했었어. 그날에 최고 소비 금액을 찍었기도 했다고. 심지어 선물도 엄청 많이 샀다고…”시간도 오래 흘러 하율의 기억은 조금 모호했다.그녀는 기억을 열심히 되새기며 말했다.“영상은 엄마가 차 안에서 찍은 건데 아마도 아빠가 데려다주려던 참이었을 거야.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임천시의 대형 쇼핑몰들은 항상 저녁 10시까지 영업했어. 나한테 메시지를 보낼 때가 10시 반 좌우니까…맞아! 열시 반! 나 그때 리허설하고 있어서 국내 시간 10시 반이라고 확신할 수 있어.”이준국은 하율의 말을 듣고 자기의 생각을 보탰다.“하율의 말대로라면 10시 반에 이미 집으로 돌아가는
“아니야.”연아는 긍정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우리 엄마가 억울하다고 생각해. 그런데 유서에서는 그렇게 썼잖아! 엄마가 살인자라고, 진짜 이상해!”하율은 자기 가방을 찾기 시작했다.이준국도 그녀의 의도를 파악했는지 곁에 놓인 백팩을 건네다 주었다.하율은 가방에 들어간 백장미의 유서를 꺼내 연아한테 건네주었다.“언니, 여기 봐봐. 이렇게 썼어.”연아는 하율이 전해준 편지를 보았다.확실히 위에 정확하게 씌어져 있었다. 백장미는 자기가 바로 추현을 살해한 범인이 맞다고 인정하고 후회하고 있다는 내용이랑 하율이한테 밥 잘 챙겨 먹고 잘 있으라는 내용뿐이었다.이 편지가 진짜일 거라고 믿을 수는 없다.조연아는 편지를 이준국한테 건네주고 부탁했다.“백장미 필적이 맞는지 감별해 봐.”“알았어.”이준국은 바로 받아쥐었다.지금 모든 일이 원점으로 돌아갔다.엄마를 죽인 범인은 백장미가 아니었고 백장미는 이 사건과는 관계가 없는 것 같다.그것인즉슨, 진짜 범인은 아직도 밖에 떠돌고 있다.“그러면, 우리 엄마는 진짜 자살한 거야?”하율의 한마디에 조연아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백장미가 범인이 아니면 백장미의 죽음도 오리무중이 된다.“언니…”하율은 다시 연아를 쳐다보았다.“검사 결과로는 엄마가 자살이라고 하던데…그런데, 그런데 대체 자살 이유가 뭐지? 진짜 범인이라면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그런거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금 보다시피 범인이 아니잖아…”자살의 이유가 성립되지 않는다.죽다 살아난 사람이 가족들이랑 잘 사는 일만 남았는데 이 시점에 자살할 필요는 없다…“그럼 한가지 가능성밖에 없지.”“무슨 가능성?”“협박당한 거지.”연아는 확신에 찬 말투였다.“범인은 대체 누군데?”하율은 믿을 수가 없었다. 대체 일이 왜 이렇게 꼬인 건지…하율이 뿐만 아니라 모두 이런 이야기 전개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지금까지는 의심스러운 사람을 찾지 못하겠지만 범인은 언젠간 잡힐 거야!”조연아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그리고 그녀가 확신할
하율은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믿어.”“그러면 일단 언니 말 듣고 이 일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해. 여전히 넌 엄마가 돌아가신 슬픔에 잠겨져 있고 휴식기를 가지다가 복귀해서 드라마 찍고 활동에 참석해. 이상함을 눈치채게 하면 안 돼.”연아는 범인이 하율을 지켜보고 있을까 봐 신신당부하고 있었다.“언니, 근심하지 마. 내가 연기에는 자신 있어.”“언니가 꼭 알아낼게.”“범인 너무 무서운 사람인 것 같은데, 꼭 조심해야 해.”하율의 걱정스러운 눈빛에 응답하듯 조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이준국이랑 조연아는 같이 하율이 물건을 다시 정리해 주었다.이준국이 물건을 옮기고 있을 때, 옆집 아줌마들이 유명한 연예인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하율의 집 앞에 서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이준국은 예의 바르게 물었다.“안녕하세요. 누굴 찾으세요?”“그, 하율이 있는가? 맨날 테레비에 나오던 걔 있잖어. 우린 어릴 때부터 걜 봤다니께.”“우리 손주 얼마나 똘망똘망하게 생겼어. 그 하율이 보고 좀 티비에 같이 데리고 나가라고 부탁해 달랑게.”“그리고 우리 아들 올해 서른인데 아직 결혼을 못했거든. 그래서 하율이한테 소개 좀 해주려고 왔지.”아줌마들의 목청은 점점 더 높아갔다. 물건을 정리하고 있던 하율이 밖의 소리를 듣고 방 안에서 나왔지만, 아줌마들을 본 순간 한숨을 들이쉬더니 뒤로 몇 발짝 물러났다.“야! 하율이! 나 기억나? 옆집에 손씨잖어.”“하율아, 유씨 아줌마. 기억나지?”“하율아, 하율아. 나는? 네가 자라는 걸 내가 옆에서 지켜봤지.”하율은 겁에 질렸다. 이 아줌마들, 하율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귓속에 다시 그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 했다.--혼외 딸이라니까. 우리 애같은 바른 애가 어떻게 저런 더러운 애랑 놀아?--우리 애 보고 놀지 말라고 해야겠다. 지 아빠도 싫다는 애를 우리 애랑 놀게 만들면 안 되지!--엄마도 몸 파는 사람인데 그 엄마가 낳은 애가 어디 가겠어. 지 엄마처럼 여우같이 생겨서.
아줌마들은 키가 1.9미터가 넘는 만두를 바라보며 무례하게 소리쳤다. "어떻게 우리를 모를 수가 있다는 거야?! 난 그 아이가 자라는 걸 다 지켜봤다니까!” "그러니까, 이제는 우리를 잊어버릴 정도로 성공했다 이 말이지! 우리를 도울 줄도 모르고 말이야, 우리에게 집 한 채씩은 주어야 하지 않겠어?!”"맞아, 방금 나와서 한 마디도 안 하는데 우리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이 아줌마들은 정말 성가시기 그지없었다. 다행히 만두는 키가 커서 문 앞에 서 있기만 해도 위압감 때문에 아줌마들이 들이닥치지 못했고,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들어와서 조하율을 쫓아갔을 것이다.조연아는 수납함을 정리하고 침실 문을 닫은 뒤, 문에 기대어 있는 조하율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었고, 에어컨이 켜져 있었지만 여전히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무슨 일이야?” 조연아도 밖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즉시 그녀에게 물었다.“밖에 무슨 일이 있는 건가? 누가 왔어?” 말을 마친 조연아는 문 손잡이를 돌리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조하율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언니 나가지 마... 만두 오빠는 덩치가 크고 힘도 세서 저 사람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지만, 언니가 나간다면 해코지를 당할까 봐 겁나.”그 사람들에 대한 인상은 매우 깊었고, 그들의 침방울에 익사 당할 것만 같았다……"저 사람들이 누군데? 옛날 이웃집 사람들이야?” 조하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나랑 엄마가 여기에 살 때 우리 뒤에서 얘기를 엄청 많이 했던……” 여기까지 말한 조하율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저 사람들이 내가 사생아라고, 엄마가 날 특별히 키워서 나중에 나이트에 보내 돈을 벌게 할 거라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뭐?” 조하율은 아랫입술을 오므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다 지난 일이고. 언니, 나가지 말고 있어. 저 사람들이 날 보지 못하면 분명히 떠날 거야…… 어쨌든 여기에 계속 틀어박혀 있을 수는 없잖
조연아는 이리도 파렴치한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라며 기가 차기까지 했다. "안타깝네요, 거울이 아무리 커도 당신들의 그 크고 두꺼운 낯짝은 비출 수 없을 것 같아요.” 아줌마들은 조연아의 말을 듣자마자 즉시 호통을 쳤다. "왜 이렇게 버릇없이 말을 하는 거야?! 우린 당신보다 수십 년은 더 살았고, 어쨌든 당신보다 어른이라고!” 조연아는 이 막돼먹은 아줌마 무리들을 바라보며 두 손을 가슴에 포갠 채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남의 집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건 예의 바른 행동인가요? 저보다 수십 년을 더 살았다고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러면 내 조상들은 당신들보다 수백 년은 더 살았는데, 내 조상들에게 정성을 들여 절하고 또 나한테도 예의를 갖춰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줌마들은 조연아의 질책에 말을 잇지 못했고, 잠시 뒤 연달아 욕설이 튀어나왔다. “조하율 그 계집년을 당장 불러내! 돈이 많다고 거드름을 피워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당신은 뭔데? 왜 조하율을 대신해서 말하는 거야?!”아줌마들이 번갈아 가며 큰소리를 쳤다. "난 조하율의 언니예요! 언니가 자기 동생을 대신해서 말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럼 당신들은 누굴 대신해서 내 동생에게 집을 요구하러 온 거죠?”조연아의 말에는 형언할 수 없는 힘이 뿜어져 나왔고, 그녀의 아우라가 매우 강력해서 아줌마들은 이전만큼 패기가 넘치지 않았다.지금은 오히려……좀 소심할 정도였다! "전 이미 경찰에 신고를 했고, 방금 전 당신들의 언행들을 모두 기록해 뒀으니 그리 아세요.” 조연아의 말에 아줌마들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고, 조연아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여기엔 당신들이 어떻게 내 여동생을 괴롭혔는지, 어떻게 모욕을 했는지 다 들어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 당장 나가지 않으면 경찰에 모두 넘겨줄 겁니다. 내 생각에는 스타 엔터의 회장인 나라면 충분히 당신들을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조연아는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협박하는 짓을 한 적이 없었
조연아는 입을 가리고 웃었고, 몇 초 뒤 조하율이 문을 열었다.그녀는 조용한 방과 닫힌 아파트 문을 바라보며 놀란 얼굴을 하고 물었다."그, 그 사람들이 어떻게 간 거야?” 만두는 조연아를 가리키며 대답했다.“고모할머니한테 겁을 먹고 다 나갔어. 하율아, 그 아줌마들은 완전히 안색이 변해서 줄행랑을 쳤다니까!” "언니, 어떻게 쫓아낸 거야?”조하율은 조연아를 감탄한 얼굴로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 그녀를 껴안았다. "우리 언니는 역시 너무너무 대단해! 내가 녹화를 했던 프로그램에서 어렸을 때 수공예품을 가지고 오라고 해서 그걸 들고 오려다가 그 아줌마들이랑 딱 마주친 거야. 그래서 한 사람당 5만 원씩 주니까 날 보내줬었는데…… 언니, 정말 대단해!”"인당 5만 원씩 줬다고?” 조하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조연아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뻗어 조하율의 이마를 살짝 찔렀다. "이 바보야!""아..." 조하율은 억울해하며 말했다."어쩔 수 없었어... 내 차 앞을 가로막고, 바닥에 누워서 온갖 억지를 부리는데…… 경찰이 와서 뉴스에 날까 봐 어쩔 수 없이 그랬어……” “그 사람들이 너한테서 한 번 돈맛을 보니까 이번에 네가 다시 돌아왔을 때 또 이런 억지를 부리는 거네.”만두는 조연아의 말에 동감하며 얘기했다."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건 아니야. 어떤 사람들은 욕심이 많아서 한 번 단맛을 보면 또 어떻게든 다시 맛보려고 노력할 거라고. 하율아, 넌 너무 착해.”"내가 착하다고 할 수는 없지, 난 단지 싸움을 일으키고 싶지 않을 뿐이야.” "예전에는 나도 항상 그랬어. 많은 일들을 묵묵히 삼켰지만 이게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만 증명해 줬지. 강자는 강하게 대해야 상대방이 무시하지 않는다고.” 조하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강해질 거야, 언니한테 배울 거야!” 조연아는 동생의 진지한 모습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하율아, 더 강해지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내가 널 지켜줄 거야!” "만두도 너를 지켜줄 거고 말이야.” 조연아의
조하율은 눈을 크게 떴고, 민지훈이 여기에 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언니..." 조하율은 옆에 서 있는 조연아를 불렀다. "형부… 아, 아니, 전 형부가 어떻게 여기에 온 거죠?"조연아의 전 남편이라면 저 사람은 자신의 전 형부가 아닌가?조하율은 혼란스러웠고, 마땅한 호칭을 찾을 수 없었다. 조연아는 눈살을 찌푸리고 대답하지 않았고, 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조하율은 민지훈이 한걸음 한걸음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곧바로 복도로 달려갔다. "언니, 난 만두 오빠를 도와주러 갈게!” 조하율은 온화한 성격이었지만, 연예계에서 일을 하다 보니 머리는 잘 굴러갔기에 이럴 때는 당연히 도망쳐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여름 바람이 불어왔고, 피부도 덩달아 뜨거워졌다.조연아는 민지훈이 앞으로 다가오면 뒤로 갔고, 그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가 뒤로 물러나려는 순간, 민지훈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더 이상 뒤로 가면 도랑에 빠져.” 조연아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고, 정말로 아파트 옆에는 도랑이 있었다. "놔!" 조연아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아주 차가운 태도와 말투로 그에게 소리쳤다. 그는 손을 놓았고 조연아의 손은 자연스럽게 떨어졌다.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는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고, 어쩐지 좀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지난 보름 동안 잘 지냈어?” "응.”조연아는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지훈 도련님께서 나타나질 않으니 너무 즐겁고 걱정 없이 지냈지.” "그럼 됐어.”그는 안도감을 느끼며 대답했다. "별일 없으면 이만 가, 여긴 당신의 신분이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이니까.”조연아는 그를 쫓아내려 했고, 그러자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되물었다.“그럼 여기는 네 신분이랑은 잘 어울려?” “그건 내 일이야.” 조연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그럼 내가 가든 말든 그것도 내 일이지.” “너……”조연아는 아랫입술을 오므리고 돌